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7)햇빛이 모은 한방울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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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증발시키면 불순물을 제외한 순수한 물만 수증기로 바뀐다. 이를 다시 응축(액화) 하면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다. 바닷물처럼 염분이 많은 물도 이러한 증발법을 활용하면 마실 수 있는 ‘담수’가 된다. 바로 담수화 기술이다.

담수화는 역사가 깊다. 기원전 4세기경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상학’에서 물을 증류하는 방식으로 마실 물을 만드는 법을 기술했다. 서기 200년경에는 바닷물을 구리 통에 담고 이를 끓인 뒤 수증기를 응축해 스펀지로 짜서 먹는 기록이 있다. 항해 중인 선원이 물이 부족할 경우 활용한 방법으로 추정된다.

지구에는 바닷물이라는 엄청난 양의 물이 있지만, 인간이 마시기 적당하지 않다. 염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은 담수화 방법으로 식수를 얻을 수 있다. 섬이나 산간 오지에서도 물이 부족할 경우 바닷물을 담수화하거나 빗물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마실 물을 만들 수 있다. 이 담수화 기술도 적정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기압에 따라 차이가 있기 하지만, 100도 근처에서 물은 수증기로 바뀐다. 이 수증기를 다시 응축해서 담수를 얻는데,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의 온도를 100도 가까이 높이기 위한 에너지다. 물을 끓이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적정 기술일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을 끓이기 위한 에너지를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장작을 때거나 가스와 기름을 활용해 불을 피우고 물을 끓이는 방식은 적정 기술로 적합하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태양이다. 100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태양열을 이용해서 기화할 정도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은 있지만, 다른 에너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태양열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태양열은 친환경 에너지이기도 하다.

식수가 부족해 담수화 작업이 필요한 지역 가운데 태양열에너지가 강한 지역이 많다. 아프리카 대륙이나 중동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곳에서는 간단한 태양열 증류식 담수기를 통해 식수를 얻을 수 있다. 적정 기술을 토대로 한 태양열 증류식 담수기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위의 사진은 항아리 형태 태양열 증류기다. 항아리 윗면은 태양열을 쉽게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항아리 위쪽 용기에 바닷물이나 흙탕물을 넣고 햇빛으로 가열한다. 물이 증발되면서 가운데 구멍 부분에 모이게 되고 관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 담수를 얻을 수 있다.

항아리 옆면은 구멍을 뚫어 바람이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바람을 통해 수증기를 식혀 보다 빠르게 물을 얻기 위해서다. 아래에 모인 물그릇을 빼서 식수로 활용하면 된다. 이 태양열 증류기는 상단 아연판과 진흙을 구워 만든다. 개발도상국에서도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루 5리터 정도 물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원뿔 혹은 깔때기 모양의 태양열 증류기도 있다. 콘 형태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워터콘’이다. 독일에서 고안한 제품이다. 검은색 바닥 부분에 염수 등을 부어 콘을 씌우면 된다. 투명한 콘을 통해 태양열이 들어오면 바닥에 있는 물이 증발해 깔때기를 통해 모이게 된다. 이를 뒤집으면 맑은 물을 병에 담을 수 있다.

하루 동안 1~1.4리터 정도 물을 얻을 수 있다. 항아리 방식보다는 적은 양이지만, 가벼워서 이동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솔라볼이라는 태양열 증류기다. 오염된 물을 솔라볼 안에 넣고 햇빛에 놓아두기만 하면 된다. 물이 증발하면서 생긴 수증기는 솔라볼 위쪽에 있는 다른 공간에 모이고 이 물을 모아 깨끗한 식수를 얻는다. 호주 모나쉬 대학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조나단 리오우가 개발했다. 2008년 캄보디아를 방문했다가 식수가 부족한 현지인을 보고 솔라볼을 만들게 됐다.

이러한 태양열 증류기는 태양열을 받아 수증기를 증발하고 이를 다시 응축해 물을 얻는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증발한 수증기가 응축할 때 나오는 응축열로 다시 염수를 증발시키는 방식도 있다. 이를 ‘다중 효용 태양열 증류식 담수기’라고 한다.

다중 효용 태양열 증수식 담수기는 2014년 우리나라 한국기계연구원 에너지플랜트안전연구실의 박창대 박사팀이 개발한 장치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해당 장치는 태양열로 바닷물을 증발시키고 증발된 증기가 액화하는 과정에서 방출하는 열에너지(응축열)를 다시 이용한다.

태양열로 직접 물을 증발시킬 뿐만 아니라 응축 잠열로 추가 증발이 가능해 효율이 높다. 햇빛이 닿는 면적에 따라 담수 능력에 차이가 있다. 1㎡의 장치에서 하루 동안 18kg의 물을 얻을 수 있다. 해당 장치는 상황에 따라 태양열이 아닌 소형 발전기로도 물을 증발시킬 수 있다.

박창대 박사는 “태양열 해수 담수기는 1일 5톤 미만의 소용량 설비로 구성할 때 다른 방식들보다 경제적”이라며 “담수화 설비 설치가 어려운 섬이나 오지에 도움이 될 적정기술이어서 저개발 국가의 해외 원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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