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디카’ 닮아가는 시네마 캠코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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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디지털 카메라는 사진 촬영이 메인이고, 동영상은 일종의 덤이었다. 하지만 지금 많이 쓰이는 디지털 카메라는 사진 촬영 만큼이나 동영상 기능도 중요하게 여긴다. 아예 동영상을 메인으로 내세운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가 있을 정도다.

반대로 캠코더는 동영상 촬영이 메인이다. 형태 또한 디카와는 완전히 다르다. 다소 길쭉한 모양새에 작은 프리뷰 화면을 옆으로 펼쳐 촬영을 한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학예회가 열리면 꼭 캠코더를 들고 와서 자녀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는 학부모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방송이나 영화 촬영에 쓰이는 시네마 캠코더, 일명 ‘시네캠’도 크기만 다를 뿐 기본적인 형태는 비슷하다. 전문적인 기능이 훨씬 많이 적용된 만큼 버튼과 스위치가 많아지고 부피와 무게가 늘어났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캠코더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영상용 카메라가 점점 우리에게 친숙한 ‘디카’와 비슷한 모양이 출시되면서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일부 모델이긴 하지만, 캠코더라는 이름의 제품임에도 디카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카메라 시장의 변화가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파나소닉 BGH1

작년 10월 카메라 제조사 파나소닉에서 루믹스 DC-BGH1이라는 시네마 캠코더를 출시했다. BGH1의 디자인은 기존의 길쭉하고 거대한 캠코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선사한다. 거의 정육면체에 가까운 큐브 타입 디자인에 디스플레이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파나소닉 BGH1 뒷면

디스플레이가 있어야 할 후면에는 배터리 슬롯과 USB, HDMI, 마이크 및 헤드폰, 유선랜 등의 입출력 단자가 빼곡하다. 보통 영상 촬영 전문가들은 카메라 내장 디스플레이보다는 외장 모니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과감히 내장 디스플레이를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

파나소닉 BGH1 윗면

다이얼과 다양한 기능 버튼은 카메라 상단과 앞쪽으로 배치했다. 상하좌우에는 카메라/영상 장비에 흔히 쓰이는 1/4인치 나사홀이 3개씩 배치해 핸들이나 외장 모니터, 삼각대, 슬라이더 등 다양한 확장 액세서리를 장착할 수 있게 했다.

BGH1은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하게 없애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손에 익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본체 무게가 545g으로 시네마 캠코더 중에서는 굉장히 가벼운 편이며 크기도 한 변이 10cm를 넘지 않기 때문에 드론에 장착해 항공 영상을 촬영할 수도 있다.

캐논 EOS C70

카메라 시장 부동의 1위를 자랑하는 캐논도 시네캠의 변화 흐름에 탑승했다. 캐논이 작년 9월 공개한 시네마 카메라 EOS C70 또한 기존의 크고 둔탁한 시네캠 형태에서 탈피했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EOS R 시리즈에 더 가까운 디자인을 채용했으며, 무게도 약 1.1kg으로 이전 제품들에 비해 꽤 가벼워졌다.

캐논 EOS C70

다만 다양한 기능 스위치와 조작계를 적용하다 보니 본체 부피는 일반적인 미러리스 카메라에 비해 훨씬 큰 편이고, 몇몇 버튼은 스위블 화면을 옆으로 펼쳐야 드러나는 등 아직 캠코더 같은 느낌을 주는 부분도 남아있다.

EOS C70의 가장 큰 변화점은 기존 DSLR용 EF 마운트가 아닌 캐논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용 RF 마운트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렌즈 마운트 어댑터를 장착하면 EF 렌즈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선택할 수 있는 렌즈가 굉장히 많아진 것. C70을 손으로 들고 다니면서 촬영하겠다면 RF 또는 EF 렌즈를, 좀 더 전문적인 줌/초점 연출이 필요하다면 EF 마운트 중 시네 계열 렌즈를 사용하면 된다.

소니 FX3

최근 소니도 시네마 캠코더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얼마전 출시한 FX3가 그 주인공으로 모델명으로 보면 분명 시네캠 라인업 제품이다. 그런데 디자인은 영락없는 미러리스 카메라 그 자체다. 알파 시리즈와 부피, 무게에서 대동소이할 만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소니 FX3

사실 FX3는 A7S3를 하드웨어를 고스란히 가져와 시네캠 요소를 추가한 제품이다. 쿨링 팬을 장착해 장시간 촬영도 문제 없도록 보완했으며, 상하좌우에 1/4인치 나사홀이 있어 별도로 케이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영상 촬영에 도움되는 확장 액세서리를 장착할 수 있다. 여기에 마이크를 장착할 수 있는 탑핸들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소니 FX3

시네캠에 어울리도록 동영상 촬영 버튼을 새롭게 디자인했으며, 셔터 버튼 쪽에 줌 레버도 추가했다. 파워줌 렌즈(모델명이 SELP로 시작)를 장착하면 렌즈의 줌 링을 돌리지 않아도 줌 레버를 당기는 것만으로 화각을 바꿀 수 있으며, 단렌즈도 디지털 줌이 된다. 해당 기능은 A7 시리즈에도 적용되어 있지만, 메뉴 화면에서 찾아야 했다.

UX(사용자 경험)도 기존 소니 카메라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전에 소니 카메라를 사용해 본 적이 있다면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피사체의 눈에 초점을 맞춰주는 리얼타임 Eye AF로 움직이는 사람도 초점을 쉽게 맞출 수 있으며, 수동 초점도 피사체 터치 한번으로 손쉽게 맞출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3가지 시네마 캠코더에는 주목할 만한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지원한다는 것. 더 높은 퀄리티의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시간 방송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라이브 방송도 겸하는 크리에이터라면 굳이 외부 촬영용 카메라를 따로 구비해야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탐낼만한 기능이다.

전문적으로 영상을 만드는 1인 크리에이터 중에서는 이미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로 상업용 영상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디카에 들어가는 영상 촬영 성능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어 가능한 부분이다.

이들이 좀 더 나은 영상 퀄리티를 위해 새로운 장비를 마련한다면, 값비싼 방송용 캠코더보다 앞서 소개한 제품이 훨씬 메리트 있는 선택지라 할 수 있다. 1인 크리에이터이기에 자본을 무한정 투자하기도 어렵거니와 익숙한 형태의 제품이기에 사용하기에도 편하다. 어쩌면 시네캠의 이런 변화는 1인 미디어가 유행하는 지금 시장 상황을 반영한 제조사의 전략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캐논 EOS C70은 75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고, 소니 FX3 가격은 500만 원대 초반이다. 파나소닉 BGH1은 200만 원대 후반으로 셋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

물론 이렇게 저렴하고 쓰기 편한 시네마 캠코더가 우후죽순 나타난다고 해서 기존의 거대한 방송용 카메라가 한순간에 자취를 감출 리는 없다. 영화나 방송 분야에서는 가성비보다 고성능을 선호하며, 이미 전문가용 시네마 캠코더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소개한 시네마 캠코더들은 방송용으로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준수한 성능과 다채로운 기능을 품었지만, 방송 분야 보다는 좀 더 가벼운 장비로 품질 좋은 영상을 찍고 싶어 하는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가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인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시네마 카메라가 점점 소형화되고 합리적인 가격에 기존보다 높은 퀄리티의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된다면, 앞으로 영화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맨이 어깨에 거대한 시네마 캠코더를 짊어진 모습이 아니라 양손으로 작은 카메라를 소박하게 든 모습도 훗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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