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로 본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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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5. 발단은 이 짧은 암호명 같은 법이다. 정식 명칭은 어셈블리빌5. 2019년 가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서명한 법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발효됐다.

AB5는 계약 노동자를 회사가 고용한 직원으로 재분류하는 게 핵심이다. 즉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자영업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이들이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인가, 아니면 특수한 독립 사업자인가를 명료하게 구분하자는 취지다. 회사와 계약을 했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긱 워커(Gig Worker)’를 위한 법으로도 불린다.

AB5가 왜 긱 워커를 위한 법인가. 긱 워커는 1920년 유행하던 임시 연주자들을 칭하는 말이었다. 특히 재즈 쪽에 이런 긱 워커들이 많았는데, 연주자가 필요한 밴드와 일자리가 필요한 재즈 연주자를 클럽 등이 연결해 줘 일자리 공급과 수요를 맞췄다.

오늘날 공유경제가 주목받으면서 긱 워커가 다시 부상했다. 본업 외 자투리 시간에도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과 노동력이 필요한 사람을 매칭해줘 일자리 공급과 수요를 맞춘다. 일자리를 주선했던 클럽 역할은 플랫폼이 맡았다. 대표적인 것이 우버다. 자신의 차량(악기)과 노동력(연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원하는 시간대에 운전기사 일을 하며 수익을 얻는다.

AB5는 우버를 비롯한 플랫폼 노동자를 주 ‘보호 대상’으로 삼는다. 겉으로 봤을 때는 분명 회사에 고용된 직원인데도 특수한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노동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보호받지 못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AB5가 플랫폼 노동자들의 특수한 계약 형태를 아예 부정한 건 아니다. 특수 계약직과 직원을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는 ‘직원이 회사 통제로부터 자유로운가’다. 두 번째 ‘회사 비즈니스의 핵심이 아닌 일을 하는가’ 마지막으로’ 같은 업종에서 독립적인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가’다. 이 세 가지 질문에 모두 ‘예(Yes)’라고 하면 특수 계약은 인정된다. 즉 회사가 고용한 직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근로자성’이 없다는 걸 인정받아야 직원이 아니라는 것인데, 이 입증 책임을 회사가 지도록 했다.

캘리포니아 법원 “우버 운전자는 근로자”

우버는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5월 하비에르 베세라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이 우버를 기소했다. 리프트도 함께 기소했다. 우버와 리프트가 AB5를 위반해 직원으로 분류해야 할 우버 운전자를 특수 계약 관계로 두고 있다는 것이 소송의 근거다. 그리고 8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은 우버와 리프트에게 운전자를 직원으로 재분류하라고 명령했다. 즉 우버 운전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이다.

우버 운전자는 우버가 정한 임금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 큰 틀에서 보면 승객이 지불한 돈을 우버 운전자가 받고 우버는 플랫폼 이용료(수수료)를 운전자에게 받는 모양새지만, 우버가 기초 금액, 거리(마일) 당 금액, 시간당 금액을 결정해 우버 운전자에게 지불하는 구조다.

외형상으로는 계약 관계지만 우버의 우월적 지위를 무시할 순 없다. 우버 정책에 따라야 우버 운전자가 될 수 있고, 우버가 정한 임금 체계에 따라 돈을 벌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이 우버와 리프트 운전자를 직원으로 분류하라고 명령한 것도 이런 고용 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우버 정책에 따르고 우버가 정한 임금 방식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직원이 회사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라는 것이라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우버 운전자의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우버 운전자를 직원으로 분류(채용) 하는 게 우버에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나라마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있다. 자유 경제를 신봉하고 당사자 간 계약을 존중하는 미국 또한 마찬가지다. 기업보다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가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최저임금과 연장 근로 수당 등 기본적인 근로자 보호 기준이 마련돼 있다.

지금은 우버와 운전자 간 관계가 철저한 계약 관계라 우버 운전자는 특수 계약 사업자에 해당된다. 즉 우버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최저임금, 연장 근로 수당 등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사회보장 보험, 유급 휴가 등도 당연히 없다. 만약 우버가 ‘직원(근로자)’으로 분류되면 우버는 이러한 최저임금 보장과 연장 근로 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즉 우버에게는 새로운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버, 근로자 보호 위한 비용 증가 예상

우버 운전자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임금 체계 등 정책을 좌우했던 우버에게 우버 운전자의 근로자성 인정은 엄청난 ‘리스크’다. 공유 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시작했지만, 기존 고용 관계라는 법의 테두리 안에 갇히기 때문에 사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만 우버 운전자가 수천 명이 되는데, 이들을 모두 고용해 ‘추가적인’ 임금을 지급하고 관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주가는 급락하고 최악의 상황에는 사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다른 주 혹은 다른 나라에 AB5가 영향을 미친다면, 우버의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버는 즉각 항소하기로 했다. 우버 입장에서는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의 판결을 선례로 남겨서는 안된다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다라 코로스샤히 우버 CEO는 판결 이후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법원 명령이 바뀌지 않으면 11월까지 서비스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비스 중단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던진 것이다.

왜 11월일까. 우버와 리프트는 11월 캘리포니아 주민을 상대로 주민 투표를 실시, AB5 법 자체를 무력화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그전까지 서비스 중단이라는 카드로 법원을 압박하는 동시에 우버 플랫폼을 활용하지 못하는 운전자와 승객(캘리포니아 주민)을 상대로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우버 운전자가 ‘직원’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분위기도 우버에게는 좋은 카드다. 지난해 라이드쉐어 가이 블로그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 플랫폼 운전자들은 지금과 같은 특수 계약직 상태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으로 고용되길 원하는 응답자는 15.8%에 불과했다. 우버와 리프트는 소송 과정에서도 “운전자들도 직원으로 재분류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일부 운전자에게 AB5 법이 인기 없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소송은 인기 테스트가 아니다”라며 항변을 일축했다. 또 “수천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법적인 의무를 피해 갈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만약 11월 캘리포니아 주민 투표로 AB5 법이 무력화되지 않는다면, 우버는 아예 이러한 고용 의무를 하청업체에게 맡기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자 지위 논란도 현재 진행형

공유경제는 단순히 캘리포니아 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플랫폼 노동자를 통한 공유 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플랫폼 노동자는 어떤 지위에 있을까. 회사에 소속된 직원으로 분류될까. 아니면 특수 계약 관계를 맺은 독립 사업자일까.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도 AB5와 같은 법적 기준이 있냐를 살펴봐야 한다. 앞서 각국에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이 존재한다고 했다. 우라 나라에도 당연히 있다. 바로 근로기준법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정의가 내려져있는데 2조 1항에 보면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정의 내리고 있다. 다만 단순히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지휘·명령에 따라 근로하는데, 이를 사용종속관계라고 한다.

즉 우리나라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용종속 관계에 있어야 하고,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해야 하고, 임금을 받아야 한다. 몇 가지는 캘리포니아의 AB5의 유사한 성격이 있다.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느냐와 그렇지 않으냐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만약 캘리포니아의 우버 운전자처럼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자성을 인정받으면 소정의 근로시간을 지켜야 하며, 고용 보함 등 각종 사회 보험에 가입 및 수급할 권리가 생기며, 최저임금과 연장 근로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 물론 사업체 규모에 따라 적용의 차이는 존재한다.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자냐 독립 사업자냐에 대한 논쟁은 우리나라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경우에 따라 다르다. 즉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인데, 개별 사안에 따라 법원이나 노사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제 행정기관 노동위원회 판단으로 가려지고 있다. 현재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건 ‘타다’ 운전사가 대표적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타다 운전사가 운영사인 VCNC와 쏘카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 외에도 대리 기사와 오토바이 배달 대행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자인지에 대한 치열한 법리 다툼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막 꽃을 피기 시작한 공유 경제인만큼 사안마다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다. 다만 세계적인 노동법 추세는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 보호를 강화하는 경향인 만큼,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 또한 정부에서도 특수고용직 보호를 위해 고용 보험을 강화하는 등 플랫폼 노동자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우버 사례로 보듯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해 보호할수록 이를 고려하지 못하고 사업을 추진해 온 플랫폼 사업자에겐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자의 수는 50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공유 경제와 플랫폼 노동 시장 확대에 따라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향후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는 어떻게 변화할까.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를 활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행보는 어떨지 주목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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