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현대카드의 주도로 국내에 발을 디딘 애플페이가 최근 카드사 지원 확대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원래 사용하던 카드사의 합류는 애플페이 사용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데요. 실제로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6일까지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는 ‘애플페이에 추가를 원하는 것은?’이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카드사 추가’는 설문조사 결과 2위를 차지할 정도로, 1위인 ‘교통카드 기능’에 이어 많은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애플페이가 카드사 지원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도입 초기부터 지적됐던 ‘높은 수수료율’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커져서 지난달 11일,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는데요. 이로 인해 수익성이 나빠지면, 카드사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혜택이 줄어드는 방식으로 손해를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올해 상반기에만 카드 12종을 단종시켰는데요. 이 중 8종이 수익성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NFC 기술을 활용하는 애플페이…별도의 단말기 설치는 필수
그런데, 사실 ‘애플페이’ 하면 수수료 문제 외에 근거리 무선통신(NFC) 단말기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것이 국내 시장에서 최대 걸림돌이었습니다. 삼성전자의 삼성페이는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와 NFC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데 국내 결제 단말기 대부분은 MST 단말기 위주였습니다.
하지만 도입 초기부터 나이스정보통신을 비롯해 국내 밴(VAN)사를 중심으로 저렴한 NFC 단말기를 출시하면서, 생각보다는 빠르게 대형마트와 편의점, 프랜차이즈 카페를 중심으로 보급된 상황이에요. 그러나 여전히 영세 소상공인 보급률은 떨어지는 상황이죠.
이렇듯, 애플페이는 별도의 단말기 없이는 사용할 수 없는 NFC 기술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결제 방식 중 하나입니다. 물론 다들 아시겠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 탑승할 때 카드를 단말기에 태그하는 것도 NFC 기반 결제고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애플페이 이후에 ‘NFC 기술’이 더 많이 언급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애플페이 이외에도 NFC 기술이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보려고 해요.
앨범에 CD는 없이 포토 카드만…비밀은 NFC 기술에 있었다
엔씨티 NFC 앨범 (출처: 이베이)
케이팝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NFC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앨범이 대체 앨범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QR과 NFC 기반 대체 앨범을 만드는 스타트업 메이크스타는 작년에만 479억원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1000억원 달성을 할 전망입니다. NFC 스마트 앨범이 국내 음반 시장을 바꿔놓을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는 셈입니다.
기존 앨범에는 CD와 종이 사진집, 포토 카드 등 여러 굿즈가 포함돼 있는데요. 요즘 시대에는 CD 플레이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만큼, 플라스틱 소재의 CD는 사실상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폐기물로 여겨졌습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확대되는 게 바로 NFC와 QR 코드 기반 스마트 앨범이에요.
NFC, QR 코드 등이 적용된 포토카드 앨범 (출처: 메이크스타)
형태는 회사별로 다양하지만 주로 포토카드나 키링 등 다양한 형태로 출시됩니다. 스마트 앨범을 재생할 별도의 앱을 설치하고, NFC 기반의 스마트 앨범을 휴대전화 뒷면에 태그하면 앨범 속 콘텐츠가 다운로드되는 방식으로 작동해요. 다운로드한 음악과 사진, 영상 등의 콘텐츠는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케이팝 팬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명품 업계에서 확대되는 NFC 라벨과 칩…‘정품 인증’에도 효과 톡톡
(출처: 멀버리)
럭셔리 업계에서도 최근 NFC 기술이 정품 인증에 활용되며, 점점 더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영국 브랜드 멀버리(Mulberry)는 영국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 이온(EON)과 손잡고 NFC 기반 ‘디지털 ID’를 선보였습니다. 이는 가방에 있는 NFC 라벨을 스마트폰 뒷면에 태그하면, 제품의 생산부터 소유자 정보까지 모두 공개되는 시스템이라고 해요. 멀버리는 현재 가죽 가방 위주로 해당 시스템을 도입했는데요. 2025년까지 의류를 포함한 전 제품에 디지털 ID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외에도 지난해부터 프라다와 미우미우는 제품에 의류와 가방, 액세서리 등에 RFID(무선주파수)와 NFC를 활용해 정품 인증 종이 개런티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물론 별도의 라벨을 부착하기 어려운 액세서리에는 작은 종이 카드가 지급되는데요. 이외에 의류에는 라벨이, 가방에는 NFC 칩이 내장돼 있어요.
미우미우 가디건 내부에 있던 NFC 라벨이다. 아래를 살펴보니 전자칩이 숨어 있었다.
실제로 저 역시 미우미우의 카디건을 소장하고 있어 확인해봤더니, NFC 라벨이 있었는데요. 일반 라벨과 다를 것 없이 생긴 것 같지만 잘 살펴보니 아래에 전자 칩이 숨어 있었습니다.
루이비통은 2021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에 NFC 칩을 탑재해 정품임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제품 고유 번호인 TC 코드를 각인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했는데요. 물론 프라다와 달리 고객이 직접 내장 칩이나 라벨의 위치는 확인할 수 없고, 제품 공정 과정에서 내장 칩을 숨겨서 제작하기 때문에 가품 생산이 더욱 어렵다고 해요.
위 가디건을 NFC Tools 앱으로 스캔해보았다.
프라다와 루이비통의 NFC 칩과 라벨을 소비자가 직접 태그해 정품인 것을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없습니다. 다만, 많은 사용자의 후기를 통해 확인된 바로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모두 ‘NFC Tools’ 앱으로 제품 정보를 볼 수 있다고 해요. 물론 루이비통 제품의 경우 내장 칩의 위치가 어딨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앱을 실행하고 제품 구석구석 태그해야 하는 과정은 필요합니다.
등산할 때 잘 보세요…안전사고 발생 시 도움 되는 NFC 기반 안내판
(출처: 서대문구청)
올해 초, 서대문구는 홍제천 자전거길에 NFC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주소 판을 설치했습니다. 설치된 주소 판은 도로명주소 기초번호판에 NFC 칩이 장착된 형태예요. 스마트폰 주소 판의 특정 위치에 대면, 도로명 주소와 함께 구조 요청 문자가 자동으로 뜬다고 합니다. 위기 상황이 발생해 구조가 필요하다면, 구조자는 그저 주소 판에 스마트폰을 태그한 뒤 문자 수신처에 119나 112를 입력하면 돼요.
앞서 서대문구는 지난 2019년에 관내 많은 등산객이 이용하는 안산과 백련산, 궁동산의 등산로 20곳에 전국 최초로 NFC 기능을 활용한 ‘국가지점번호판’을 설치한 바 있습니다. 국가지점번호는 전 국토 및 해양을 구분해 부여되고, 비주거 지역에서의 긴급 구조 때 사용되는데요.
문자와 숫자 10자리로 표기된 고유 좌표로 위치는 정확히 찾을 수 있지만, 긴 자릿수 때문에 위급 상황 시 직접 입력하기가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러나 NFC 기반 번호판은 태그만 하면, 지점번호와 구조 요청 문자가 자동으로 떠서 문자 수신처만 입력하면 됩니다. 그렇기에 등산로에서 범죄와 같은 위기 상황에 처했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출처: 전라남도 남원시)
비슷한 경우는 또 있는데요. 지난 7월, 전라북도 남원시도 지리산 둘레길 1코스와 2코스에 도로명을 부여하고, 주소와 각종 정보가 담긴 시설물에 NFC와 QR 코드를 탑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작동 방식은 서대문구와 비슷해요. 이를 통해 남원시는 등산 시 시민들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NFC 기술은 결제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브랜드 정품 인증, 손쉬운 구조 요청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데요. 이미 애플페이와 삼성페이, 그리고 교통카드로도 일상에 깊이 자리 잡은 기술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더 우리 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기술이었네요.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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