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42)20센트짜리 종이 원심분리기로 말라리아 검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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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는 얼룩날개 모기류에 의해 전파된다. 이 모기류 암컷이 말라리아 원충을 전파시킨다.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고 이 원충이 몸속으로 들어가 감염 증상을 일으킨다. 잠복기가 있지만 일단 증상이 일어나면 오한, 두통, 구역 증세가 나타난다. 심할 경우 적혈구 파괴에 의한 빈혈, 비장의 비정상적 확대, 혈소판 감소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매년 수백 명 정도가 말라리아에 감염된다고 한다. 세계적으로는 1년 동안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사람은 43만5000명 정도다. 특히 위생과 방역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 대륙이나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말라리아 피해를 입는다.

말라리아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고가 현미경 등으로 혈액을 살펴보는데, 의료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제때 말라리아 검사를 받지 못해 건강을 잃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말라리아 환자가 검사와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선 검사만이라도 빠르고 저렴하게 받을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떠올린 사람이 인도 출신 스탠퍼드 대학 마누 프라카시 교수다.

말라리아 검사에 필요한 장비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원심분리기다. 혈액을 채취해 원심분리기로 성분을 나눈다. 혈액 속에서 혈장을 분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말라리아 원충도 따로 떨어져 나온다. 성분 입자의 크기나 밀도 때문이다. 분리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말라리아 원충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심분리기는 수백만 원에 달한다. 전기도 필요하다. 의료 시설이 열악하고 전기 공급도 어려운 지역에서는 어불성설이다. 마누 프라카시 교수는 원심분리기의 기본 원리를 떠올렸다.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한번 회전한 물체가 계속 돌아가려는 ‘회전관성’과 원운동을 하는 물체가 중심에서 바깥으로 힘을 받는 ‘원심력’이 핵심이다.

이 두 가지 원리만 잘 활용하면 고가의 장비가 아니더라도 간단한 원심 분리기 장치를 만들 수 있다. 마누 프라카시 교수가 선택한 소재는 ‘종이’다. 원반 모양의 종이에 가운데 구멍을 뚫고 끈을 연결한다. 끈 양쪽에 나무 손잡이를 장착한다. 나무 손잡이를 잡아당겼다가 놓았다가 하면 원반 형태 종이가 돌아간다. 장난감 실팽이와 같다.

마누 프라카시 교수는 이 종이 원반에 혈액을 담은 작은 튜브를 장착했다. 이 튜브 안에 있는 혈액이 종이 원반이 돌아가면서 분리되기 시작한다. 종이 원심분리기를 1분 30초동안 돌리면 우선 혈장이 분리된다. 그리고 약 15분 동안 돌리면 말라리아 원충도 분리할 수 있다.

마누 프라카시 교수 연구팀은 마다가스카르에서 현장 실험도 실시했고, 실험 결과 성공적으로 말라리아 원충을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개발 초기 당시 마누 프라카시 교수 연구팀이 책정한 종이 원심분리기 ‘페이퍼퓨지’ 가격은 20센트다. 국내에서도 이 원리를 본떠 만든 종이 원심분리기 키트를 2000원 안팎으로 구매할 수 있다. 마누 프라카시 교수는 이러한 적정기술 연구 결과를 2017년 네이처에 ‘손으로 작동하는 초저가 종이 원심분리기’라는 이름으로 논문 발표도 한 바 있다.

한편, 마누 프라카시 교수는 저렴한 가격으로 말라리아 원충을 포함, 기생충을 확인할 수 있는 종이 현미경도 개발한 바 있다. 양산 제품의 가격은 약 3달러다. 말라리아 원충뿐만 아니라 대장균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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