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리, 미국서 10년 만에 남동생 태어났다

- Advertisement -

시리(Siri)는 애플에서 2011년 말에 발표한 음성 비서 서비스다. “시리야”라고 말하거나 기기의 측면 버튼을 길게 누르면 시리를 부를 수 있으며, 음성으로 간단한 명령과 기기 동작을 지시할 수 있다. 현재는 아이폰뿐만 아니라 애플워치, 맥, 애플 TV에 이르기까지 애플이 만드는 기기 전반에 탑재돼 편리함을 더해주고 있다.

시리는 지시한 명령이나 말한 내용에 따라 적절한 대답을 한다. “시리야, 안녕”이라고 말하면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에 변화가 생겼다. iOS 14.5 버전에서 미국판 시리에 남성 목소리가 추가된 것. 그동안 미국 시리는 여성 목소리로만 대답했다. 애플 음성 비서 서비스가 출시된 지 무려 10년 만에 남자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오랫동안 음성 비서 서비스의 목소리는 여성의 비중이 컸다. 애플 시리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 아마존의 ‘알렉사(Alexa)’도 출시 당시에는 여성 목소리만 지원했다가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남성 목소리가 추가됐다.

하지만 미국 시리는 오랫동안 여성 목소리로만 응답해왔다. 이 때문에 많은 단체와 매체에서 “왜 음성 비서의 목소리는 여성이어야만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거나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으며, “역사적으로 여성이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해왔기 때문에 음성 비서도 자연스럽게 여성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라며 사회적 인식을 주요 이유로 꼽기도 했다.

음성 비서의 목소리가 여성인 이유에 대해 서비스를 개발/제공하는 관계자들은 사전 조사를 해보니 소비자들은 여성 목소리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단다. 남성은 대부분 여성 목소리를 선호하고, 여성의 선호도는 절반씩 갈렸다고. 아마존에서는 알렉사의 목소리가 여성일 때 매출이 더 증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과학적 근거도 있다. “여성 목소리의 음역대가 남성 목소리보다 귀에 잘 들리는 편이다”라는 의견이다. 음역대가 낮은 남성 목소리는 비교적 웅웅거리며 울리는 편인데, 음역대가 높은 여성 목소리는 멀리까지 명확하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화적 특성이나 사회적 인식이 아예 배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사용하는 애플 시리는 남성 목소리가 기본값으로 설정돼있는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옛날 영국에는 남자 하인을 두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반영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영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서가 여성이라는 인식이 약한 문화권이기 때문에 일부러 남성 목소리를 기본값으로 적용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애플은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미국 시리에 남성 목소리를 추가한 이유로 “우리가 사는 세계의 다양성을 서비스에 더 잘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성평등 가치관이 부각되고 사회적 인식이 바뀌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리의 미국인 남성 목소리는 iOS 14.5 개발자 베타 6부터 들어볼 수 있다. 해당 펌웨어가 적용된 기기에서 [Siri 음성] 설정에 들어가 보면 ‘미국인(American)’ 옵션에 음성이 1부터 4까지 4종류 선택할 수 있게 돼있다. 이중 1번과 3번은 남성 목소리, 2번과 4번은 여성 목소리다. 원하는 번호를 선택하면 해당 음성 팩 파일을 다운받아 설치할 수 있다.

개발자 베타 펌웨어는 iOS 기기에서 사파리 브라우저를 통해 베타 프로필 웹사이트에 접속해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발자를 위한 베타 버전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오류나 앱 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 일반 사용자의 설치는 권장하지 않는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 Advertisement -

Related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