공유킥보드 ‘헬멧’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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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이 많아진 건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극심한 교통 체증은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을 부추겼다. 어딘가로 이동할 때 걸어가기에는 멀고 차를 타고 가기에는 막히는 상황이 있다. 마땅한 대중교통 수단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면 문제는 가볍게 해결된다.

요즘 거리에는 초록, 노랑, 보라, 주황 형형색색의 공유 전동킥보드가 즐비하다. 그만큼 전동킥보드 서비스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킥고잉이 2018년 9월 한국에서 최초로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런칭했다. 초기에는 역삼동 일대 100대 규모로 소박하게 시작했다고 한다. 이듬해 고고씽, 씽씽도 서비스를 시작했고 빔과 라임과 같은 외국계 기업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국내 공유 킥보드 서비스는 약 20여 개로 집계된다. 공유 전동킥보드 시장은 가파른 성장을 보였고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더 큰 사랑을 받았다.

대중화된 공유 전동킥보드, 그런데…

공유 전동킥보드의 역할도 점차 변화했다.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기존 대중교통을 대신하는 용도로 공유 킥보드를 선택하는 비중이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10일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전동킥보드는 만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없이도 탈 수 있게 됐다. 동승자 탑승도 괜찮고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곧 문제가 나타났다. 아찔한 모습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깜짝 놀랄만한 속도로 인도 위를 빠르게 질주하고 여러 명이 킥보드 한 대에 올라타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됐다. 전동킥보드를 잘 모르는 사람도 언제든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직감했다.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늘어나 당연한 일이겠으나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7년 195건이었던 전동킥보드 안전사고는 지난해 517건으로 증가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20~40대 서울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인식조사에서 공유킥보드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고 발생 우려였다.

공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이나 아직 이용해보지 못한 사람 모두에게 안전은 시급한 문제다. 그대로 둘 수 없는 문제다.

지난 5월 13일, 전동킥보드 관련 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기존 도로교통법에서 가능했던 일들은 이제 할 수 없게 됐다.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원동기 또는 그 이상의 면허를 취득해야 하며 머리를 보호할 헬멧도 반드시 착용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범칙금이 부과된다. 무면허 운전 범칙금 10만원, 동승자 탑승 위반 범칙금 4만원, 안전모 미착용 범칙금 2만원을 내야 한다.

과도한 규제에 업계는 반발

새 개정안이 나오자 예상했던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공유 전동킥보드 업계는 들썩였다. 이용자가 줄어들게 뻔했기 때문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퍼스널모빌리티 산업협의회(SPMA)는 퍼스널모빌리티 규제 강화 이후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률은 30~50%가량 떨어졌다고 밝혔다. 규제 효과는 생각보다 금방 나타났다.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들은 개정안이 소비자의 이용 패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진 시기에 시행해도 늦지 않은데 환경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규제만 앞세웠다는 주장이다.

현재 전동킥보드는 자전거전용도로와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서만 이동할 수 있다. 다른 곳은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전거전용도로는 부족한 실정이다. 도로도 자동차를 위주로 만들어졌다 보니 전동킥보드에게 친절하지 못하다.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전동킥보드가 이동하는 건 킥보드 운전자나 자동차 운전자 모두에게 신경 쓰이는 일이다.

업계는 최고 속도를 25km/h에서 20km/h로 낮추는 대신 자전거와 비슷하게 취급해주기를 원했다.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기술적인 방법으로 15km/h 이하로 낮추는 방안도 도입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헬멧, 널 어쩌면 좋을까

공유 킥보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골칫거리는 헬멧이다. 면허야 취득하면 되고 허락된 길로 조심히 달리면 될 일이다. 그런데 헬멧 착용은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범칙금을 낼 돈이 충분하지 않다면 헬멧을 챙겨다녀야 한다. 알다시피 헬멧은 머리를 보호해야 하기에 단단하고 부피도 상당하다. 그런데 공유 킥보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짧은 순간을 위해 헬멧을 가지고 다니는 건 수고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헬멧을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뉴런모빌리티는 지난 3월부터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해 전동킥보드와 헬멧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뉴런 측에 따르면 새 개정안 시행 이후 서비스 이용이 오히려 40~60% 정도 증가했다. 알파카에서도 헬멧을 장착해 제공 중이다.

그외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쉽게도 헬멧을 제공하지 않는다. 몇몇 기업은 헬멧 미착용 운전자에게 범칙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수정하라고 주장하면서 해외에서 헬멧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져 지기도 했다. 유독 한국에서만 규제를 풀어달라는 건 한국 시장을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게다가 이미 반년 전부터 전동킥보드 헬멧 착용 관련 논의가 계속됐는데 그동안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고 규제 탓만 한다는 질타도 나왔다.

손 놓은 줄 알았던 기업들도 최근 움직이기 시작했다. 헬멧을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안전모를 주문한 기업도 나타났다. 헬멧을 주는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헬멧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기업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헬멧을 제공하는 기업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헬멧이 제공되면 공유킥보드 한 대당 10만원 정도의 관리비가 발생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남과 물건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불쾌감을 주기에 위생이나 방역도 신경 써야 한다. 비나 눈, 땀에 젖은 헬멧을 착용하는 것도 꺼려진다. 분실도 문제다. 헬멧을 비치해두면 반납하지 않거나 훔쳐가는 일이 발생한다. 이는 온전하게 기업에서 감당해야 한다. 분실을 감안하고 헬멧을 배치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가까운 사례가 있다.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는 2018년 헬멧 무료 대여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헬멧 분실이나 파손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정식 서비스로 이어지지 못했다. 3%라는 저조한 이용률도 기록으로 남았다.

헬멧을 휴대하기 좋게 제작한 아이디어 제품은 어떨까? 최대 60%까지 줄어드는 접이식 헬멧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안전에서도 합격점을 받았으나 가격이 높아 상용화는 미지수다. 공기를 주입해 사용하는 에어캡 헬멧도 공개됐다. 공기를 빼면 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수준이지만 공기를 넣고 빼는 과정이 번거롭고 머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에 있어 이상적인 헬멧이나 관리 방법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안전은 늘 최우선이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 11월까지 발생한 1252건 전동킥보드 사고에서 머리나 얼굴 부위 부상이 가장 많은 사고 유형이었다. 454건이었다. 헬멧은 필요하다. 부상 위험을 크게 줄여준다.

전동킥보드가 나타난 건 100년도 넘었다. 주류에서 한참 밀려있던 전동킥보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어떠한 규제도 없이 이용하게 하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고가 늘어날 것이고 너무 강하게 규제하면 차세대 이동수단의 탄생과 공유킥보드 시장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 극단적인 방법이 답은 아닐 것이다. 시대의 변화와 규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겠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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