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도 ‘싸이월드’를 알까

- Advertisement -

도토리 하나에 행복했던 시절

한 기업으로 의문의 소포가 배송됐다. 조심스럽게 박스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예상하지 못한 물건이 가득 들어있었다. 도토리였다. 박스 안에 도토리와 함께 들어있는 편지에는 이런 말이 적혔다.

“싸이 도토리로 바꿔주세요”

여기서 ‘싸이’는 싸이월드, ‘도토리’는 싸이월드 플랫폼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다. 의문의 소포는 실제 도토리를 보내서라도 가상화폐 도토리를 간절히 얻고 싶었던 싸이월드 이용자가 보낸 것이었다. 일명 ‘싸이월드 도토리 사건’으로 불리는 해프닝은 싸이월드 측에서 꼭지가 살아있는 멀쩡한 도토리를 가상의 도토리로 전환해 주면서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이처럼 한때 진지한 마음으로 싸이월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많을 때는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3명이 싸이월드 가입자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서비스는 페이스북보다도 4년이나 빨랐다. 싸이월드는 그 당시 트렌디한 최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싸이월드를 안 하는 사람은 이상하게 취급받기도 했다. 친구를 사귀거나 이성을 만나려면 싸이월드는 거의 필수였다. 상대방의 미니홈피에 들어가면 많을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미니홈피 대문에 표시된 ‘즐거움’, ‘외로움’과 같은 현재 기분을 알 수 있다. 사진첩에 들어가면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잘 나와 있다. 도토리를 이용해 음악을 구매해 홈피 배경음악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음악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방명록을 보면 누구와 친하고 어떤 대화를 주로 나누는지 알 수 있다. 조회수는 얼마나 ‘인싸(인기 많고 활발한 사람)’에 가까운 사람인지 알려준다.

나를 표현하고 인맥을 다지는 창구로 싸이월드만한 것이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미니홈피에 접속해 사진만 보고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영원한 것은 없었다. 싸이월드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났다.

싸이월드 연대기

기업 싸이월드는 1999년 탄생했다. 우리가 아는 미니홈피 서비스는 2001년에 탄생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대략 2000년대 초반에서 중반까지를 싸이월드의 전성기로 본다.

2003년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싸이월드를 인수했다. 2007년에는 이용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섰다.

2009년 12월에 애플의 아이폰3GS가 등장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싸이월드는 컴퓨터를 켜고 웹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용자는 PC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 게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심 싸이월드도 모바일로 접속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의 성공에 심취했던 탓인지 아니면 스마트폰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탓인지 모바일로 전환하는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뒤늦게 모바일 앱을 출시했지만 소비자의 선택에서 멀어진 후였다.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음에도 혁신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도토리 구매를 강요하는 과도한 유료화 정책도 반감을 샀다. 2011년에는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가 유출되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무려 3500만명의 회원 정보였다. 유출된 데이터에는 주민등록번호, 이름, 비밀번호 등 이용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포함됐다. 싸이월드는 쏟아지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유출도 문제지만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지켜낼 보안 기술을 보유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해 신뢰도는 그야말로 추락했다. 서비스를 떠나는 이도 늘었다.

2010년대초부터 싸이월드 서비스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카카오스토리를 비롯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신선한 형태의 SNS가 등장했다. 견고했던 인기 SNS 서비스라는 자리도 곧 위태로워졌다. 인터넷 통계 전문업체 랭키닷컴 조사에 따르면 2011년 8월에는 페이스북 방문자 수가 싸이월드 미니홈피 방문자 수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떨어질 때로 떨어진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영상 커뮤니케이션 앱을 서비스하던 에어라이브가 싸이월드를 2016년 인수했다. 전제완 에어라이브 대표는 삼성벤처투자에게서 50억원을 투자금으로 유치하면서 싸이월드를 성장시키려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싸이월드는 생각보다 적은 수익을 가져다줄 뿐이었다. 얼마 안 가 2017년 초 임금 체불 이슈가 터졌다. 경영난으로 직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퇴사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2019년 10월에는 싸이월드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서버 유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지나간 사진을 다운로드받기 위해 싸이월드에 접속한 이들은 당황했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싸이월드에 올라간 자신들의 사진이나 동영상 등 개인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비록 관심에서 멀어졌어도 싸이월드를 추억하는 이가 적지 않고 미니홈피에는 지나간 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최근 뉴스를 장식한 것이 있다. 끝난 줄 알았던 싸이월드가 5월 말부터 서비스를 재개한다는 소식이었다. 서비스도 PC와 모바일 버전 모두 제공된다.

싸이월드를 부활시키는 곳은 싸이월드제트(Z)다. 스카이이앤엠, 인트로메딕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 5개사가 모여 공동설립했다. 싸이월드Z는 10억원을 주고 싸이월드 서비스 운영 권한을 가져왔다. 현재 싸이월드를 살려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싸이월드는 ‘Old & New’ 모두 만족시킬까?

아무리 전국민적 인기를 누렸더라도 트렌드에 밀려나 잊힌 서비스라면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각도로 신경 쓰는 모습이다.

전혀 다른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면 ‘싸이월드’라는 이름을 가져올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때 그 ‘싸이감성’을 잘 구현해내는 것이 포인트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달라야 한다.

기존 싸이월드에서 선보였던 낯익은 기능들은 다시 만나게 된다. 미니미, 도토리와 같이 핵심적인 기능은 모두 살린다고 밝혔다.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기능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세계를 말하며 가상화폐를 통해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과거를 떠올려보면 싸이월드가 딱 그런 곳이었다. 당시에는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으나 지나고 나서 보니 싸이월드가 1세대 메타버스였다는 주장도 그 때문에 나온다다.

싸이월드는 기존 클래식 버전과 메타버스 버전을 함께 소개한다고 밝혔다. 클래식 버전에서는 2D 미니미를 기반으로 오래된 이용자를 만족시킬 것이며 메타버스 버전에서는 NFT 거래를 하고 3D 미니미를 구현해 새로운 이용자를 유입시킬 계획이다.

도토리 환불도 진행한다. 서비스가 중단된 2019년 10월 당시 회원수는 약 1천 100만명이다. 도토리 잔액은 약 39억원에 달한다. 도토리가 보유한 이용자는 현금으로 환불받거나 2배 진화된 도토리로 교환해준다고 밝혔다.

아이디 찾기 예약 서비스도 시작했다. 예전에 사용하던 아이디를 찾고 실명 인증하면 도토리와 싸이클럽 토큰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아쉽게도 싸이월드를 향한 기대감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본다면 다시 찾아와준 추억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으로는 충분할 것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 Advertisement -

Related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