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38)인도네시아를 넘어 세계로 향하는 적정기술 정수기 ‘나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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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히드릭은 비정부기구(NGO)에 소속된 자원봉사자이자 사회활동가다. 그는 2014년 수십만명의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인도네시아 쓰나미 현장에서 자원봉사했다. 쓰나미로 인해 지하수와 우물 등이 상당 부분 오염됐다. 마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리사 히드릭은 자신이 마신 물을 정수하기 위해 현지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처음으로 정수 필터를 만들었다.

리사 히드릭은 이 정수 필터가 자신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많은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쓰나미 피해로 인도네시아에서 깨끗한 물을 쉽게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쓰나미로 인한 일회성 수요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인도네시아 빈민가에서는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는 사람이 많았고, 오염된 우물이나 지하수를 마시다 탈이 나는 경우도 빈번했다. 리사 히드릭이 적정기술로 나자바(Nazava) 필터를 고안하게 된 배경이다.

나자바 필터는 은나노와 활성탄을 섞어 자기(세라믹)로 구워낸 원통형 필터다. 세라믹은 매우 작은 기공이 안에 들어 있어 정수 효과가 탁월하다. 이미 1827년부터 물을 정수하는데 세라믹 필터를 이용했다. 특히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필터는 살균 작용에 효과가 있다는 은 나노 입자를 포함시켰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 있는 코코넛 껍질을 이용, 활성탄을 만들어 필터에 적용했다.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해 적정기술의 조건을 만족시키고자 했다.

원통 모양의 나자바 필터는 두 개의 수통을 결합한 장치의 윗부분에 결합시킨다. 상단 통과 하단 통에서 물이 흘러내려가는데 나자바 필터를 통해야 한다. 즉 상단에는 오염된 물을 넣고, 하단에 미생물과 이물질이 걸러진 깨끗한 물이 모이게 한다. 하단 수통에 있는 물을 식수로 활용하면 된다.

인도네시아 시험 기관에서 실험한 결과 나자바 필터는 박테리아를 99.9% 박멸할 수 있었다. 철과 망간은 각각 90%, 50% 걸러냈다. 철은 인체에 무해한 원소지만, 정기적으로 청소하지 않으면 침전물이 발생하고 수통 바닥에 얼룩 등이 남게 된다. 망간도 너무 많은 양이 물에 함유되어 있으면 식수로 적합하지 않다. 활성탄이 들어 있는 만큼 유기 화합물과 염소의 양도 줄어들었다. 탁한 물을 맑게 하고 오염된 물의 각종 냄새를 제거하는 데 탁월하다.

초기 한 모델로 시작한 나자바 정수기는 현재 4가지 모델로 판매하고 있다. 나자바 투명 필터 정수기는 하루에 50리터 정도의 물을 정수할 수 있다. 저장 용기는 폴리에틸렌 플라스틱 수통을 사용한다. 나자바 필터는 7000리터 정도 물을 정수할 수 있는 수명을 가지고 있다. 나자바 투명 필터 정수기 기준으로 약 2~3년 사용할 수 있다. 필터가 더러워지면 겉면을 깨끗하게 닦아내 말린 후 다시 사용하면 된다.

그 외 여행자나 긴급 구호를 위한 휴대용 정수 필터, 디자인을 개선해 쉽게 물을 정수해 마실 수 있는 나자바 리암 정수기, 수도에서 직접 물을 공급받을 때 바로 정수물을 쓸 수 있는 인라인 정수 필터 하우징 장비 등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가장 저렴한 것이 18.2달러다.

현재까지 나자바 정수기를 통해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2019년 2분기 기준 45만명을 넘어섰다. 물을 끓이기 위해 연료를 구입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어 현재까지 760만달러 규모 가계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만8000톤 가까이 줄인 것으로 추산된다. 현지 여성을 중심으로 나자바 정수기를 판매하는 인력을 꾸려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재 나자바 정수기는 인도네시아를 넘어 에티오피아, 캄보디아, 미얀마, 탄자니아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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