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대신 무선이어폰은 어때요?

- Advertisement -

이어폰은 곧 무선이어폰을 말한다. 무선이어폰은 유선이어폰을 제치고 대세가 됐다. 이어폰 시장에서 유선이어폰 점유율을 앞지른 지도 오래다.

유선이어폰을 귀에 꽂고 걷다가 길게 늘어뜨린 줄이 다른 사람 가방에 걸리는 경험해봤을 것이다. 꼬인 이어폰 줄을 풀기 위해 몇 분 동안 씨름했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불편함을 느꼈어도 뚜렷한 대안이 없었기에 이를 감수하고 사용해왔다. 그런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무선이어폰은 유선이어폰이 가진 치명적인 단점들을 한순간에 말끔하게 해소했다. 선이 없다 보니 잃어버리기 쉽다는 지적도 지나친 걱정에 불과했다. 선에서 자유로운 코드리스 기술은 신세계를 열었다.

무섭게 성장하는 무선이어폰은 다른 시장도 넘보고 있다. 바로 보청기 시장이다.

보청기는 주변 소리를 모으고 증폭시켜주는 장치다.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청력이 약한 사람들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게 만들어주는 의사소통 기기다.

하지만 안 좋은 청력에도 보청기 착용을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청기가 드러나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보청기가 가진 독특한 외형 탓에 굳이 공개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병력을 노출해야 한다. 보여지는 것도 무시하기는 힘들다.

보청기는 거의 매일 사용해야 하며 잘 때 말고는 거의 매 순간 착용한다고 볼 수 있다. 필요할 때만 착용한다고 해도 일반 직장인이라면 출근에서부터 퇴근까지 하루 절반을 함께해야 한다.

물론 디자인은 점점 변화하고 있으며 보청기 착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방식도 존재한다. 밖으로 드러나는 귀걸이형이 아닌 귓속형을 선택하면 된다. 초소형 보청기의 경우 내부에 삽입하기에 육안으로는 보청기를 착용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착용이 쉽지 않고 배터리 크기가 작아 교체가 어렵다. 귓속 습도가 높은 사람이라면 수년은 사용해야 할 기기가 수개월 내 망가지기도 한다. 외이도 형태 때문에 초소형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크기가 작아지다 보니 내장 부품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기능 면에서도 떨어진다. 부품 최소화로 외부 연동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보청기는 의료기기로 분류돼 정부의 규제에 따라야 한다. 공급이 제한되며 가격이 높은 편이다. 대부분 수백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자신의 상태에 맞는 보청기를 선택하려면 청력 평가나 보청기 피팅 등 여러 과정도 거쳐야 한다. 그 밖에도 폐쇄감을 느낀다거나 소리가 울리는 문제도 있다.

보청기가 가진 고질적인 단점이 여전히 회자되는 가운데 대안으로 무선이어폰이 주목받고 있다. 무선이어폰 기술이 발전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삼성전자에서는 무선이어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는 삼성의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 프로가 난청 환자들의 일상 대화에 도움을 준다고 것을 확인시켜줬다. 갤럭시 버즈 프로의 주변 소리 듣기 기능을 활용하면 경도나 중도 난청인들에게 효과적인 것을 확인했다. 보청기를 평가하는 요소인 △출력 음압 수준 △주파수 범위 △등가 입력 잡음 △전체 고조파 왜곡 등에서도 기준을 충족시킨 것으로 나왔다.

해당 연구는 삼성전자와 삼성서울병원과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국제 이비인후과 전문학술지 ‘CEO(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에 게재됐다.

애플은 이달 초 개최한 애플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WWDC 20201에서는 애플이 곧 선보일 iOS15 운영체제(OS)에 들어갈 기능이 공개됐다. ‘대화 부스트(Conversation Boost)’라는 기능으로 경미한 청력 문제를 겪는 이들이 계속 대화에 참여하도록 고안된다. 에어팟을 착용한 사용자가 바라보는 곳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더 잘 들리게 해준다. 주변 잡음도 줄일 수 있어 더욱더 선명해진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행사에서는 짧게 언급하고 넘어갔지만 애플이 무엇에 신경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기존 무선이어폰에 청력 강화 기능을 보강하려는 삼성과 애플이 움직임이 포착됐다. 앞으로 무선이어폰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해도 좋겠다.

그럼에도 무선이어폰이 침범하기 어려운 보청기만의 영역은 지켜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 개발이 쉽지 않으며 보청기와 전혀 무관한 기업이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들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모든 기기가 연결되는 시대답게 보청기도 기기와 연결되고 있다. 홀로 떨어져 독자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더는 의미가 없다. iOS에서는 보청기와 아이폰을 연동해 통화가 가능하게 했다. 스타키(Starkey), 리사운드(ReSound), 와이덱스(WIDEX) 등 다양한 기업의 보청 기기를 지원한다. iOS12에서는 개선된 실시간 듣기 기능을 선보였다. 실시간 듣기 기능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탑재된 지향성 마이크를 통해 주변 소음을 줄이고 목소리를 증폭시켜 보청기나 에어팟으로 소리를 전달하게 했다. 구글 안드로이드에서도 일부 보청기 모델과 연동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 청각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청력 손실 인구는 15억명이 넘는다. 2050년이 오면 청력 손실로 어려움을 겪는 인구는 25억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중 7억명은 재활이 필요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난청 문제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가 됐다. 청력 손실을 막는 일이 우선이겠으나 이미 손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들을 위한 기술도 있어야 한다. 건강한 이들과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기업도 많은 사람들이 청력 손실을 경험하게 될 것을 내다보고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난청인을 대상으로 무선이어폰의 가능성을 연구했던 삼성은 미래 전략 헬스케어 사업 일환으로 청각 보조 장치 분야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보스 사운트컨트롤(SoundControl)

스피커, 헤드폰과 같은 음향기기로 유명한 보스에서도 사운트컨트롤(SoundControl)이란 보청기를 출시했다. 보스는 규제를 피해 개인음향증폭기기(PSAP)라는 명칭으로 사업을 이어왔다. 사운드컨트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의사의 처방 없이도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최초의 보청기다.

증상이 가벼운 난청인들이 무선이어폰을 선택하는 일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무선이어폰을 청각 보조 장치로 활용하는 사례도 전해지고 있다. 기존 보청기를 완벽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기능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보청기가 커버하지 못한 부분은 무선이어폰이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무쪼록 청력이 손실된 사람들도 막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건 고무적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 Advertisement -

Related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