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당근이신가요?”…해외서도 통할까

- Advertisement -

“저기 당근…?” 눈치 싸움이다. 어디에서 만날지는 정했다. 대략적인 인상착의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사람이 거래자인지 100% 확신이 서질 않는다. 결국 어색함을 참고 물어볼 수밖에 없다. 당근이냐고. 가끔 당근 모양 머리띠를 쓰고 있는 건 어떨까 싶을 정도로 찰나의 ‘물색 타임”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기쁘다. 오늘도 원하는 물건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얻었다. 거래 장소도 우리 집 근처다.

최근 당근의 힘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중고 거래 장터이자 애플리케이션(앱)인 당근 마켓이다. 이용자 거주지를 기준으로 반경 6km 안에 중고 물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잠들기 전 당근 마켓에 올라온 품목만 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잘 쓰지 않은 물건, 창고에 들어간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물품이 된다. 가치의 재창출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당근 마켓은 국내 중고 거래 장터 시장에서 왕좌에 올랐다.

2015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당근 마켓은 지난 4월 활성 이용자 수(MAU) 700만명을 기록했다. 2018년 MAU 100만명에서, 2019년 300만명을 돌파했는데, 작년 대비 올해 두 배 이상 MAU가 늘어난 것이다. 누적 가입자 수는 1000만명이 넘는다. 당근 마켓 앱 누적 다운로드는 1900만이다.

일간 활성자 수(DAU)로도 11번가, 위메프, G마켓 등 힘깨나 쓰는 커머스 앱을 제쳤다. 4월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 인덱스’의 ‘중고거래 앱 시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당근 마켓 DAU는 156만명이다. 397만명의 쿠팡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1번가(137만명), 위메프(109만명), G마켓(107만명)이 뒤를 따른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중고 거래를 한다는 점과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동네 광고, 매너 온도를 통한 판매자 신뢰도 표현 등 서비스로 차별화한 점이 주효했다. 중고 거래 문화가 ‘당신 근처의 마켓(당근 마켓)’에 의해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근 마켓에서 거래된 총 금액은 지난해 기준 7000억원에 이른다.

총알 장전한 당근 마켓…해외 공략 시동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을 휩쓸고 있는 당근 마켓이 총알을 장전했다. 최근 굿워터캐피털과 알토스벤처스가 주도한 시리즈 C에서 4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를 완료한 것이다. 당근 마켓은 2016년부터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 나섰다. 당근 마켓의 CEO 친정 격인 카카오 벤처스를 비롯, 스트롱 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등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총 투자 유치 금액은 500억원에 가깝다.

당근 마켓의 총알은 국내 커뮤니티 기능 고도화하는 데 쓴다. 지역 기반 중고 거래 개념을 뛰어넘는 지역 생활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당근 마켓의 포부다. 또 다른 과녁은 해외 시장이다.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을 넘어 해외 중고 거래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려는 시도다.

당근 마켓은 지난해부터 해외 시장에 눈독을 들였다. 첫 공략지는 영국이었다. 당근 마켓은 지난해 11월 영국에 당근 마켓(Karrot)을 출시하고 서비스에 들어갔다. 맨체스터, 버밍엄, 사우샘프턴 등 3개 도시에서 시작했다. 사용자 유입 현황을 지켜보면서 서비스 현지화 등 개선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당근 마켓은 올해 3개 국가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코로나 19)로 해외 시장 개척 발걸음이 늦어지고 있다. 당근 마켓은 투 트랙 전략으로 국내 서비스 고도화하는 한편, 올해 안에 해외 시장 1곳은 반드시 뚫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대상은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인구 밀집 수준이 높은 도시에서 당근 마켓 이용 빈도와 경험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역 커뮤니티가 잘 활성화되어 있으면서도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를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당근 마켓과 같은 지역 마켓 플레이스(중고 거래 등) 앱의 영향력이 적은 지역을 노린다. 블루 오션에 뛰어들겠다는 취지다.

선발주자 앞지르기·후발주자 따돌리기 쉽지 않아

“저기 당근…”이라며 쭈뼛쭈뼛한 거래자 간 만남이 해외에서도 성사될 수 있을까. 일부 교민이나 해외에 있는 한국인들이 당근 마켓을 사용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아직 지역 서비스가 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VPN 등을 이용해 우회 접속하는 방식으로 당근 마켓을 이용한다. 하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당근 마켓 입장에서도 해외 시장은 양날의 검이다. 어느 나라든 국내와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있다면, 글로벌 서비스로 단숨에 도약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 번째 우려는 시장 진입 장벽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중고 거래라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아주 신선한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대형 커머스 앱이 중고 거래를 지원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중고 나라 등도 있다. 가까운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으로 당근 마켓이 시장 주도권을 잡았지만,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새로운 경쟁자가 쉽게 등장할 수 있다. 끊임없이 독자적인 서비스를 개발해 경쟁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이러한 후발주자의 추격은 당근 마켓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2018년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출시한 ‘겟잇’이라는 서비스다. 겟잇은 지난해 서비스 개편 후 당근 마켓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당근 마켓은 “(겟잇)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지만, 라인 측은 “해외 유사 서비스가 존재하며 현지 사용자 피드백을 토대로 서비스를 개선했다”라고 에둘러 해명할 뿐이었다.

겟잇 이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언제든지 유사 서비스가 당근 마켓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히 현지에서 영향력 있는 소셜미디어 등 서비스 앱이 당근 마켓과 같은 중고 거래 시장을 공략한다면 승기를 잡는 게 쉽지 않다. 당근 마켓이 총알을 장전했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현지 ‘공룡’들과 맞붙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당근 마켓이 지역 마켓 플레이스 앱의 영향력이 적은 지역을 공략한다고 했는데, 이러한 앱이 있는 곳은 진입해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고 향후에 경쟁 앱이 툭 튀어나와도 대응이 쉽지 않다.

당근 마켓에 최적화한 지역 커뮤니티 찾아야

당근 마켓에 적합한 지역 커뮤니티를 찾는 것도 문제다. 당근 마켓도 판교에서 그 시장의 터를 닦았다. 서비스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마케팅에 노력했다. 하지만 지역 특성 때문에 당근 마켓이 통용되는 않는 곳도 있었다. 대학 등 맞춤형 서비스도 시도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만큼 커뮤니티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국내만큼 당근 마켓에 최적화한 지역 커뮤니티를 찾아야 한다. 단순히 언어 장벽을 해결해야 할 뿐만 아니라 문화 특성도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역 맞춤형이 가능하도록 서비스 다각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는 이용자 연령과 성별 등에 대한 분석도 뒤따라야 한다. 국내 당근 마켓 이용자는 주로 30~40대의 여성이다. 기존 중고 거래 서비스는 대부분 10~20대 남성이 이용했다. 그러나 당근 마켓 경우 여성 비율이 60%로 남성 39.9% 보다 20%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연령층도 30~40대가 60%를 차지한다.

특정 성별과 연령대에서 충성도가 높다는 건 장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다. 당근 마켓 측에서는 핵심 이용자가 30~40대 주부가 많다는 점에서 사기 거래가 적고 꼼꼼한 사전 거래 확인 작업으로 거래 신뢰도가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신 특정 연령층이나 성별에서 수요가 크다는 건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사기 거래는 중고 거래 플랫폼의 최대 적이다. 일부 중고 거래 상 사기 행위 때문에 중고 나라 등 플랫폼에서는 ‘평화로운 중고나라’라는 인터넷 ‘밈’이 탄생하기도 했다. 신뢰를 잃은 중고 거래는 한순간에 무너지기 쉽다. 당근 마켓의 성공에는 경쟁 중고 거래 플랫폼의 신뢰 하락에 대한 반작용도 기여했을 터다.

해외에서 이러한 사기 거래 등 불법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보다 인력과 시간, 비용이 많이 든다. 당근 마켓이 해외 진출하기 위해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그래도 매력적인 플랫폼…해외에서도 “당근이세요?” 듣는 날 오길

그럼에도 당근 마켓은 여전히 매력적인 중고 거래 서비스다. 단순 중고 거래에만 집중했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소상공인이 쉽게 지역민에게 홍보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현재 당근 마켓의 주 수익원이다. 이러한 플랫폼이 순기능을 이어 나갈 때는 지역 커뮤니티와 윈윈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지역 커뮤니티 자체에도 이러한 플랫폼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 당연히 현지 언어겠지만, 해외에서도 “저기, 당근이세요”라는 말을 듣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 Advertisement -

댓글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Related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