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라이선스, No 칩! ‘무소불위’ 특허 권력 쥔 퀄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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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이 시장 우월적 지위를 활용, 특허 로열티를 받아온 관행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시장에서는 과도하다고 비판받았던 로열티 정책이지만,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향후 퀄컴 칩을 공급받거나 특허를 이용하는 업체들은 퀄컴 라이선스 정책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제9순회 항소법원은 퀄컴이 부당하게 과도한 로열티를 책정했다는 1심 판결을 뒤집고 퀄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라이선스가 없으면 칩이 없다(No License, No Chips)’라는 (퀄컴의) 정책은 경쟁사 매출에 반경쟁적 부과금을 물린 것이 아니다”면서 “경쟁을 저해한 것도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퀄컴이 경쟁사에게 퀄컴 특허를 이용하게 해줄 의무가 없고, 퀄컴 칩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로열티 비용을 내도록 하는 것이 반경쟁이 아니라는 게 골자다. 즉 퀄컴이 비싼 로열티를 책정해 스마트폰 제조사나 퀄컴 특허 이용 업체에게 돈을 받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퀄컴 사업 관행이 시장 경쟁을 가로막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라이선스를 체결하지 않으면 퀄컴 칩을 받을 수 없다는 퀄컴 전략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퀄컴의 행위가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며 제소한 미연방거래위원회(FTC)의 주장이 먹히지 않은 셈이다.

앞서 FTC는 2017년 1월 퀄컴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로열티를 받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퀄컴 특허 비용으로 인해 시장 경쟁이 저해되고, 비싼 로열티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 FTC의 핵심 주장이다. 1심 법원이 FTC 측 손을 들어주며 퀄컴에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다시 체결하고 정책도 변경하라고 했다. 당시 애플과 삼성 등 퀄컴 반도체를 사용하는 기업은 1심 판결에 환영했다.

항소심에서 1심과 다른 결론이 나오자 이언 코너 FTC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항소심 결정에 대해) 실망스럽다”라고 밝혔다. FTC는 추가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항소심에 따라 1심에서 내린 스마트폰 제조사와의 라이선스 계약 변경은 무효로 돌아가게 됐다.

항소심 결정은 최근까지 이어온 퀄컴 특허 로열티 전쟁 속에서 ‘연승’의 정점을 찍은 것이기도 하다. 2017년 시작된 애플과의 특허 로열티 분쟁도 퀄컴의 승리로 끝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애플은 퀄컴이 과도한 특허 사용료를 요구한다며 270억달러(약 32조원)에 달하는 손해 배상액을 청구한 바 있다. 약 2년간 다툼을 이어오다 지난해 극적으로 양사 합의를 도출했다. 구체적인 로열티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애플이 소급해 6년간 퀄컴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2년 연장 옵션을 추가하는데 동의한 것으로 보아 퀄컴의 요구 조건을 수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분쟁 당시 인텔 5세대(5G) 이동통신 칩을 퀄컴 대체 카드로 사용하려 했지만, 결론적으로 실패하고 퀄컴에게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기술 사용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화웨이와의 다툼에서도 퀄컴은 승리했다. 지난달 말 화웨이는 3분기부터 퀄컴에게 기술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화웨이의 퀄컴 기술 사용료는 분기별로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개별 기업과의 각개 전투에서 승리하고, 내부(미국)에서는 전략의 법적 지원까지 받게 되면서 퀄컴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특허 권력을 확보하게 됐다. 향후 삼성과 애플 등 퀄컴 칩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는 퀄컴이 특허 로열티를 올려도 크게 반발할 수 없을지 모른다. 특히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스마트폰 등 퀄컴 칩과 기술을 사용한 제품은 더욱 퀄컴 정책에 휘둘리게 될 전망이다.

또한 이번 항소심은 세계 각국 규제 당국이 퀄컴에게 때렸던 과징금 망치를 무뎌지게 할 가능성도 있다. 퀄컴은 2015년 중국에서 9억7500만달러, 2016년 우리나라에서 8억5400만달러, 2018년 유럽연합에서 12억달러 규모 과징금을 두들겨 맞은 바 있다. 대부분 시장 반독점 관련 법 위반으로 과도한 로열티가 문제 됐다. 앞으로 이러한 반독점 제재를 받았을 때 퀄컴은 미국의 항소심 판결을 근거 삼아 퀄컴이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퀄컴이 미 법무부를 등에 업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5G 경쟁에서 뒤처지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논리로 자국 기술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수혜 기업이 퀄컴으로, 5G 칩 공급 주도권을 잡고 있는 퀄컴 편에 서서 5G 시장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을 구가하고 있다. 퀄컴은 이로 인해 로열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번 항소심 결정도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FTC는 미 법무부 입장에 대해 퀄컴의 반독점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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