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댁 ‘로봇 강아지’는 왜 매번 주인이 바뀔까

- Advertisement -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로봇’ 회사. 건방진 수식어라고 느껴질진 모르겠다. 하지만 반발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바로 보스턴 다이내믹스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빼놓고 미래 로봇 기술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특히 이족 보행과 사족보행과 관련한 기술, 균형 유지 등 ‘레그 타입(Leg Type) 로봇’에서는 명실상부 최고다. 이미 공개한 유튜브 영상으로도 기술력을 짐작하게 한다. 발로 차도 잠시 기우뚱하더니 자세를 다잡는 사족보행 로봇. 텀블링을 하는 이족 보행 로봇은 개와 사람을 너무 닮아 공포심까지 주기도 한다. 로봇이 사람을 때리고 총을 빼앗아 쏘는 ‘패러디’ 영상도 등장했는데, 이 또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술력을 반증하는 요소가 아닐까.

올해 처음 개 모습을 한 사족보행 로봇 ‘스팟 미니’를 상용화하면서 30여 년 가까운 연구개발(R&D) 끝에 성과물을 시장에 내놓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이 회사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바로 세 번째 주인을 맞이하게 될 것이란 보도다. 구글에 인수되었다가 소프트뱅크에 팔리고 이번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주인으로 하마평에 오른 것이 바로 현대차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주인이 바뀔 때마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R&D 기업을 품는 회사는 ‘미래’ ‘첨단’이라는 후광 효과를 듬뿍 받는 듯하다. 하지만 좀 잦다. 현대차와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면 인수설에 대해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지만, 실제라면 벌써 세 번째 주인이 바뀌는 것이다. 보스턴 댁 강아지는 왜 주인이 자꾸 바뀌는 것일까.

상용화까지 너무 길었다…지쳐 떨어져 나간 전 주인

첫 번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설립 연도와 상용 제품 출시일을 비교해보자.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MIT에서 분사해 만들어진 연구소 기업이다. 설립 시기가 1992년이다. 중간중간 프로토 타입이 시장에 많이 공개됐고 영상을 통해 번져나가면서 세상 사람들을 감탄하게 만들었지만, 실제 상용 제품이 나온 건 올해다. 28년. 조금만 더하면 30년에 가깝다.

R&D에 특화된 연구소 기업이 제대로 된 성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그 기간이 너무 길었다. 약 30년 동안은 밑 빠진 독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사들인 회사가 아무리 구글, 소프트뱅크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자금 사정이 안 좋으면 눈엣가시 같을 수 있다. 과실을 맺는데 이렇게 긴 시간이 소요된다면 기술 가치는 높더라도 수익성 부분에서는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인수 이후 지난해에도 3700만달러(약 412억원)를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수혈한 바 있다.

콧대 높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술 활용한 시너지 기대 어려웠다

두 번째는 사람이다. 이건 구글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매각하면서 불거진 논란 중 하나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임직원이 콧대가 높다는 걸로 유명하다. 세계 최고 보행 로봇 기술을 확보한 회사인 만큼 자존심은 인정해 줘야 한다. 하지만 인수됐을 때 모회사와의 마찰이 강할 경우 인수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구글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할 때 결정적 역할을 한 건 앤디 루빈이다.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앤디 루빈이 구글을 떠나자 내부적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지탱해 줄 내부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구글 로봇 사업 부문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구글이 매각을 결정했다는 풍문이다. 물론 사람 간의 갈등만으로 회사를 매각할리는 없을 것이다. 당장 사업화하기 힘든 조직이 내부 융합까지 안된다면 지속적으로 품기에는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조직 간 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기술 이전에도 잡음이 들린다. 당장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이 시장에 나오지 않더라고 하더라도 R&D 성과물인 요소 기술들을 모회사가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인수한 ‘맛’이 난다. 하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구글과 소프트뱅크 산하에 있을 때 그렇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나

마지막은 시장이다. 올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드디어 상용 제품을 출시했다. 가격은 7만45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9000만원이다. 여기에 옵션을 더하면 1억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 30여년간 쌓아온 보행 로봇 기술력을 갈아 넣은 제품인 만큼 가격을 납득할 수는 있다. 문제는 수요가 그만큼 있냐는 것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의 용도는 재해 재난 지역의 인명 구조, 사람이 직접 하기 힘든 환경의 산업 현장, 의료 현장 등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한 목장에서 양 떼를 모는 양치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요 시장이 로봇 개에 최적화되지 않았다. 즉 비싼 돈을 주고 양치기로 로봇을 구매할 필요성이 크게 없는 것이다. 이는 재해 재난, 산업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그 환경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그 효용성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 기술이 너무 앞서 나간 탓이다.

올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출시한 스팟 미니는 지금까지 약 250~260대 정도 팔렸다고 한다. 대당 가격이 워낙 나가다 보니 매출은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수요가 지속적으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현재 팔린 스팟 미니도 산업 현장에서 뛰고 있다기보다는 연구용으로 보다 많이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구매한다면? 구글과 소프트뱅크처럼 혁신을 노래하는 글로벌 기업도 포기한 이 회사를 현대차가 사면 다를까. 여러 과제는 있지만 구글과 소프트뱅크와는 조금 상황이 다를 수 있다.

현대차는 전 주인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현대차 경우 수장이 나서 로봇 사업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다. 앞으로 현대차의 생산품 20%가 로봇 분야일 것이라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만큼 의지는 투철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조직 운영 문제가 이미 불거진 만큼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현대차도 앞선 ‘로봇 개’ 주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물론 외신에서는 인수 가격, 기술 이전, 조직 운영 등 여러 방면에서 협상을 하다 인수 작업이 엎어질 수도 있다며 확신을 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문제의 수익성도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일단 수십 년간 투자 끝에 열매가 맺긴 맺었다. 게다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이런 보행 로봇 기술만으로는 생존이 어렵겠다고 느꼈는지, 산업 시장에 대해 조금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22년엔 물류 시장에 진출, 산업 현장에 맞는 로봇을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격은 10억달러라는 이야기가 돈다. 구글이 소프트뱅크에 판매할 당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1억달러 수준이 아니었냐는 풍문도 있다. 2년 사이에 가격이 상당히 뛰었지만, 연이은 펀드 투자 실패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소프트뱅크와는 달리 현대차는 ‘총알’도 넉넉한 편이다.

앞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누구의 품에 안길까.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과거 구글이 이 회사를 매물로 내놓았을 때 아마존이나 도요타가 새 주인으로 하마평에 올랐지만, 갑자기 소프트뱅크가 튀어나와 목줄을 달았다. 현대차가 인수 협상 중이라고 하지만 실제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 개를 안아 올리는 주인은 엉뚱한 곳에서도 나올 수도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 Advertisement -

댓글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Related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