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조단위’인데 세금은 ‘쥐꼬리’? 오죽하면 이름도 ‘구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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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FP)

2018년이었어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구글코리아 대표가 참석했어요. 의원들은 국내 매출과 세금 신고액을 공개하지 않는 구글을 향해 질의를 쏟아냈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I apologize(양해를 부탁한다)” 였어요. 매출과 같은 정보를 알려줄 수 없는 위치에 있다면서 답변을 회피했어요. 함께 참석했던 페이스북코리아도 아는 것이 없다거나 영업 기밀 자료는 제출할 수 없다며 크게 다르지 않은 태도를 보여줬어요. 당시 국내에서 올린 매출 추정치보다 훨씬 적은 매출이 신고됐기에 의구심을 가지기 충분했죠. 결국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시종일관 불성실했던 태도는 논란이 됐어요.

‘소득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라는 조세 원칙은 유명하죠. 그런데 이들 글로벌 IT 기업은 어쩐지 예외인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요. 엄청난 데이터를 다루고 이를 이용해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지만 세금 내는 일에는 소극적이니까요.

지난 4월 14일, 구글코리아는 한국에서 올린 영업 실적을 공개했어요. 그동안 기업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대해서 확인해주지 않았으니 최초였어요. 구글의 생각이 갑자기 바뀐 건 아니고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처럼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하고 감사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되면서 공개하게 됐어요. 구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구글코리아의 매출은 2201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155억원이었어요. 같은 해 네이버의 매출은 5조 3041억원, 카카오의 매출은 4조 1568억원이에요. 우리가 아는 구글치고는 너무 적은 금액이 아닐까 싶을 거에요. 알고 보니 구글 매출에 잡힌 것 대부분이 광고 수익이었어요. 구글의 앱마켓인 플레이스토어에서 올린 매출은 쏙 빠져있었죠. 구글플레이는 국내 앱 마켓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요. 지난해 구글플레이의 점유율은 71%에 달했어요. 한 해 구글플레이가 벌어들이는 매출은 5조원으로 추정되고요. 그 많은 매출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바로 싱가포르에요.

구글플레이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면 매출은 싱가포르에 위치한 구글 아시아 퍼시픽으로 잡혀요. 구글이 굳이 그렇게 한 이유는 싱가포르 법인세율이 우리보다 낮기 때문이죠. 한국의 법인세율은 24%인데 반해 싱가포르의 법인세율은 17% 수준이에요. 2010년부터 고정된 법인세율을 지켜오고 있어요. 기업은 이윤을 전략적으로 세율이 낮은 국가에 배치해 결과적으로 번 것에 비해 더 적은 세금을 낼 수 있는 거죠.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건 현재 조세 조약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어서 에요. 기업의 본사나 공장과 같은 물리적인 사업장이 있는 국가에서 발생한 소득에만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거든요. 한 기업이 여러 국가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각 국가에서 모두 이윤에 대한 법인세를 부과하면 ‘이중 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그래서 국제 조세체계 안에 이러한 원칙을 포함했던 거죠. 제조 기업이 대부분이었던 시절에는 반드시 공장은 세워야 했으니 크게 문제 될 건 없었어요. 그런데 국가 간 경계가 모호한 디지털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법인세 과세 기준이 애매해져 버렸어요.

글로벌 IT 기업들은 아일랜드, 싱가포르, 홍콩 등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눈을 돌렸어요. 아일랜드를 예로 들어볼게요. 아일랜드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인기 있는 국가는 아니었어요. 그러다 외자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10% 초반으로 낮추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율인 23.5%보다 훨씬 낮은 걸 알 수 있죠. 아일랜드에 특허를 출원하면 법인세를 더 낮춰주기도 하죠. 관세도 낮은 편이에요. 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나니 기업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글로벌 IT 기업은 전략적인 선택으로 아일랜드를 찾게 됐어요. 지금의 과세 방식으로는 디지털 기업이 법인세가 낮은 국가를 찾아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는 어려워요.

OECD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로 각국 정부가 입게 되는 세수 손실을 약 270조원으로 추정했어요. 상당한 금액이죠. 돈 버는 곳 따로 있고 세금 내는 곳 따로 있다 보니 생겨난 일이죠. 세계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가까워졌어요. 국가의 경계도 의미가 없어졌어요. 비물리적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서로 소통하고 있어요. 그런데 법인세는 물리적인 공간을 기반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니 새로운 시대에는 맞지 않아 보여요.

구글세? 디지털세?

IT 공룡 기업에 맞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건 구글이었어요. 누가 뭐라 해도 구글은 세계 최고의 다국적 IT 기업이잖아요. 매출을 올리는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죠. 그래서 나타난 것이 ‘구글세(Google Tax)’에요. 기업의 대표 선수답게 구글의 이름을 집어넣었어요.

하지만 이건 구글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닐 거에요. 구글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IT 기업이라면 누구든 해당이 되죠. 상징성은 있지만 ‘구글세’라는 단어만으로는 부족함이 있어요. 논의 초반에는 구글세로 불렸지만 현재는 공식적인 명칭인 ‘디지털세(Digital Tax)’로 불리고 있어요. 여기서도 이제부터 디지털세로 부르도록 할게요.

디지털세 진행 상황은?

OECD는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2012년부터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 문제(BEPS)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세 도입을 준비해왔어요.

디지털세는 유럽을 중심으로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했어요. EU 차원에서의 논의는 2017년부터 시작됐지만 디지털세를 놓고 국가 간 합의가 쉽게 이뤄지진 않았어요. 그래서 국가별로 도입하기 시작했죠. 이름도 디지털세 대신 ‘디지털서비스세(DST)’라는 이름으로 불렀어요.

행동은 프랑스가 빨랐어요. 2019년 글로벌 매출 7억 5천만 유로, 프랑스 내 매출 2500만 유로가 넘는 디지털 기업에 총매출의 3% 세율을 부과하기로 했어요. 영국은 글로벌 매출 5억 파운드, 영국 내 매출 2500만 파운드가 넘는 디지털 기업에 2% 세율을 적용하고 있어요.

그밖에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체코, 스페인 등이 디지털 서비스세를 도입했거나 검토 중이에요. 유럽을 넘어 말레이시아나 인도, 뉴질랜드 등에서도 디지털 서비스 수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어요.

디지털서비스세 도입 결정 이후 미국 IT 기업들이 반응했어요. 글로벌 디지털 기업 시가총액 상위 5위권에 있는 기업은 모두 미국 기업이에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순이죠. 혹시라도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죠. 구글은 영국에서 발생한 광고 수수료를 인상했고 아마존도 판매업체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올려버렸어요. 프랑스에서도 소비자와 판매업체에 세수 부담을 전가한 것으로 알려져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도 조치에 나섰어요. 미국은 프랑스의 의류나 가방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어요. 디지털서비스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영국, 인도에서 수입되는 상품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어요. 프랑스는 디지털서비스세 도입을 유예했고 미국도 징벌적 과세를 유예하기로 했어요. 다른 국가를 향한 관세 부과도 OECD와 G20에서 협상이 진행 중인 것을 감안해 6개월 동안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밝혔어요.

반면, 디지털세 도입을 반대하는 국가도 있어요. 지금껏 해외 IT 기업을 유치해 이득을 본 아일랜드가 대표적이에요. 디지털 기업들이 더는 아일랜드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 큰 피해를 보게 될 거에요. 독일도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대상 기업이 확대되면 자국의 자동차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어요.

(출처:FT)

디지털세 도입 급물살타는 이유는?

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콘웰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변경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어요. 15% 안으로 합의를 이뤄냈죠.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이 내려가면 기업이 짊어져야 하는 세금 부담도 줄어들게 돼요. OECD·G20 포괄적 이행체계(IF)는 7월까지 디지털세 관련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에요.

디지털세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도 달라졌어요. 트럼프 전 행정부는 디지털세가 자국 기업을 타깃으로 한 제도라는 이유로 도입을 강하게 반대해왔어요. 그러다 바이든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죠. 바이든 대통령은 디지털세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어요. 이러한 결정에는 자국 기업이 해외로 이탈하는 것을 막겠다는 계산도 깔렸어요. 디지털세 도입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전과 달라진 점은 또 있어요.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끝내지 못했어요. 끝이 보이고 있지만 모든 국가가 큰 타격을 입었어요. 국가 재정 지출도 심각한 수준이에요. 이렇듯 높아진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세수가 절실한 상황이에요. 디지털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에요.

그렇다고 쉽게 합의가 이뤄질 것 같지는 않아요. 미국이 디지털세 도입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도 어쨌든 자국 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가능성이 커요. 국제적 합의를 도출하려면 이중과세 문제나 적용 기업의 범위와 같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거든요. 디지털세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요.

국내는?

디지털세 논의 방향에 따라 한국에서도 해외 글로벌 디지털기업이 올린 매출에 따른 세수 확보가 가능해질 거에요. 반면 해외 사업장을 둔 국내 기업은 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날 소지가 있죠. OECD 논의 과정에서 과세 대상 범위를 넓혀 디지털 기업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제조 기업에도 디지털세를 적용시킬 가능성도 있어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기업이 디지털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는 거죠. 국제적인 합의 사항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요. 또한, 국내 산업과 세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들이 모색돼야 할 것으로 보여요.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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