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26)37도의 따뜻한 포옹 ‘임브레이스 인펀트 워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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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00만명.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사한 미숙아 사망수다. 세계적으로 매년 1500만명의 미숙아가 태어나는데 그중 6% 이상은 사망한다. 영유아 사망률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미숙아 출생률이 높아지면서 미숙아 사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보통 37주 미만에 태어난 아이를 미숙아라고 한다. 출생체중을 기준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2500g 미만 경우 저체중 출생아, 1500g 미만은 극소 저체중 출생아, 1000g 미만이면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라고 부른다. 분류하는 이름과 관계없이 미숙아는 만삭아 보다 사망률이 높고 질병에 걸릴 위험도 크다.

미숙아가 겪는 다양한 증상 가운데 체온 조절 어려움이다. 체온 조절 기능이 만삭아 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숙아는 피부 바로 아래에 있는 피하지방층이 얇다. 열을 빼앗기기 쉽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열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부족하다. 신생아가 열을 만드는데 필요한 갈색 지방이 부족해, 열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 미숙아 저체온증은 여러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미숙아가 태어나면 인큐베이터에서 집중 치료를 받는다.

인큐베이터는 산소 공급, 안전한 위생 환경 제공 등 다양한 역할을 하지만 그중 특별히 중요한 것이 바로 체온 유지다. 미숙아 스스로 열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에서 아이에게 알맞은 열을 제공해야 한다. 적정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다.

미숙아 상당수가 인큐베이터에서 집중 치료를 받으면 생존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우리나라 경우 1500g 미만의 극소 저체중 출생아도 80~92% 생존율을 나타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의료 기술과 설비가 잘 갖춰졌을 경우에 해당한다. 집중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생존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미숙아의 생존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의료 접근성이다.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난 많은 미숙아들이 적절한 집중 치료를 받지 못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인큐베이터가 수만 달러에 달하는 고가 장비다 보니 병원에서 확보하지 못한 경우도 다반사다. 미숙아의 생존도 부의 존재 여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의미다.

2007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극단의 적정 비용을 위한 디자인’ 강좌를 듣던 박사학위 준비생 라훌 패니커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했다. 당시 목숨을 잃는 수많은 미숙아의 중대한 사인이자 미리 막을 수 있는 것이 저체온증이라고 그는 판단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필수 부품만 갖춘 체온 유지용 인큐베이터를 만들어보자고 동료들에게 제안했다. 2008년 라훌 패니커와 동료는 인도에 기반을 둔 사회적 기업 ‘임브레이스(Embrace)’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인펀트 워머 개발에 착수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임브레이스 인펀트 워머(Embrace Infant Warmer)’다. 임브레스 네스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펀트 워머의 핵심은 가격이다. 기능은 단순하지만, 고가의 인큐베이터 대신 미숙아의 체온을 유지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인펀트 워머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했는데, 바로 접근성이다. 멀리 떨어진 병원에 갈 수 없는 산모와 미숙아를 위해 또 다른 ‘적정성’을 찾아야 했다. 기기의 휴대성이다.

임브레이스 인펀트 워머는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했다. 우선 부품을 최소화해 가격을 극적으로 낮췄다. 임브레이스 인펀트 워머는 3가지로 구성됐다. 첫째는 웜팩이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핵심 구성품으로 파우치 모양이다. 스스로 발열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열을 받아 온도를 유지한다. WHO가 권장하는 적정 온도인 37도를 약 4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다. (단 주변 온도가 25도 이상이 돼야한다)

웜팩이 열을 방출하는 동안 온도가 계속 바뀔 수 있는데, 이 또한 미숙아한테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웜팩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변화 물질(PCM)을 품었다. 적정 온도를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웜팩 무게는 1.3kg이다.

두 번째는 베이비랩이다. 웜팩을 장착해 아이를 감싸는 ‘포대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위생적인 환경을 위해 쉽게 세척할 수 있고 재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베이비랩 무게는 300g에 불과하다.

마지막은 플라스틱 전열기구인 어큐템프히터(Accu-Temp Heater)다. 이 기구를 통해 전기를 열로 바꿔 웜팩 온도를 높인다. 단 전기 공급이 어려울 수 있으니, 반드시 필요한 기기는 아니다. 히터가 없다면 온수를 통해 웜팩에 열을 가해도 된다.

적정 온도(37도)에 도달하면 ‘OK’ 표시가 뜨도록 디자인했다. 보통 계기판 내 숫자로 온도를 확인하는 기능은 아예 빼버렸다. 미숙아 부모 등 보호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적정 온도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히터 무게는 2.5kg이다.

임브레이스에서 최초 설계 당시 인펀트 워머 가격은 수십 달러 정도로 예상했다. (물론 지금은 가격이 다르지만, 이는 후설 키로 한다) 당시 병원에서 사용하는 인큐베이터가 2만달러 정도였다고 하니 엄청난 비용 절감이 가능해졌다. 개발도상국에도 쉽게 공급할 수 있는 가격이다.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닌 히터를 제외하면 인펀트 워머 무게는 1.6kg 수준이다. 저렴한 가격에 무겁지 않으니 꼭 병원에만 있을 필요가 없다. 미숙아가 있는 가정에서 비치,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 휴대하고 다녀도 문제가 될 무게가 아니다.

임브레이스는 초기 3000여명의 미숙아에게 인펀트 워머를 제공하는 등 파일럿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익숙하지 않은 의료기기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모 등을 상대로 여러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사업은 계속 확장됐다. 2011년 인도와 소말리아 파일럿 프로젝트 이후 GE 헬스케어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세계적인 유통과 판매 채널을 구축했다. 2013년에는 3개 대륙 10개국에서 22개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각종 상도 휩쓸었다. 노키아 헬스 어워드,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디자인상, 미국산업디자인협회의 IDEA(International DesignExcellence Awards) 피플의 선택, 사회적 파급력을 갖춘 디자인상, 패스트 컴퍼니 혁신상, 이코노미스트 혁신상 등이 대표적이다. 의료기기 품질경영시스템 ISO 13485과 CE 인증도 획득했다.

임브레이스는 제품의 지속적 개선과 글로벌 공급을 위해 2016년부터 인펀트 워머 제조를 인도의 피닉스 메디컬 시스템즈에 맡겼다. 전체 세트 하나를 구매할 시 406달러로 실제 판매 가격은 조금 비싸졌다. 베이비랩과 웜팩은 각각 65달러와 91달러로 따로 판매한다. 여전히 고가의 인큐베이터 장비보다는 접근성이 높다.

‘모든 아기들에게 건강하게 자랄 기회를 준다’ 임브레이스의 목표이자 과제다. 또한 우리 세상에서 당연시되어야 할 정신이기도 하다. 임브레이스 인펀트 워머(임브레이스 네스트)는 미숙아와 가족, 나아가 세상을 위한 또 하나의 적정 기술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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