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43)정수와 운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자전거 아쿠아덕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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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 있는 수도꼭지만 돌려도 물이 쏟아진다. 물 접근성을 수치화하고 순위를 매긴다면 우리나라는 꽤 상위에 있을 것이다. 모든 나라가 그런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 등 수많은 빈민국가나 개발도상국에서 물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물 자체가 깨끗하지 않다. 대규모 정화시설이 부족하다. 강이나 하천, 혹은 물웅덩이에서 취수해야 한다. 물이 혼탁한 것은 기본이고, 세균이나 박테리아에 오염되어 있어도 특별한 조처가 어렵다. 마시는 물 정도만 겨우 끓여서 사용할 뿐이다. 그 첫 번째는 위생이다.

두 번째는 운송이다.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다. 집이나 마을에서 멀게는 10~20km 떨어진 곳에서 물을 길어와야 한다. 깨끗하지 않지만 물을 얻었다는 만족감도 잠시. 무거운 물통을 들고 한참을 걸어야 한다. 이러한 노동은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개발도상국에서 물을 사용하는데 어려운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아이디어는 많았다. 그리고 실제 상용화 제품도 등장했다. 원통 모양으로 힘을 적게 들이고도 물을 운반하는 ‘히포 롤러’라든지, 진흙 등 현지에 있는 소재만으로 만든 ‘세라믹 정수기’라든지, 많은 적정기술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정수와 운반이라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적정기술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적 디자인 혁신 기업 IDEO 내 ‘아쿠아덕트’팀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다. 총 5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구글과 자전거 제조사 스페셜라이즈드가 주최한 ‘혁신 아니면 죽음(Innovate or Die) 2008’ 콘테스트에 참가했다. 콘테스트 주제는 자전거 동력을 활용한 환경 보호다.

아쿠아덕트 팀은 콘테스트를 준비하는 3주간 아이디어를 만들고 제품을 설계하고 프로토 타입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정수가 가능한 세발자전거 ‘아쿠아덕트’다.

팀이 아쿠아덕트를 만들기로 결정한 건 역시 물 위생 문제가 전 세계 수십억명에게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아쿠아덕트의 기술 원리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페달을 돌려 자전거가 움직이는데 이 단순한 원리에 펌프를 덧붙였다. 즉 아쿠아덕트 자전거에는 물통이 2개 있는데, 페달 동력으로 하나의 물통에서 다른 물통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물만 옮기는 게 아니다. 물이 이동하면서 카본 필터를 거치게 해 자연스레 물을 정수할 수도 있다.

가령 저수지에서 10km 떨어진 곳에서 사는 한 아이가 있다고 하자. 이 아이는 아쿠아덕트를 타고 10km를 이동해 저수지에 도달한다. 그리고 물을 길어 정수전 수통에 담는다. 수통이 가득 차면 자전거를 타고 다시 10km를 돌아오면 된다. 운송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정수가 된다. 집에 도착했을 때 뒤편에 실어둔, 깨끗하지 않은 물은 핸들 앞쪽에 있는 깨끗한 물을 담는 수통으로 이미 옮겨져있다. 카본 필터를 거쳐 나온 물은 끓이지 않아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취수원까지 걸어서 가야 하는 이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리고 무거운 물통을 들고 올 필요 없이 자전거에 실어 돌아올 수 있다. 그 과정에 정수가 되니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다. 물을 얻고 활용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아쿠아 덕트는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아직까지 상용화는 되지 못했지만,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어떻게 탄생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바로 적정 기술의 첫걸음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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