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20)이 드럼통 디자인에는 힘이 있다 :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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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등 3세계 국가 일부 지역에서 물을 얻기가 쉽지 않다. 식수뿐만 아니라 생활용수도 필요한데, 상하수도 시설이 마땅치 않다. 멀리 떨어진 강이나 공동 급수 지역으로 직접 가야 한다. 형편이 좋지 못하니 이동할 차가 없는 건 당연하다. 물통을 지고 걸어가야 하는데,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의 몫이다.

(사진=faceafrica.org)

여성이나 아이들이 들 수 있는 물통의 무게는 제한적이다. 15리터에서 20리터 정도로 본다. 갈아 끼우는 정수기 물통이 20리터다. 이런 물통을 들고 물을 얻을 수 있는 곳까지 수km~수십km를 걸을 수 있을까. 일부 아프리카인들은 식수를 얻기 위해 최대 30km도 걷는다고 한다.

어떻게든 좀 더 편하게 물통을 옮겨야 하는데, 대부분 머리에 이는 방법을 택한다. 장시간 머리에 무거운 물통을 얹고 걷다 보니 목 디스크를 앓거나 척추가 휘기도 한다. 아이들이 물을 길어 오는 것도 문제다. 물을 얻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적절한 교육이나 돌봄을 받지 못한다. 아동 노동력 착취에 가까우나 가족에게 꼭 필요한 물을 얻는 작업이라 당연시되고 있다.

(사진=faceafrica.org)

물을 얻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경감시킬 수 없을까 고민한 형제가 있다. 바로 한스 헨드릭스와 피에트 헨드릭스다. 건축가인 한스 헨드릭스는 물통을 이고 수km를 걸어 다니는 여성과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디자인’에 주목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Q 드럼’이다.

한스 헨드릭스(왼쪽) (사진=rolex.org)

Q 드럼 구조와 원리는 단순하다. 모양은 도넛을 닮았다. 가운데 구멍에 끈을 연결했다. 그 끈을 이용해 Q 드럼을 끌고 다니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원통 구조기 때문에 지면에 닿으면 쉽게 굴릴 수 있다. 끈을 잡고 끌면 Q 드럼이 구르면서 따라온다.

이 아이디어는 적정 기술 사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단순한 과학 기술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머리에 얹었던 물통을 땅으로 내렸으며 들고 다녔던 물통을 굴리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대단했다.

(사진=qdrum.co.za)

Q드럼은 높이가 36cm이고 지름이 50cm이다. 여기에 물을 담으면 최대 50리터까지 담을 수 있다. 기존의 물통 대비 두 배 이상 많은 물을 수용한다. 성별을 차치하더라도 이걸 사람이 직접 들고 몇km씩 다니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Q 드럼은 굴리기 때문에 힘이 훨씬 적게 든다. 물을 가득 채웠을 때, Q드럼 원래 무게 4.5kg과 물 무게 50kg을 더해 총 54.5kg다. 물이 가득 찬 Q 드럼을 옮기는 데는 5kg의 물체를 옮기는 힘만 가하면 된다고 한다. 어린이도 옮길 수 있을 법한 무게다.

Q드럼을 제조하는 회사 측에서는 단순히 물을 편하게 옮기는 것 외에 몇 가지 장점을 더 제시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곡물이나 과일주스, 식용유 등을 담아 쉽게 옮길 수 있도록 한다. 내용물이 가득 찬 Q드럼은 농경지에서 평탄화 작업을 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사진=qdrum.co.za)

광업 분야에서는 지하나 경사로 인해 접근이 제한된 공간에 물이나 연료, 유압유 등 액체를 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한다. 바다에서는 빈 Q드럼을 부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자연재해 시 식수나 건조식품을 Q드럼에 담아 재해·재난 지역에 운송할 수 있다. 캠핑 등 야외 활동에서도 Q드럼을 식수 또는 음식물 운반 통으로 활용 가능하다.

1993년 Q 드럼을 개발한 한스 헨드릭스는 1996년 롤렉스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Q드럼은 아프리카를 포함한 3세계 국가들에 공급되면서 적정 기술 대표 사례로 부상했다. 특히 디자인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적정 기술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받았다.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디자인 업계에서도 일약 스타가 됐다.

물론 Q 드럼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적정기술로서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첫 번째는 가격이다. 부가가치세(VAT)와 운송 비용을 제외한 Q 드럼 하나 당 가격은 1120랜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화폐(ZAR)로 우리 돈으로는 8만3000원 정도다. 한 번에 많은 수량을 주문하면 가격이 낮아진다. 1000개 이상 Q드럼을 구매할 시 개당 가격은 800랜드(약 6만원) 정도다.

(사진=qdrum.co.za)

매일 Q 드럼을 사용한다고 했을 때 8년 정도 내구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6만원(최저가격)이 저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가정에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다. Q 드럼 공급이 대부분 기부나 국제 지원을 통해 이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Q드럼 회사 측이 생산거점을 수요지와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권장하는 것도 가격 요소를 고려한 결과다. 운송비를 줄여 최종 소비자가를 낮추라는 것이다.

Q드럼을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8년이나 그 이전에 유지 보수가 필요하다. Q 드럼을 끌고 다니는 끈 등은 다른 소재로 대체할 수 있다. 끈이 끊어지면 가죽이나 섬유 소재 끈으로 바꿔 달면 된다. 하지만 Q드럼 자체는 그렇지 않다.

Q 드럼 소재는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이다. 방수와 내구성이 좋고 가공이 편하다. 하지만 제조 시에나 그렇고 한번 완성되면 변형이 어렵다. 만약 Q드럼이 손상되면 현지에서 유지 보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적정 기술의 기본 요건 중 하나인 쉬운 유지 보수, 현지에서 제조 가능한 기술에서는 살짝 벗어나 있다. 앞으로 고민해야 할 개선 과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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