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위챗, 트럼프 ‘본진’에서 소송전…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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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송은 예견된 일이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물기 마련이다.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집중적으로 두들겨 맞던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조금이나마 반격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중국 앱 퇴출’이라며 불도저 식으로 밀어붙인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앱 모회사와 사용자 단체로부터 제소 당할 처지에 놓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소송전에서도 미중 무역 분쟁처럼 강행 돌파에 나설까. ‘중국 앱’은 소송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소송전을 준비하는 곳은 틱톡과 위챗이다. 세계 다운로드 순위 1위 앱과 중화권에서 10억명이 사용하는 메신저 앱이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최근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챗 경우 사용자가 중심이 돼 나섰다. ‘미국 위챗 사용자 연합’을 꾸린 소규모 비영리단체와 일부 개인이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집단 소송을 냈다.

다른 듯 닮은 이들이 공격하는 건 딱 하나다. 바로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이다. 8월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위챗 모기업 텐센트와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의 미국 내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해당 앱을 사용하는 것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틱톡(바이트댄스), 위챗 측(사용자 모임)은 이 행정명령을 걸고넘어진 것이다. 이 소송전의 향방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 명령부터 틱톡·위챗 측 소송 근거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틱톡·위챗 측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은 ‘위헌'”

수년간 이어져 온 미중 무역 갈등은 끝이 없는 듯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첫 타격이었던 화웨이는 일찌감치 미국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명분은 역시 하나다. 2012년부터 제기되어 온 미국 안보 위협이다. 화웨이 통신 장비가 미국의 주요 정보를 빼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이를 토대로 화웨이와 거래 제한 행정 명령을 발동했다.

틱톡과 위챗에 대한 행정명령은 중국을 공격하기 위한 미국의 2차 공격에 가깝다. 공격의 근거는 화웨이 때와 동일하다. 미국인의 개인 정보 유출과 국가 안보 위협이다. 두 앱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텐센트에 대한 거래 금지도 화웨이와 유사한 방법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 상원에서 ‘정부 기기 내 틱톡 사용 금지 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 시키기 전날 “중국에 모기업을 둔 틱톡이나 위챗 같은 앱은 중국 공산당 콘텐츠 검열에 의한 수단이자 미국 시민의 개인 정보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틱톡과 위챗 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근거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것도 국가 안보 위협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서 취한 행정 명령은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소송 이유를 들었다. 틱톡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은 부당한 적법 절차”라면서 “1년 가까이 미 행정부와 이견 조율을 시도했지만, 미국은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챗 측도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 명령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했다”면서 “(위챗을 많이 사용하는) 중국계 미국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언론·출판의 자유 및 적법 절차의 동등한 적용과 권리를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틱톡과 위챗 측은 미국의 최상위 법인 헌법을 들고 나섰다. 위챗 측이 끌고 온 것 미국의 수정헌법 1조와 5조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의회는 종교를 만들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금지하거나,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정부를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떤 법률도 만들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또 5조에서는 “(전략)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생명이나 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 당해서는 안된다. 또 사유재산권은 정당한 보상 없이는 공익 목적을 위하여 수용되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틱톡과 위챗이 소셜미디어라는 점을 활용해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와, 적법 절차에 의하지 않고 재산을 박탈 당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곧 위챗의 주장이다. 시장에서는 자유롭게 표현하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적법한 절차 없이 ‘제재’하는 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화웨이도 패소했는데…

틱톡과 위챗 측이 미국 수정 헌법이라는 거대한 논리 근거를 앞세웠지만, 실제 승기를 잡을지는 미지수다. 전례를 보면 소송에 패할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인다. 바로 화웨이가 같은 방식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소송을 제기하며 역전 승을 노렸지만, 실패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2019년 3월 미국 정부가 화웨이 제품을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걸 금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화웨이 판매 제한에 대한 미국의 법적 근거는 국방수권법(NDAA) 제 889조였다. NDAA는 미국 안보와 관련한 모든 정치적 군사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안이다. 제 889조는 중국이 소유 혹은 통제하거나 그렇다고 추정되는 기업 통신 장비와 서비스를 미국 행정기관이 조달하거나 계약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는 이러한 NDAA 889조에 기반을 뒀다. 화웨이는 “NDAA 889조는 어떤 행정 또는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모든 미국 정부 기관이 화웨이 장비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했다”면서 “화웨이 장비와 서비스를 구매한 제 3자와도 계약 체결이나 자금 지원 및 대출을 금지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화웨이도 곧장 반격에 나섰다. 바로 위헌 소송이다. 화웨이는 NDAA가 미국 헌법 가운데 적법 절차 조항(수정 헌법 5조)을 위반한 것”이라고 소장에 명시한 바 있다. 궈핑 화웨이 순환 회장은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은 지금까지 화웨이 제품 판매 제한을 위한 어떤 근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화웨이는 어쩔 수 없이 법적 조치를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고 소송 배경을 밝혔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적진에서의 싸움은 만만치 않았다. 결론적으로 화웨이의 완패였다. 올해 초 화웨이 소를 담당한 연방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은 “연방 정부와의 계약은 헌법적으로 보장된 권리가 아니다”면서 “2019년 회계연도 NDAA에 의해 화웨이 제품 구매를 금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즉 화웨이의 NDAA 위헌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틱톡과 위챗을 제재하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 명령도 이 NDAA가 핵심 명분이다. 틱톡과 위챗의 위헌 소송 제기도 NDAA를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판례가 미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을 보아, 틱톡과 위챗이 소송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백악관은 틱톡과 위챗 측의 소송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마지막 카드 던지기

틱톡과 위챗 측은 왜 앞날이 불투명한 승부에 나섰을까. 그것도 적진에서 말이다.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텐센트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우선 틱톡 경우 미국 사업을 미국 정보기술(IT) 회사에 매각할 처지에 놓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트위터 등이 매수자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만약 매각 절차가 지금 상황대로 흘러가면 바이트댄스는 틱톡을 뺏기듯 팔수밖에 없다. 앞서 바이트댄스는 “1년 가까이 미 행정부와 이견 조율”을 했지만, 바이트댄스가 원하는 조건으로는 도저히 매각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송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져, 매각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손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미국 내 틱톡 자산을 90일 이내 처분하라는 트럼프 대통령 행정 명령은 사법 심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이 매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위챗은 당장 크게 잃을 것이 없다. 틱톡이야 미국 10대들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했지만, 위챗은 메신저 점유율이 매우 낮다. 위챗 이용자층이 그만큼 얇다는 의미다. 하지만 위챗은 텐센트 시장 확대의 선봉장 역할을 할 잠재력이 있다. 위챗을 시작으로 텐센트가 주력하는 모바일 게임과 결제 서비스가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면, 미국은 다시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텐센트의 어떤 서비스가 틱톡과 같은 위상을 가질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위챗을 제재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연결 고리를 완전 끊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일부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소송전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미중 무역 갈등이 확산할지, 소강할지 갈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워낙 양국 갈등의 전선이 넓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에 장기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의 제재 행보에 중국은 또 어떤 반응을 내놓을까.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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