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구름이 낀다는 날씨 앱의 알림을 보고 출근했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이럴 때면 ‘날씨 예보가 틀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정확한 날씨 앱은 없을까 한 번쯤 찾아보게 된다.
어쩌면 조만간 기존보다 훨씬 정확한 날씨 앱이 등장할 수 있다. 11월 14일(현지시간) 구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가장 높은 정확도로 날씨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 ‘그래프캐스트(GraphCast)’를 발표했다.
AI로 열흘 치 날씨 알아내는 데 걸린 시간 ‘1분 이내’
구글은 그래프캐스트가 가장 정확하다는 유럽 중기 기상 예보 센터(ECMWF)의 고해상도 예보(HRES) 기상 시뮬레이션 시스템보다도 정확하고 빠르다고 주장했다.
기존 일기예보 시스템은 수치적 날씨 예측(NWP)이라는 방식을 채택했다. 최근 날씨 정보를 기반으로 슈퍼컴퓨터가 특정한 방정식과 알고리즘을 적용해 앞으로의 날씨 정보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때 정확도를 높이려면 계산할 때 사용하는 방정식과 알고리즘을 정확하게 설계해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전문적인 지식까지 겸비해야 한다. 게다가 NWP 방식은 연산량이 워낙 방대해 일반 컴퓨터로는 구동할 수 없다.
그래프캐스트로 날씨를 예측하는 과정 (출처 : Google)
구글은 딥러닝을 활용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날씨 데이터로 AI 모델을 훈련하고, 지구의 날씨 변화 동향과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학습했다. 이렇게 훈련된 그래프캐스트가 날씨를 예측하려면 해당 지역의 현재 날씨와 6시간 전의 날씨만 알면 된다. 두 가지 정보를 토대로 향후 6시간 동안 날씨가 어떻게 바뀔지 예상할 수 있으며, 연산을 여러 번 반복해 최대 10일 뒤 날씨까지 정확하게 짚어준다.
소요 시간도 크게 단축됐다. 구글은 자사 클라우드를 거치면 10일 동안의 날씨를 예측하는 데 채 1분이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HRES 시스템을 탑재한 슈퍼컴퓨터 수백 대가 몇 시간 동안 계산해야 하는 분량이다. 심지어 그래프캐스트는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 연산하므로 저사양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도 구동할 수 있다.
현존 최고로 정확한 예보 시스템보다 날씨 잘 맞혀
HRES와 그래프캐스트의 오보 편차(낮을수록 정확하다) (출처 : Google)
단, 아무리 빨라도 정보가 정확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래프캐스트가 예상한 날씨 정보는 얼마나 정확할까. 구글은 현재 가장 정확도가 높다고 알려진 HRES 시스템과 1380가지 상황을 두고 성능 평가를 수행한 결과 90%가 넘는 상황에서 그래프캐스트가 더 정확했다고 전했다. 또한 예보 범위를 실제 일기예보에 활용되는 대류권으로 제한했더니 그래프캐스트가 더 정확하게 예측한 상황이 99.7%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그래프캐스트로 나타낸 전 세계 기온 (출처 : Google)
그래프캐스트는 얼마나 넓은 지역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을까. 구글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지구 전체의 날씨를 한눈에 파악할 정도로 범위가 넓다.
그래프캐스트는 지표면을 경도와 위도를 기준으로 0.25˚ 단위로 쪼갠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역은 백만 개 이상이며, 각 구역은 가로세로 길이가 28km 정도인 격자 모양이다. 그래프캐스트는 구역마다 지표면의 온도, 풍속과 풍향, 해발고도 기압을 비롯한 지표 변수 5종류를 예측할 수 있다. 또한 고도를 37단계로 나누고 고도마다 온도·습도·풍속·풍향 등 대기 변수 6종류를 예측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날씨 지표뿐만 아니라 기상 이변도 미리 알 수 있어
구글은 그래프캐스트로 기상 이변을 경고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발생할 태풍이 어느 경로로 이동할지, 하천 주변에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지 미리 파악할 수 있다. 구글은 그래프캐스트가 올해 9월 발생한 허리케인 ‘리(Lee)’의 이동 경로를 분석해 어느 지역에 상륙할지 9일 전에 정확하게 짚어냈다고 언급했다. 당시 기존 날씨 예보 시스템은 6일 전에야 상륙 예상 장소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프캐스트로 나타낸 전 세계 습도 분포 (출처 : Google)
그래프캐스트는 ‘대기의 강’을 그리는 기능도 제공한다. 대기의 강은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하늘에 수증기가 모여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수증기가 많이 모인 지역에는 폭우가 쏟아질 확률이 높다. 그래프캐스트는 대기의 강을 표시할 뿐만 아니라 수증기의 양까지 추정해 비가 적당히 내릴지, 홍수를 유발할 정도로 폭우가 쏟아질지 분석할 수도 있다. 구글은 홍수 예측 AI 모델과 결합해 재난 대응 계획을 미리 세우는 데 도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은 그래프캐스트용 모델 코드를 오픈소스로 제공하겠다며, 이미 ECMWF를 비롯한 여러 기상 관련 기관에서 그래프캐스트로 실시간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프캐스트는 학계 연구뿐만 아니라 기상 예보 서비스에도 활용 가능하다. 조만간 그래프캐스트를 도입한 기상 예보 앱이 출시되면 현재 서비스 중인 날씨 앱보다 정확하게 날씨를 알려줄 것으로 보인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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