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로 시끌~ ‘특금법’ 그게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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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 (출처:전자신문)

최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말이 있었어요. 이미 들었을지도 몰라요.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얘기해줘야 한다”

지난 4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에서 한 말이에요. 어른이라고 했으니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봐야겠죠. 정확하게는 가장자산에 투자하는 젊은이들을 향해 던진 말이었어요.

이날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가상자산, 이건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란 걸 정부는 분명히 얘기했다”, “(제도권에) 안 들어오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 “거래소가 폐쇄될 위험이 있으니 본인 책임하에 확인해라”와 같은 말들을 쏟아냈어요.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다른 국가를 보더라도 크게 유별난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안 좋은 말은 언제들어도 안 좋은 법. 금융 당국에서 암호화폐 투자자를 보호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기에 투자자의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어요.

당일 비트코인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어요. 그렇다고 은 위원장의 발언이 암호화폐 시장 움직임에 큰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어요. 국제적인 이슈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정확한 이유를 특정하기는 힘들어요. 평소에도 워낙 변동성이 심한 곳이기도 하고요.

알만한 사람들은 기시감을 느꼈다고 해요. 몇 년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거든요. 2018년이었어요.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앞으로 나와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라는 말을 했죠. 일명 ‘박상기의 난’으로 불리는 순간이었어요.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진 것 없는 모습이에요.

이번 경우는 ‘어른’이라는 단어 선택으로 특별히 더 반감을 샀고 화제가 됐죠. 발언 현장에 있었던 한 국회의원은 가까운 거리에서 있던 동료 의원 대부분이 낯뜨거워 했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어요. 불안한 투자자들의 마음에 불을 붙인 것도 부인할 수 없어요.

암호화폐 투자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고 마치 도박을 다루듯 하는 정부의 반응에 투자자들은 난감해했어요. 현재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 상당수는 2030세대에요. 투자자 중 60% 정도라고 해요. 불안한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은 젊은 세대는 기회 하나를 빼앗겼다는 느낌을 받았을 거에요. 곧 이런 마음들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청와대 국민청원에 새로운 청원이 올라왔어요. 청원 제목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고 적혀있었어요. 청원의 핵심 내용은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추적한 윗세대와 달리 2030에게는 그럴 기회 없으며 오히려 규제만 내놓는다’였어요.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육박한 20만 1079명이 청원에 참여하면서 청원은 종료된 상황이에요. 금융 당국과 투자자와의 생각의 차이를 그대로 보여줬어요.

말 하나에서 시작된 논란의 여파는 여전히 남아있어요. 과연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왜 그런 말을 해야 했던 걸까요?

다시 불어온 암호화폐 투자 광풍

조금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있어요. 2017년 4월 127만원 정도였던 비트코인은 이듬해 1월 2600만원에 도달해요. ‘비트코인 1차 광풍’이라 불리던 시기에요. 그러다 2018년 초 암호화폐 시장은 대폭락을 맞이해요. 이후 한동안 잠잠하더니 2020년 말부터 상승세를 보이며 본격적인 ‘비트코인 2차 광풍’이 시작됐어요. 지난달에는 비트코인 가격은 8000만원을 돌파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어요.

다시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었어요. 새로운 기회라 여기고 처음으로 뛰어드는 사람도 많아졌고요. 코인으로 대박이 나서 퇴사했다는 이야기는 마치 전설처럼 여기저기 전해지면서 부러움과 시기를 동시에 받고 있어요. 나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더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었어요.

비단 개인에만 국한된 건 아니에요. 테슬라, 스퀘어, 넥슨 등 여러 기업에서 비트코인을 안전 투자자산으로 보고 적극 사들이고 있어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비트코인은 결국 불법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지 두 달 만에 채권보다 비트코인을 갖는 것이 낫다고 말했어요.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하려면 비트코인이 유리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었어요.

그러다 최근 코인 시장이 다시 급락했어요.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요.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중국의 규제, 일론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그리고 레버리지를 폭락의 원인으로 꼽았어요.

역시나 모든 일이 그렇듯 모두가 행복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투자로 큰돈을 버는 사람은 어디나 소수에요.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고 무리하게 대출해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뒤 결국 큰 손해를 봤다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죠. 여기까지는 투자자 개인의 책임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투자자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순간도 있어요. 암호화폐 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죠. 최근 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투자자가 맡긴 돈을 출금해주지 않아 먹튀 논란이 일었어요. 암호화폐 관련 주무부처가 없다 보니 투자 피해자들이 집단 대응에 나서는 상황이에요. 투자자 보호장치는 요원해요.

(출처:한국일보)

태어나서 특금법은 처음…그게 뭐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줄여서 특금법이라고 불러요. G20 정상회의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에 따라 자금세탁방지를 막고자 만들어졌어요.

현재 얘기되는 특금법은 개정된 특금법을 말해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여해 부실 거래소의 난립을 막겠다는 취지를 담아 개정됐어요. 지금까지 암호화폐 거래소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었기에 아무나 거래소를 열고 운영할 수 있었어요.

개정된 특금법은 지난해 3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어요. 가상자산을 다룬 국내 최초의 법안이기도 해요. 개정안은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어요.

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는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아야 하죠.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도 발급받아야 해요. 은행은 거래소의 위험도 안전성, 사업 모델 등을 다각도로 검증한 뒤 계좌를 발급해요. 해당 요건이 갖춰지면 가장자산사업자 신고를 하고 사업을 이어가면 돼요. 이미 은행과 제휴해오던 거래소는 실명계좌 계약을 갱신해 사업자 신고를 마쳐야 영업을 이어갈 수 있어요. 신고 기한은 9월 24일까지 에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문제는 특금법이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여부에 따라 거래소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점이에요. 은행 재량에 따라 판단해야 하죠. 그래서 은행에서는 실명계좌 발급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에요. 제휴를 맺은 뒤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최악의 경우 은행 문을 닫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벌써 일부 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와 제휴하지 않겠다고 밝힌 곳도 있어요. KB·하나·우리금융지주는 암호화폐 거래소와 계약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어요. 거래소와 계약을 통해 기대되는 이익이 금융사고 위험 부담까지 떠안을 것까지는 아니라는 판단일 거에요. 이미 코빗과 거래 중인 신한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에요. 반면, 빗썸과 거래 중인 NH농협은 그나마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요.

은행연합회에서 거래소 검증 지침을 제시하기는 했어요. ISMS 인증 획득 여부, 금융 관련 법률 위반 이력 등 10개 검토 항목이 들어있어요. 현재는 은행 자체적으로 더욱 강화된 암호화폐 거래소 평가 기준을 확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요. 평가 기준은 은행연합회에서 제시한 것보다 더 까다로울 것으로 예측돼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9월이면 모든 거래소가 폐쇄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부분 때문이에요. 사업자 신고를 하지 못하면 현금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고 거래소를 폐쇄해야 하죠. 물론 요건을 충족한 거래소는 그대로 남아있을 거에요. 현재 국내 거래소는 200여개가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중 상당수는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사라질 것으로 전망돼요.

거래소 폐쇄는 이용자들에게도 걱정되는 일이에요. 거래소는 금융기관이 아니기에 예금자보호법을 지킬 의무가 없어요. 잘 이용하던 거래소가 문을 닫아도 투자금을 보상받지 못할 수도 있죠. 결국 사용자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에요.

투자자는 혹시라도 내가 거래 중인 거래소가 폐쇄될 위험은 없는지 확인해야 하며 실명계좌를 발급받을 의지가 보이지 않는 거래소는 의심해볼 필요가 있어요.

다시 나타난 그의 해명 들어보니?

‘어른’ 발언이 있고 약 한 달이 지났어요.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핀테크 박람회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지난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고 해요.

은 위원장은 거래소 폐쇄 발언은 투자자가 안전한 거래소로 옮기라는 경고 메시지였다고 설명했어요. 특금법이 정착되면 투자금도 자연스럽게 보호된다고도 덧붙였어요. 저번보다는 한발 물러선 모습인 것을 알 수 있어요.

‘특급’ 칭찬까지는 못하더라도 ‘특금’ 쓴소리는 안 그래도 힘든 젊은 세대의 가슴을 아프게 했어요. 내 ‘투자금’을 보호해달라는 투자자는 없어요. 그보다는 ‘투자자’를 보호해 달라는 신호를 꾸준히 보내고 있어요. 자금세탁방지 목적이 강한 특금법만으로는 투자자를 완벽하게 보호하기는 힘들어 보여요. 그보다는 거래 사업자에게 부여되는 의무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앞으로 진행돼야 할 거에요.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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