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압도적인 몰입의 조건, 3가지를 넘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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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George Peters)

세계가 넓어졌다. 앞으로는 더 넓어질 것이다. 한정된 지구가 아닌 가상현실(VR) 속 세계를 말한다.

가상현실을 게임 정도로 여기는 시대는 지났다. 그 안에서는 친구도 사귀고 연애도 하며 공부를 하거나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정치, 경제, 문화 가릴 것이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이 가상현실 속에서 그대로 구현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상상하는 모든 것이 펼쳐지는 진짜 같은 가상 세계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메타버스(metaverse)도 가상현실과 관련이 깊다.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단어로 현실과 가상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를 말한다. 가상현실이 확장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세컨드라이프, 마인크래프트, 싸이월드와 같은 플랫폼도 메타버스다.

가상현실을 말할 때 최대 화두는 몰입감이다. 어설픈 기술로는 이용자를 가상현실 속으로 푹 빠져들게 하기 어렵다. 시작부터 ‘가짜’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 이용자를 놀래줄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기에 기술을 통해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총 5가지 감각을 채워줘야 비로소 달성할 수 있다.

가상현실 경험에 있어서 시각과 청각 자극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 두 가지로도 가상현실의 맛은 보여줄 수 있었다.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추락 사고를 체험하는 이들이 높은 곳에 올랐을 때나 느끼는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다들 가짜인 걸 알고도 시각과 청각만으로도 가상현실을 충분히 경험했다.

나머지 감각까지 제공된다면 몰입감이 한층 높아질 텐데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가상현실 분야로 한정하지 않고 분야를 넓혀도 후각이나 미각 그리고 촉각을 구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과연 사용자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가상현실 기술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을까.

후각

후각은 감정과 함께 기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각이 다른 감각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익숙한 향기를 맡았을 뿐인데 문득 오래된 풍경이나 스쳐 지나간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후각 기술은 여러 감각 기술 중에서도 가장 덜 연구된 분야다. 시각적인 효과는 빛의 삼원색인 빨강(Red), 초록(Green), 파랑(Blue) 3가지를 잘 조합하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그런데 후각은 RGB처럼 조합해 만들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맡으면 불쾌해지는 향을 표현한다고 가정하자. 일단 기준이 모호하다. 사람마다 불쾌감을 느끼는 향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영향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개발자 입장에서는 어떤 냄새를 만들어 얼마나 적절한 양을 분사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미국 스타트업인 OVR 테크놀로지(OVR Technology)에서는 후각 기술을 가상현실 세계에 접목하는 시도를 했다. 기후 변화와 영향에 대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특별히 개발했고 후각을 통해 여러 상황들을 표현했다.

OVR 테크놀로지는 다양한 향을 표현하는 이온(ION)이란 이름의 기기를 가상현실 헤드셋과 조합했다. 사용자는 헤드셋을 착용하고 OVR 테크놀로지에서 만든 소프트웨어 시프팅 홈즈(Shifting Homes)를 실행한다. 시프팅 홈즈는 기후 변화를 테마로 하며 해수면 상승과 기후 변화로 악화된 태평양 섬 사모아에서 시작하게 된다. 가상현실 속에 나온 상황에 따라 해당하는 향이 분사된다. 눈앞에 펼쳐진 모래사장의 냄새, 마을에 큰불이 일어날 때 나는 연기 냄새 등을 맡게 한다.

애론 위스뉴스키 OVR 최고경영자(CEO)는 “가상현실에서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낼 요소는 냄새”라고 말했다. 그는 후각 기술을 잘 구현해내면 가상현실 기술을 공감의 도구로 만들 수 있다고 기대했다.

기억과 기억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후각 기술이 나오면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강렬하고 실감 나는 가상현실을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미각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여러 가지를 살핀다. 가게 분위기와 음식의 담음새,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 입에 넣고 씹을 때 소리 등 다양한 감각이 동원돼 음식을 느낀다. 가장 강렬한 감각은 역시나 혀끝에 전해지는 미각이다. 맛있는 음식은 입안에 넣고 몇 초도 안 돼 온몸을 들썩이게 한다. 미각은 강렬한 경험이다.

디자인 연구소 코끼리랩에서 진행한 신개념 식생활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너리쉬드(Project Nourished)는 독특한 미각 경험 구현했다. 가상현실 기술로 먹는 것을 흉내 내 뇌를 속이고 실제 음식을 소비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것이 목표다. 뇌를 속이기 위해 여러 방법이 동원된다. 가상현실 기기 안에는 자이로스코프가 내장돼 착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포크로 음식을 집으면 디퓨저에서 해당 음식 냄새를 풍기고 골전도 진동자(bone conduction transducer, BCT)로 음식 씹는 소리를 만든다. 그렇다면 입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은 무엇일까? 가상현실에서는 스테이크, 초밥, 라자냐를 보여주지만 실제로는 우뭇가사리나 곤약젤리를 이용해 만든 저칼로리 음식을 섭취하게 된다. 미식가들에게는 아쉬운 구성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너리쉬드는 비만이나 알레르기 걱정 없이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촉각

가상현실 분야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촉각 기술은 가까이서도 만날 수 있다. 4D 영화관을 찾으면 된다. 4D관에서는 진동의자를 이용해 적절한 순간에 진동을 일으키거나 바람을 불고 물을 분사하는 것으로 관객을 영화에 집중시킨다. 특수 효과로 향기를 구현하기도 하나 주된 자극은 촉각에 맞춰져 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센식스(Sensiks)는 암스테르담대학교 임상 심리학자와 협업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환자들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PTSD 환자는 외상 사건을 회피하거나 왜곡된 인지를 가지고 있는데 불안 수치를 낮추려 외상 관련 기억과 정서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센식스에서는 시각이나 청각 자극은 물론 떨림이나 열, 바람 효과를 구현해내 억압하려 했던 외상 사건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는 일을 돕는다. 다양한 감각을 동원한 결과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더 쉽게 그들의 감정을 끌어낼 수 있었고 심리학자들의 다른 치료법 연구에도 도움을 줬다.

센식스의 창업자인 프레드 갈스타운은 자신들의 기술을 가상현실이 아닌 감각현실(sensory reality, SR)로 불렀다. 그는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AR) 옆에 새로운 카테고리로 감각현실을 추가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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