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고칠 일 있으면 빨간 모자 쓴 사람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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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고칠 일 있으면 빨간 모자 쓴 사람을 찾아라”

이 말은 곧 레드햇의 역사이자 정체성이다. 오픈소스계를 넘어 정보기술(IT)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한 레드햇의 역사는 그 이름처럼 ‘빨간 모자’와 함께 한다. ‘컴퓨터를 고칠 일이 있으면’이 ‘IT를 하려면’으로 바뀐 것만 제외하곤 말이다.

레드햇은 ‘빨간 모자’ 보다 정확하게는 ‘빨간 중절모’를 쓴 사람인 ‘섀도맨’에서 시작됐다. 레드햇 초창기 로고이기도 하다. 이 섀도맨은 레드햇 공동 창업자 마크 유잉을 본떠 탄생했다. 마크 유잉은 미국 카네기멜런대 컴퓨터학과 출신이다. 대학 때 그는 빨간 모자를 항상 쓰고 다녔는데, 할아버지의 코넬대학 라크로스 팀 모자였다.

마크 유잉은 왜 빨간 모자를 쓰고 다녔을까. 풍문으로는 컴퓨터를 사용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마크 유잉)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배려’이자 ‘서비스’였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카네기멜런대에서는 컴퓨터를 사용하다가 해결하기 힘든 일이 발생하면 “빨간 모자 쓴 사람을 찾아라”라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컴퓨터 전문가로서 그의 ‘동네’에서는 꽤 유명했던 마크 유잉이 바로 레드햇 리눅스 배포판을 개발했다. 레드햇 리눅스 이전에도 리눅스 배포판이 있었다. 슬랙웨어와 데비안 등 일부 배포판의 인기는 상당했다. 마크 유잉의 레드햇 리눅스가 세상에 제대로 알려진 건 사업가 밥 영이 등장하면서부터다.

밥 영은 사업가였다. ACC라는 소프트웨어 판매 회사를 가지고 있었다. 밥 영은 여러 리눅스 배포판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레드햇 리눅스에 매료돼 레드햇 리눅스를 CD에 담아 판매하기 시작했다. 다른 리눅스 배포판 판매는 접고 레드햇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곧 ACC와 마크 유잉의 레드햇 리눅스가 인수합병하면서 오늘날의 ‘레드햇’이 탄생했다. 레드햇이 탄생한 건 1993년이지만 ACC와 합병으로 밥 영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건 1995년이다.

오픈소스는 공짜? 핵심은 최적화와 유지관리

이후 레드햇은 오픈소스 생태계 조성에 집중했다. 리눅스 자체가 오픈소스고 리눅스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IT 시장에서는 고민했다. ‘오픈소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했고, 물론 지금도 그런 인식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이런 시장에서 기업, 즉 이익을 창출하는 조직으로서 레드햇의 사업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없진 않았다.

당연히 리눅스 배포판으로는 돈을 벌기 힘들다. 오픈소스의 근간이 바로 ‘개방’이다. 그러나 개방과 무료는 결이 다르다. ‘거의’ 비용을 들지 않고 리눅스를 포함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사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존재한다.

첫 번째가 바로 최적화다. 일부 의존성이 높은 운용체계(OS)나 소프트웨어는 그 OS와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독점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개인이라면 크게 상관없다. 하지만 수요자가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람이 모두 다르듯 기업이라고 어디 똑같은 곳이 존재하겠는가. 기업마다 천차만별이 IT 환경에 리눅스와 같은 오픈소스 솔루션을 가져와 쓰기엔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두 번째가 사후 관리, 혹은 유지 관리다. 어렵게 오픈소스 OS와 소프트웨어를 적용했다고 하더라도 보안과 각종 업데이트, 또 다른 최적화, 유지 관리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도입만 하고 그대로 둘 순 없다. 시시각각 변화는 IT 환경을 따라가야 한다. 오픈소스 전문가를 채용하지 않는 이상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다.

레드햇은 오히려 여기서 오픈소스의 ‘활로’를 봤다. OS를 포함한 레드햇의 각종 솔루션은 오픈소스로 개발해 ‘개방성’을 최대한 유지한다. 오픈소스의 최대 강점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적화와 유지관리는 ‘기업’인 레드햇이 적극 지원한다. 수익은 바로 여기서 창출되는 것이다.

오픈소스의 가치와 수익 모두 잡다! RHEL과 페도라

그래서 레드햇을 이야기할 때 OS 종류와 ‘서브스크립션’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대표적인 레드햇 OS는 두 가지다.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과 페도라다. 계열로 centOS도 있다.

우선 RHEL은 그 뿌리가 레드햇 리눅스다. 2000년까지 레드햇 리눅스 6.2까지 나왔다. 그 이후 레드햇 리눅스는 레드햇 리눅스 어드밴스드 서버(RHAS),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로 변모했다. 이러한 변화는 레드햇의 전략과 오픈소스 생태계가 영향을 미쳤다.

레드햇이 기술 지원(최적화와 유지관리)로 수익을 창출하는데, 그 근간이 되는 기술이 오픈소스 생태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레드햇 리눅스 역시 이런 개방 환경 속에서 활동했지만, 수익화와 개방이라는 투 트랙 전략으로 두 가지 가치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페도라 프로젝트다.

페도라 프로젝트는 레드햇이 지원한다. 레드햇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의 오픈소스 전문가들이 기여하고 있다. 여기서 탄생한 OS인 페도라가 기존 레드햇 리눅스를 대체하게 되고, 이 페도라를 기반으로 RHEL가 새롭게 탄생한다. 페도라 (초기에는 뒤에 코어가 붙었다) 3가 RHEL 4, 페도라 6가 RHEL 5, 페도라 12와 13이 RHEL 6, 페도라 19, 20이 RHEL 7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레드햇과 완전히 독립된, 하지만 기술은 동일한 리눅스를 사용하려면 centOS를 선택하면 된다.

오픈소스의 가치는 페도라 프로젝트로 개방하고, 기업 레드햇은 그렇게 탄생한 페도라를 기반으로 RHEL를 개발한다. RHEL은 기업 레드햇이 개발뿐만 아니라 기술 지원을 하고 이를 통해 수익화한다. 이 수익 일부는 다시 페도라 프로젝트를 지원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RHEL의 수익화 방식이 바로 ‘서브스크립션’이다. 단순히 RHEL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연간 단위로 RHEL를 ‘구독’한다. 구독자인 RHEL 수요 기업은 일정 비용을 지불해 RHEL를 사는 게 아니라 레드햇의 기술 지원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렇게 레드햇은 오픈소스 전문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이 됐다.

가장 성공한 오픈소스 전문 기업

레드햇은 2012년 오픈소스 전문기업 가운데 최초로 연 매출 10억달러를 기록했다. 2016년 회계연도에서 연 매출 20억달러도 돌파했다. 승승장구하는 레드햇은 최근에는 분기 매출 10억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8년 만에 약 4배 정도 성장한 셈이다.

이러한 레드햇의 성장세를 눈여겨본 것이 바로 IBM이다. 2019년 IBM은 340억달러에 레드햇을 인수했다. IT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 합병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픈소스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라는 말도 돌았다.

레드햇은 오픈소스는 공짜, 무료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혁신 기업이자, 오픈소스의 밝은 미래를 상징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오픈소스, 그 가치는 두말할 필요 없이 좋다.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세상의 많은 전문가와 개발자들이 함께 오픈소스 기술 고도화에 참여하니 기술 경쟁력이라는 강점을 꽉 쥐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형성되어야 한다.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자본이 돌아야 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이들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레드햇의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오픈소스가 단순히 개방성에만 매몰되지 않고, 시장에서도 점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 극단적 오픈소스 진영에서는 “오픈소스로는 돈을 벌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이 통용됐더라면, 서버 시장이 리눅스로 무게 중심이 옮겨진다든지,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시장을 호령한다든지, 클라우드 시장이 이만큼 성장하는 일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오픈소스의 정신 그 자체는 흔들려서는 안된다. 레드햇은 페도라 프로젝트의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오픈소스 생태계 확산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레드햇은 1999년 상장 후 25개가 넘는 기업을 인수했다. 상용 소프트웨어 회사를 사더라도 인수 이후에는 이를 오픈소스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레드햇은 자체 특허를 2000여개 보유하고 있었는데 2017년 99% 이상 무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특허권을 집행하지 않기로 했다. 레드햇이 지원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OS, 소프트웨어 스택, 개발자 툴 체인, 미들웨어, 데스크톱, 클라우드 등 450여개에 이른다.

레드햇이 제시한 오픈소스의 미래, 이제는 선택 아닌 필수

오픈소스의 가치와 사업화. 레드햇은 꾸준히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성장할 수 있을까. 최근 레드햇의 ‘2020 엔터프라이즈 오픈소스 현황 보고서’를 보면 오픈소스행 레드햇 열차는 끊임없이 내달릴 수 있을 듯하다. 전 세계 IT 리더 9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95%가 “오픈소스는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기업용 즉 엔터프라이즈 오픈소스 성장세가 계속 지속될 것이란 응답도 77%나 됐다. 이를 통해 독점 소프트웨어의 감소가 이어져 특정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성이 낮아지고 소프트웨어 수요 기업의 개방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엔터프라이즈 오픈소스의 가장 큰 이점에 대해서도 ‘소프트웨어 품질 향상(33%)’과 ‘총 소유비용 절감(30%)’이 꼽혔다.

이제 “컴퓨터 고칠 일이 있으면 빨간 모자 쓴 사람을 찾으라”가 아니라 “IT를 하려면 빨간 모자(레드햇)를 찾아라”, 더 나아가 “IT 하려면 오픈소스를 찾아라”라는 말이 통용되는 시대가 왔다.

레드햇을 통해 오픈소스의 가능성은 확인됐다. 이제 레드햇뿐만 아니라 수많은 오픈소스 전문 기업이 우후죽순 탄생하며 성장 가도를 달릴 차례다. 레드햇은 오픈소스의 미래를 보여주며 길을 닦은 것일 뿐, 역시 오픈소스는 서로가 기술에 대해 논의하며 발전하는 개방형 혁신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제2, 제3의 레드햇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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