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다 바친 전기차 배터리에게 남은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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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기술만이 살아남게 됐다. 기존 내연기관차를 대신할 전기차의 등장이 그렇다. 전기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내연기관차와 전 생애 주기를 놓고 비교해도 이산화탄소 발생이 더 적다. 탄소배출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전기차는 어느새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대세로 떠올랐다.

하지만 다들 경험했겠지만, 스마트폰을 구입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면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해도 오래가지 않는 순간이 찾아온다. 배터리 성능이 많이 떨어진 것이 이유다. 소모품이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보다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배터리를 핵심 부품으로 하는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여러 번의 충전을 반복하다 보면 배터리 성능은 급격히 떨어진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대략 500회 충전을 기준으로 본다. 이때 배터리 성능은 70%까지 떨어진다. 1번의 충전으로 300~400km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15만~20만km 주행한 뒤로는 배터리 교체 시기에 가까워졌다고 봐도 된다. 전기차 보유 시기로 보면 약 5~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 성능이 70%까지 떨어지면 주행거리가 줄어든다. 예전이라면 충전 없이 이동할 수 있었던 거리도 성능이 떨어지면 도착하기도 전에 배터리를 모두 사용할 수도 있다. 떨어진 성능은 충전 속도도 느리게 만든다. 안 그래도 전기차 배터리 충전 시간은 내연기관차에 화석연료를 주입하는 시간에 비해 훨씬 길다. 초급속충전기를 사용해도 수십 분이 걸린다.

더는 전기차 배터리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배터리를 반납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은 대상자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지자체에 반납해야 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전기차 폐차나 말소 시 지방자치단체장에 반납하는 것이 의무 사항이었다. 지자체에서는 수거한 전기차 폐배터리를 창고에 쌓아둔다.

그런데 대기환경보전법 등 18개 환경법안이 정기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올해 1월 1일부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폐배터리를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반납할 필요가 없다. 대신 배터리를 수거하고 보관하거나 재활용하는 일은 모두 민간에서 처리한다. 민간에서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도록 촉진시키는 것이 이번 변화의 목표다.

수거된 폐배터리는 그냥 버리지 않는다. 각종 독성물질 탓에 매립하거나 소각하면 환경 오염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사용해야 한다. 일단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 저장 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에 재사용할 수 있다. 분명 최초의 상태보다 배터리 효율은 떨어졌어도 에너지 저장 장치로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폐배터리로 만든 ESS는 10년 넘게 사용할 수 있다니 생각보다 괜찮은 재사용처로 보인다. 이미 여러 자동차회사에서 시도해 ESS 설비 구축에 성공한 바 있다. 그 밖에도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 등 전기 배터리를 이용하는 기계 장치에 재사용될 수 있다.

물론 폐배터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현재 성능을 분석하고 충전량을 파악한 뒤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서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으로 알려진다.

ESS

폐배터리 성능이 더 떨어지면 더는 정상적인 재사용은 어렵다. 재활용이 필요한 시기다. 폐배터리를 분해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를 분해하면 리튬, 니켈, 망간, 구리 등을 추출해낼 수 있으며 이를 재활용하게 된다. 매장량이 적거나 추출이 쉽지 않은 물질일수록 재활용의 가치는 높아진다. 그런데 말처럼 쉬운 작업은 아니다. 필요한 것을 분해해내는 작업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일단 전기차 배터리는 주위에서 흔히 보는 중소형 배터리와는 크기부터 다르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기차 부품 중에서도 큰 편에 속한다. 크기만큼이나 위험 물질도 다량 포함하고 있으며 자칫 감전이나 폭발할 위험이 높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크기가 작은 배터리와는 달리 조심스럽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 과정이 복잡하고 비싸다 보니 후발주자는 쉽게 진입하지 못한다. 폐배터리 물량이 충분하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전기차 기업이나 배터리 기업에서도 설비에 투자한 것에 비해 충분한 수익을 거두지 못한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상황이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전기차 폐배터리는 275개에 불과하다.

안타깝지만 아직 폐배터리 재사용이나 재활용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폐배터리 관련 제도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재활용 관련 규정이나 규격 표준화 등 정립해야 할 것들이 많다.

2020년 세계 전기차 연간 판매량은 2019년보다 43% 증가한 324만대를 기록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2.5%에서 4.2%로 상승했다. 더 많은 이들이 전기차를 몰고 도로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당장 성능이 떨어진 전기차 폐배터리 물량이 쏟아질 일은 없지만, 곧 다가올 미래다. 2030년에는 한해 10만 7520개 폐배터리가 발생하며 누적 수치로 보면 42만 2975개가 쌓일 것으로 예측된다.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산업도 부지런히 나아가야겠다. 폐배터리 잘 다루기만 하면 경제와 환경 두 가지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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