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사진은 전문가들이나 찍을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됐었다. 고가의 장비를 갖춰야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카메라를 마련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줬고, 이제는 항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하나로 언제든 사진과 영상을 마음껏, 그것도 뛰어난 퀄리티로 찍을 수 있게 됐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모호해진 세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제대로 된 카메라’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아무리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지고 인공지능 사진 보정 기술로 훌륭한 사진이 완성된다 해도 일반 카메라와 렌즈의 광학적 보정과는 결과물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진 전문가도 아닌데 무겁고 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은 부담이 된다. 그런 이들을 위해 비교적 작으면서 성능은 훌륭한 풀프레임 미러리스가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등장했고, 올해 초 캐논이 놀라우리만큼 작고 가벼우면서 강력한 성능을 겸비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바로 오늘 소개할 EOS R8이다.
EOS R8을 처음 들어보면 너무나도 가벼운 무게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동안 사용해 본 DSLR이나 미러리스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풀프레임 미러리스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장난감처럼 가벼운데 한 손으로 잡는 그립감까지 뛰어나 몇 시간을 들고 사용해도 손목에 무리가 없다. 500mL 생수병보다 가볍다는 홍보 문구처럼, 실제로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를 포함해도 약 461g이라 상당히 가볍다.
여기에 새로 출시한 RF 렌즈 중 EOS R8의 번들킷에 포함되는 RF24-50mm F4.5-6.3 IS STM 렌즈는 약 210g의 휴대성이 뛰어난 표준 화각 줌렌즈로, EOS R8과 함께 사용하면 더욱 부담 없이 다양한 환경에 무난하게 사용하기 좋다. 카메라와 렌즈를 모두 합해도 700g이 채 되지 않으니까.
RF24-50mm F4.5-6.3 IS STM 렌즈는 경통을 내부에 보관하는 침동식 구조를 가져 사용하기 전 촬영 준비 위치로 돌려줘야 하며, 24mm에서 가장 많이 튀어나오고 35mm에서 가장 짧아진다. 84.1도의 화각을 제공하는 24mm 광각부터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과 가장 유사하다는 46도 화각의 50mm까지 커버하기에 전천후로 활용할 수 있고, 간편하게 휴대하고 다니며 일상 스냅을 찍기 매우 좋다.
비교적 어두운 가변 조리개값을 가졌지만, 광학식 렌즈 IS를 탑재해 이를 보완하고, 포커스 브리딩 보정 기능을 채용해 동영상 촬영 중에도 부드러운 AF 전환이 가능하다.
EOS R8은 가벼우면서 몸집도 작다. 한눈에 봐도 바디는 아이폰14 프로보다 작고, RF24-50mm F4.5-6.3 IS STM 렌즈까지 마운트 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스위블 터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다양한 방향과 각도로 촬영해도 편하고, 원하는 위치에 초점을 맞추거나 카메라 세팅을 할 때도 터치로 할 수 있어 직관적이고 간편하다.
카메라 전원 버튼이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전원을 켜고 세팅을 하고 촬영하는 것까지 한 손으로도 손쉽게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워낙 기기도 가볍고, 한 손 조작 설계가 잘 되어 있어 비 오는 날 다른 손에 우산을 들고 있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어느 순간에도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얘기다.
카메라 측면엔 마이크로 HDMI 단자와 USB 3.2 2세대에 대응하는 USB-C형 단자, 오디오 단자 및 리모트 컨트롤 단자도 갖춰져 있고, SD 카드는 엔트리 급임에도 UHS-II 규격까지 지원한다.
이렇게 장난감처럼 작고 가벼우면 성능이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풀프레임 미러리스답게 EOS R8은 상위 제품에 준하는 성능들을 탄탄하게 갖췄다. 약 2,420만 화소 풀프레임 CMOS 센서와 DIGIC X 영상 엔진을 채용해 처리 속도가 빠르고 뛰어난 해상력과 선예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여기에 딥러닝 기반의 고정밀 피사체 검출 기술인 EOS iTR AF X를 적용해 사람, 동물, 운송 수단 등을 검출해 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 무보정 크롭 & 리사이징 / 캐논 EOS R8 / 50mm / 1/100초 / F6.3 / ISO 400)
사람의 경우 눈동자까지 인식해 정확히 초점을 맞추고 동물 역시 눈과 얼굴, 전신 등을 포착한다. 달리는 차량은 차체나 일부분을 따라가는데 어두운 환경에서도 인식률이 매우 뛰어나다. 피사체가 빠르게 이동하거나, 갑자기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 장애물에 가려지거나 화면에서 벗어났다 나타날 때에도 빠르고 정확하게 초점을 맞춘다. 움직임이 많은 아이들이나 동물, 빠르게 움직이는 차량 사진이나 스포츠 경기를 촬영할 때 매우 유용하다. 물론 사진과 영상 모두에 해당하며, 전체 영역 추적 서보 AF를 통해 피사체 움직임을 따라가는 AF 트래킹도 지원한다.
이 외에 전자식 셔터 기준으로 초당 최대 40매의 고속 연사를 지원하고, 스마트폰 무선 연결, 상단의 멀티 펑션 슈를 통한 네트워크 통신이나 촬영 액세서리 연결을 지원하는 등 여러 기능이 제공된다.
또한 독특하게도 EOS R8에는 사진/영상 전환 스위치가 추가됐다. 1인 미디어가 증가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영상 성능에도 집중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인데, 6K 오버샘플링 기술을 통해 주변부 잘림 없는 4K 60p/30p 촬영을 지원해 압도적인 해상력의 영상을 담아낼 수 있다. 롤링 셔터 왜곡도 현저히 감소했다. Full HD의 경우에는 180p 고속 프레임 레이트를 지원해 풀프레임 화각의 1/6배속 슬로모션 효과도 낼 수 있다.
또한 C-Log3 및 HDR PQ 영상 촬영을 지원해 계조 손실이 적고 색역이 넓은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후반 보정 작업도 편하다. 여기에 빠른 AF 성능과 고정밀 피사체 검출, 피사체를 추적하며 따라가는 AF 트래킹 기능까지 우수하므로 유튜버와 같은 영상 크리에이터가 활용하기도 적합하다.
상용 감도는 ISO 100-102400의 범위(확장 시 ISO 50-204800)까지 지원한다.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높은 감도로 인해 노이즈도 발생하기 마련인데 EOS R8은 탁월한 노이즈 억제력을 갖춰 저조도 환경에서도 상당히 디테일한 화질을 볼 수 있다. ISO 6400까지는 노이즈 스트레스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12800 정도부터 암부 노이즈가 눈에 띄긴 하지만 25600까지도 비교적 선명하고 깨끗하다.
디지털카메라의 장점은 일반 사진촬영 말고도 카메라 자체 내에서 제공하는 촬영 모드나 효과, 필터 등을 이용해 색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EOS R8에는 자주 활용하기 좋은 모드가 은근 많은데 그중 하나가 파노라마 촬영이다.
파노라마 방향을 좌/우/상/하로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어 거대한 건물을 배경으로 함께 담는다거나 기다란 피사체를 한 사진에 담아낼 때도 유용하다. 5fps 연사로 촬영한 수십 장의 사진을 자동으로 합성해 최종본을 만들어 준다. RF24-50mm F4.5-F6.3 IS STM의 광각 기준, 360도 가로로 촬영하면 무려 최대 25600×2800 픽셀의 고화소 파노라마가 제작되는데, 결과물이 꽤 좋다.
(▲ 무보정 리사이징 / 캐논 EOS R8 / 24mm / 1/25초 / F4.5 / ISO 2500)
왜곡도 거의 없고 솔직히 어느 곳을 이어붙였는지 찾기 힘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위의 사진은 어두운 환경에서 ISO 감도를 높이고 삼각대 없이 촬영했는데도 흔들림이 거의 없이 깨끗한 결과물이 나왔다. 물론 빛이 적은 밤 시간대에 보다 선명하고 깨끗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삼각대를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 무보정 리사이징 / 캐논 EOS R8 / 24mm / 1/30초 / F4.5 / ISO 400)
만약 삼각대 없이 야경 사진을 찍어야 한다면 ‘삼각대 없이 야경촬영’ 모드를 활용해 볼 수 있다. 연속으로 4장의 이미지를 촬영해 한 장으로 만들어주는데 촬영하는 동안만 움직임을 참으면 밝고 선명한 사진이 완성된다. HDR 모드처럼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어 색감이 풍부하고 묘사력이 좋다.
EOS R8은 사용해 볼수록 매력적인 카메라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그중 하나가 부족한 배터리 사용시간이다. 늘 가지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 일상에서도 사진 찍을 일이 많은데 배터리는 1,040mAh의 LP-E17을 사용해 사용시간이 상당히 짧다.
전자식 뷰파인더와 LCD 모니터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며 찍다 보니 약 350장가량 찍고 배터리 부족 표시가 떴다. 종일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정도였고 여행이라도 간다면 추가 배터리 없이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본체에 USB-C를 통한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므로 추가 배터리를 마련하지 못했다면 USB-PD 보조배터리 또는 전원을 연결해 틈틈이 충전하는 것이 좋겠다.
카메라 바디 내에 센서 시프트 손 떨림 보정 기능이 없다는 것도 조금은 아쉽다. 대신 꽤 우수한 성능의 디지털 IS를 지원해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영상을 촬영하며 이동하는 경우가 많을 때는 신경이 쓰였다.
물론 다른 기능들이 워낙 만족스러워 이런 아쉬움들은 금세 묻힌다. EOS R8을 많은 곳에서 엔트리 급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실제로 사용해 보니 중급기에 버금가는 뛰어난 성능과 기능을 갖춰 전문가가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특히 풀프레임 특유의 배경 흐림 처리와 우수한 노이즈 특성을 갖췄고, 잘림 없는 4K 60p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고 EOS 시스템에서 쓰이는 C-Log 3을 지원해 영상 측면에서도 탁월하다. 솔직히 가볍고 작은 사이즈를 생각하면 상당히 놀라운 수준이다. 따라서 디지털카메라에 처음 입문하거나 EOS R 시리즈에 처음 입문하는 아마추어 사진가, 경량·여행용의 성능 좋은 서브 카메라를 찾는 프로 사진가, 1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콘텐츠 창작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바디만 205만 원대, 함께할 때 더욱 시너지가 나는 24-50 렌즈를 포함한 번들 렌즈킷이 232만 원대다. 성능과 활용도를 생각한다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닌데, 새로 구입할 때 알아두면 득이 될 반가운 프로모션 소식이 있다.
하나는 캐논코리아 홈페이지에 DSLR 정품 등록 이력이 있는 고객이 EOS R 시리즈를 처음 구매하면 다양한 추가 사은품을 제공하는 ‘캐논 DSLR 유저 R 시스템 기변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캐논 DSLR, EOS M 시리즈 정품 등록 고객이 제품 반납과 함께 EOS R 시리즈를 구매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Change to R System’ 프로모션이다.
EOS R 시리즈는 캐논의 뛰어난 카메라 기술을 그대로 담아 화질과 성능은 높이면서 작고 가벼운 몸체로 휴대성을 개선한 핵심 디지털 미러리스군인 만큼, 새로운 카메라를 고민하고 있었다면 이번 프로모션을 활용해 더 큰 혜택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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