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35)FM·AM으로 삶을 연결하는 ‘라이프 라인’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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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일본 미야기현과 이와테현 등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리히터 9.0 규모 대지진이 발생했다.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2700배 달하는 위력이었다고 한다. 피해는 막대했다. 지역 연안에 10미터가 넘는 쓰나미가 들이닥치면서 많은 것을 파괴했다. 당시 동일본 대지진 관련 사망자와 실종자는 2만여명이 넘었다.

도시 인프라도 엉망이 됐다. 전기·가스·수도 등 상당 부분이 파괴됐다. 재난 지역에서 삶은 고통이었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전기와 수도 등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TV나 인터넷 등으로 자신과 주변의 정보를 얻기도 힘들었다. 전기 공급이 끊어지면서 모든 것이 멈췄다.

(사진=한영학, PD저널)

사상 최악의 재난에서 미야기현 주민들에게 정보는 생존과 불가분의 존재였다. 이때 미야기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된 것이 라디오다. 전기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건전지를 넣고 어디서든 전파를 잡아 들을 수 있는 라디오로 재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임시 재해방송국이 30국에 설치돼 라디오를 통해 피해 정보, 생활 정보, 행정 정보 등을 전달했다. 미야기현 연안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진 당일, 지진 발생 1·2일 후, 지진 3~7일 후 ‘가장 도움이 됐던 정보원’으로 10명 중 6명 이상이 ‘라디오’를 지목했다.

사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는 재해·재난 시 라디오가 유용한 미디어로 부상한다. 전기와 통신망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은 경우 특히 빛을 발한다. 이는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전기와 통신망이 없는 개발도상국은 어떨까.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TV를 시청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TV를 구매할 여력조차 부족하다. 인터넷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재난급 일상에서 삶을 영위하는 이들은 정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교육은 물론이고,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 차별적 정보 접근성은 그 나라의 경제 발전에도 악영향이다. 결국 빈민의 삶이 악순환될 뿐이다.

아프리카에 터를 두고 있는 ‘라이프라인 에너지’도 이러한 고민을 함께 한 비영리, 사회적 기업이다. 처음에는 영국의 프리플레이에너지와 일을 같이 하다 비영리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라이프라인 에너지라는 이름으로 독립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이들도 역시 개발도상국과 빈민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라디오에 주목했다.

라이프라인 에너지는 특히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아프리카의 많은 아이들은 교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학습한다. 전기가 들어올 리 만무하다. 전문 교사도 턱없이 부족했다. 다수의 학생들을 가르칠 수단이 부재했다.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어른들도 배움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특히 에이즈 등 성병과 각종 전염병에 대한 정보 전달 수단이 마땅하지 않았다. 다수에게 한 번에 정보를 전달할 대중 미디어가 필요했고, 라디오는 그 해답이 될 수 있었다.

라이프라인 라디오 초기 모델

초기 프리플레이 에너지와 함께 공급한 라디오는 ‘프리 플레이 라이프 라인’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라이프 라인은 인간 활동의 기본이 되는 공간 즉, 마을과 도시에 구축하는 통신, 전력, 에너지, 상하수도 등 인프라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프리플레이 라이프라인은 정보의 생명선으로 FM과 AM이라는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 정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라디오가 필요했다. 그래서 라디오에 태양광 패널과 손으로 돌려 전기를 만드는 수동 발전기를 탑재했다. 높이 19cm에 무게 1.8kg 정도로 태엽을 60회 정도 감으면 30분간 라디오를 들을 수 있었다.

프라임 라디오

라이프라인 에너지가 독립하면서 라이프라인 라디오도 점점 고도화했다. 제품 라인업도 다양해졌다. 현재 라이프라인 에너지가 공급하는 라디오 종류는 총 6가지이다. 그중 주력 모델은 프라임 라디오와 라이프플레이어 MP3다.

전면부 제어창 디자인을 제외하면 프라임 라디오와 라이프플레이어 MP3는 비슷한 모양이다. FM과 AM, 단파방송(SW)가 가능한 프라임 라디오는 초기 모델과 마찬가지로 태양광 패널과 수동 크랭크 장치로 전기를 공급한다. 태양광 패널은 탈착식으로 라디오는 건물 안쪽에, 태양광 패널은 빛이 잘 들어오는 바깥에 두고 활용할 수 있다. 태양광 패널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 팩과 보다 많은 사람이 라디오를 들을 수 있도록 보조 스피커가 옵션으로 제공된다.

라이프플레이 MP3

라이프플레이어 MP3는 라디오에 MP3 플레이어를 내장했다. 64GB 용량의 콘텐츠를 마이크로 SD 카드에 담아 재생할 수 있다. 교사들이 직접 교육 자료를 음성으로 녹음해 활용할 수도 있고, 아이들의 목소리 또한 녹음할 수도 있다. 전기 생산방식은 프라임 라디오와 유사하다. 라디오는 40여명이 둘러싼 공간에서도 괜찮은 음질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스피커를 탑재했다. 프라임과 라이프플레이어 MP3 외 긴급 충전식 라디오, 랜턴과 결합한 라디오 2종, 2채널 스피커를 탑재한 소형 MP3 라디오도 제공한다.

라이프라인 에너지는 단순히 라디오를 공급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많은 적정기술 제품이 현지에 공급되고 활용되지만 이중 상당수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거나 버려진다. 현지 사정에 적절하지 못한 적정 기술이거나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현지인들에 대한 교육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랜턴처럼 사용할 수 있는 라디오

라이프라인 에너지가 라디오 공급 외 교육·훈련 사업에도 열정을 쏟는 배경이다. 라이프라인 라디오 제품에 탑재된 태양광 패널 사용법부터 라디오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까지 제공한다. 지역 방송국과의 협력으로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교육 자료와 여성을 위한 정보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 수업에서 라이프 라인 라디오를 활용했다면 교사들의 피드백을 받아 교육 당국에 전달하며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라디오의 특성에 맞게 지역 공동체를 조성하고 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라이프라인 라디오는 일반인이 직접 구매하진 못한다. 우리가 10달러에서 100달러 사이에서 기부하면, 라이프라인 에너지는 금액에 맞는 라디오를 필요 지역에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오디오 학습 데이터를 제공할 수도 있다. 라이프라인 라디오는 단순 개발도상국이나 빈민국 공급뿐만 아니라 재해·재난 지역에도 보급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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