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까지 추적한다! ‘G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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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 세계에는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는다. 냉전 시기가 오래도록 이어지던 어느 날, 1983년 9월 1일이었다. KAL007기는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서울을 향해 날고 있었다. 경로에서 멀어지는가 싶던 여객기는 캄차카 반도 상공에서 느닷없이 소련 공군의 공격을 받아 추락하고 만다. 항공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과 승객 269명 전원은 사망한다.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이다.

안타까운 사고의 출발은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KAL007기에는 관성항법장치(INS, Inertial Navigation System)가 설치돼있었다. 조종사는 INS에 의지해 경로를 설정하고 여객기를 조종한다. 하지만 INS는 작동하지 않았고 조종사는 지형을 살피고 나침반에 의지한 채 비행을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KAL007기는 경로를 크게 이탈한다. 그러다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출처:Time, ICAO)

그날 소련은 캄차카 반도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인근에서는 미군이 보낸 정찰기 RC-135가 이를 감시하고 있었다. 위기감이 고조된 현장에 난데없이 KAL007기가 날아든다. 이미 RC-135를 주시하고 있던 소련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KAL007은 민간 여객기에 불과했지만, 소련은 미국이 민간 항공기를 정찰기로 활용한다는 것을 알았다. RC-135도 여객기를 개조해 만든 것이었다.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련은 요격기를 출동시킨다. KAL007기에 다가가 경고 신호를 보내고 조명탄까지 발사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고 결국 여객기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다.

KAL007과 RC-135 (출처:나무위키,위키피디아)

소련은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는다. 처음에는 격추를 부인했으나 5일 뒤 뒤늦게 사실을 인정한다. 요격기 조종사도 여객기 인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여객기라는 것을 알고도 격추했다며 진술을 번복한다.

비난의 화살은 미국으로도 향한다. 위성항법장치(Global Positioning System, GPS)를 활용하면 정밀한 위치 확인이 가능할 텐데, 미국이 해당기술을 독점적으로 운용하면서 참사가 벌어졌다는 여론이 일었다. 지금이야 GPS를 누구나 사용하지만, 그때는 그러지 않았다. 미 해군은 핵잠수함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군사 목적으로 1960년대부터 GPS 기술을 개발해왔다. 위성을 이용해 몇 분 만에 잠수함의 위치를 파악했다고 한다.



1983년 9월 5일, KAL007 격추 사건 관련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대국민 방송 장면 (출처:ReaganFoundation)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위성항법장치(Global Positioning System, GPS)가 있었다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은 GPS 구축이 완료되면 민간에 개방할 것이라고 밝힌다.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은 GPS 대중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미국은 공개 일정을 미루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적군에서 사용하는 것을 우려해 ‘선택적 유용성(SA, Selective Availability)’ 방식을 채택하면서 위성 신호에 암호화된 에러 코드를 삽입해 송출하도록 했다. 의도적으로 오차 신호를 넣다 보니 정밀성은 떨어졌다. 시간이 흘러 빌 클린턴 대통령의 결정으로 2000년 5월 2일 오차 신호를 넣지 않은 GPS가 민간에 개방된다. GPS는 꼭 필요한 기술이었고 금세 대중화된다. 자동차에는 내비게이션이 들어갔고 비행기, 스마트폰에서도 GPS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두 가지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하나는 표준측위서비스(SPS, Standard Positioning System)고 다른 하나는 고정도측위서비스(PPS, Precise Positioning System)다. PPS는 주로 군사적인 목적으로 활용되며 SPS가 민간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하는 서비스다. 24시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면 GPS는 어떻게 정확한 위치를 찾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가 수신기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속도를 가지고 거리를 계산한다. 신호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며 1초에 30만km를 이동한다. 정확한 시간만 측정되면 거리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위성에는 매우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원자시계를 탑재한다. 하지만 위성과의 거리만 파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번째 위성이 필요하다. 두 번째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까지 받으면 반경이 겹치는 두 지점으로 좁혀진다. 세 번째 위성에서 데이터를 받으면 이제 지점을 특정하게 된다.

(출처:mbzine)

신호가 전달되는 시간에 약간의 오차가 발생해도 거리 측정은 엉망이 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네 번째 위성을 사용한다. 네 번째 위성이 보낸 신호로 오차를 수정하면 비로소 정확한 위치를 확정할 수 있다. 현재 최소 4대의 위성이 한 곳에서 관측되도록 운영 중이며 지금도 24개의 GPS 위성이 지구를 돌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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