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40)자라는 아이들에게 ‘자라나는 신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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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때 일이다. 대학을 졸업한 켄톤 리는 케냐 나이로비로 여행을 떠났다. 그는 작은 고아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았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먼지가 자욱한 길을 걷다가 옆을 돌아보게 됐다. 흰옷을 입고 자신과 같이 걷고 있는 여자아이였다. 켄톤 리는 그 아이가 신고 있던 신발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신발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아이는 맞지 않는 신발에 억지로 발을 끼워 넣었고, 발가락이 뛰어나온 앞부분을 잘라서 신고 있었다.

켄톤 리는 생각했다. 아이들은 계속 성장한다. 어른과 달리 발 사이즈가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만큼 많은 신발이 필요하다. 1년 전에 신었던 신발도 어느새 작아서 못 신기 일쑤다. 아이들 성장에 맞춰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신발은 없을까. 그렇다면 신발 한 켤레로 오랫동안 신을 수 있을 텐데. 흰옷을 입은 아이처럼 발가락이 닿는 신발 코를 자를 필요가 없을 텐데…

비단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소녀의 일만은 아니다. 개발도상국가나 빈민국에서는 수많은 아이들이 맨발로 생활한다. 앞코가 잘려나간 신발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피부가 그대로 드러난 발로 걷다 보면 상처를 입기 쉽다. 이로 인해 각종 질병에 감염될 가능성도 높다. 신발이 없는 아이들은 토양을 매개로 한 전염병이나 기생충에 특히 취약하다.

켄톤 리는 동료들과 함께 고향인 미국 아이다호로 돌아왔다. 그리고 신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데는 시간이 꽤 걸렸다. 나이로비의 어린 소녀에게 걸맞은, 신발을 신지 못한 수많은 어린이들을 위한 신발은 켄톤 리가 고향에 돌아온 뒤 6년 뒤 완성됐다. 이름은 ‘자라나는 신발(The Shoe That Grows)’다.

자라나는 신발의 핵심은 아이들의 성장에 따라 5단계로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발의 양옆과 앞 부분 3군데에 버클을 달아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버클뿐만 아니라 벨크로를 이용한 신발도 있다. 3군데의 버클이나 벨크로를 짧게 당겨 고정하거나 길게 늘려 고정하면서 신발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내구성도 제법 신경을 쓴 부분이다. 신발을 신을 수 없는 아이들은 대부분 가정 형편이 좋지 못하다. 가족 단위가 아니라 지역 사회, 나아가 국가 자체가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한번 신발을 사면 오래 신을 수 있어야 한다. 켄톤 리는 신발 업계 전문가들과 협력해 압축 고무, 항균 합성 가죽, 벨크로 스트랩 등 재료 신발을 만들었다. 디자인은 단순화했다. 유지 보수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자라나는 신발의 평균 수명은 약 5년이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5년은 크기에 따라 꽤 많은 신발이 필요한 기간이다. 하지만 자라나는 신발은 한 켤레만 있으면 된다. 켄톤 리도 직접 이 자라나는 신발 하나만 신고 4년 넘게 버텼다고 한다.

자라나는 신발을 만드는 과정에서 켄톤 리는 동료들과 비영리 단체를 만들었다. ‘비코즈 인터내셔널’이라는 단체다. 자라나는 신발의 생산과 유통, 홍보 활동을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직이다. 이들은 자라나는 신발의 양산을 본격적으로 착수하는데, 적정 기술이 될 법한 여러 요소를 고민했다.

첫째 가격이다. 저렴해야 하며 지속 가능해야 한다. 5년간 신을 수 있는 자라나는 신발의 가격은 20달러다. 모두 기부 형태로 공급된다. 비코즈 인터내셔널은 이 20달러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했다. 우선 재료와 생산을 위한 노동력(인건비), 유통에 필요한 비용이 12.11달러다. 결제 처리와 포장 등 주문과 관련된 비용이 2.24달러다. 자라나는 신발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위해 비코즈 인터내셔널 팀원의 급여에는 2.37달러, 운영비에 0.97달러가 든다.

지속적으로 제품을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개발(R&D)도 중요하다. 신발 한 켤레 비용 가운데 R&D 명목으로 빠지는 금액은 0.66달러다. 그리고 지역 생산 인프라 확충에 1.65달러가 배정된다. 이 지역 생산 인프라 확충이 상당히 중요하다. 비코즈 인터내셔널은 이를 ‘미션’ 비용이라고도 부른다. 자라나는 신발은 초기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에서 주로 만들었다. 하지만 자라나는 신발이 필요한 개발도상국과 빈민국가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판단, 공장을 확충하고 있다.

비코즈 인터내셔널은 2018년 동아프리카 지역에 신발을 공급하기 위해 에티오피아에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여기에서만 3만 켤레 이상의 자라나는 신발을 만들었다. 이후 아이티에서도 신발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2019년 9월 케냐에서도 생산 시설을 확보해 자라나는 신발을 생산했다. 2019년 11월부터는 모든 신발을 현지 제조업체와 협력해 케냐에서 생산하고 있다.

비코즈 인터내셔널은 “우리의 목표는 제품을 많이 유통하는 국가와 지역에서 혁신적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라며 “지역 생산은 일자리 창출, 탄소 발자국 감소, 배송 비용 절감 등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실질적이고 측정 가능하며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위한 기회를 만들면서 빈곤의 악순환을 막는데 ‘생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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