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 스팀 덱
미국의 게임 유통사 밸브(Valve)가 휴대용 게임기 ‘스팀 덱(Steam Deck)’ OLED 버전을 11월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밸브가 올해 2월 선보인 LCD 버전과 달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전작에서 아쉬웠던 점을 일부 개선했다.
색감 생생한 OLED 탑재…화면 크기와 주사율도 늘어
OLED는 최근 게이밍 모니터에 자주 사용되는 소재다. 검은색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때문에 명암비가 높고 색감이 한층 생생해 게임에 몰입하기 좋다. 무게도 LCD보다 가볍다. 스스로 빛을 내는 소자다 보니 LCD처럼 백라이트를 탑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 가벼운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덕에 스팀 덱 OLED 버전의 무게는 640g으로 기존 LCD 모델(669g)보다 약 5% 가벼워졌다. 손에 들고 사용하는 휴대용 게임기인 만큼 더 오래 사용하기 편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스팀 덱 OLED (출처 : Valve)
화면 베젤 두께가 줄고 디스플레이는 약간 커졌다. LCD 모델은 7인치, OLED 모델은 7.4인치다. 해상도는 1280×800으로 동일하다. 주사율은 60Hz에서 90Hz로 증가해 화면이 더 부드럽게 전환된다. 화면 밝기는 400니트에서 1000니트로 향상돼 밝은 곳에서도 화면이 뚜렷하게 보인다.
내외부 사양 대대적 개편…사실상 ‘1.5세대’ 제품
내부 설계와 일부 사양도 전작 대비 큰 폭으로 달라졌다. 외부 디자인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면이 바뀐 1.5세대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AMD Zen 2 프로세서가 탑재된 건 LCD 모델과 동일하지만, 반도체 공정이 기존 7nm(나노미터)에서 6nm로 개선됐다. 공정이 미세할수록 반도체가 소모하는 전력이 줄고 성능이 향상된다. 램(RAM) 용량은 16GB로 기존과 동일하지만 데이터 전송 속도가 5500MT/s에서 6400MT/s로 향상됐다.
스팀 덱 OLED(왼쪽)와 LCD(오른쪽) 분해도 (출처 : Gamers Nexus)
테크 유튜버 ‘게이머즈 넥서스’가 11일 업로드한 스팀 덱 분해 영상을 보면 기판 설계도 완전히 달라졌다. 부품 크기와 배치를 최적화해 여유 공간을 늘렸다. 그 덕분에 SSD 장착 슬롯을 배치할 공간이 확보됐다. 기존에는 SSD 아래에 무선랜카드 슬롯 위에 SSD를 장착해야 했지만 OLED 버전은 SSD 장착 슬롯을 다른 구역으로 분리했다. SSD에서 발생하는 열이 무선랜카드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낮아졌다.
여유 공간이 늘어난 덕에 더 큰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게 됐다. 배터리 용량이 40Wh에서 50Wh로 늘었는데, 사용 시간은 환경에 따라 30~50% 개선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밸브는 충전 알고리즘을 개선해 배터리 잔량이 20%인 상태에서 45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충전 케이블이 짧아 콘센트가 멀리 있을 때 불편하다는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케이블 길이를 기존 1.5m에서 2.5m로 늘렸다.
무선 통신 규격도 최신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와이파이 6E를 지원해 게임 다운로드 속도가 최대 3배 빨라지고 온라인 게임을 할 때 발생하는 지연 시간도 줄었다. 블루투스 버전은 5.0에서 5.3으로 업그레이드됐으며 aptX HD와 aptX LL 코덱을 추가 지원한다. 제품 상단 부근에 블루투스 안테나를 한 개 더 탑재해 연결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스팀 덱 OLED (출처 : Valve)
외관도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밸브는 그립감을 향상시키고 먼지가 내려앉는 걸 방지하기 위해 아날로그 스틱 상단 재질을 변경했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본체에 탑재된 각종 버튼과 스위치, 패드의 반응성을 개선해 더 정밀한 조작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부품이 고장 날 경우 한결 쉽게 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후면 덮개가 나사 고정 방식으로 바뀌어, 규격에 맞는 드라이버만 있다면 누구나 분해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한 전체적으로 나사 수를 줄이고 부품을 몇 개만 분리해도 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분해되게끔 내부 구조를 재설계했다. 디스플레이를 수리하거나 교체할 때는 후면을 분리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팀 덱 OLED 분해도 (출처 : Valve)
간단한 부품 교체는 기본적인 도구만 있어도 쉽게 수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밸브는 조만간 아이픽스잇(iFixit)을 통해 스팀 덱 OLED 버전 수리 부품을 별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2가지 용량으로 출시…기존 LCD 모델 일부 단종
스팀 덱 OLED 모델이 발표되면서 기존 LCD 모델은 일부 단종됐다. LCD 모델 중 64GB와 512GB 모델이 단종되고 256GB 모델은 계속 판매한다. OLED 모델은 내장 메모리 용량에 따라 512GB와 1TB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즉, 비교적 사양이 낮은 256GB LCD 모델과 최신 사양을 갖춘 512GB, 1TB OLED 모델로 전체 라인업을 개편한 셈이다.
국내 스팀 덱 가격 (출처 : 코모도)
국내 판매 가격은 256GB LCD 모델이 58만 9000원, OLED 모델은 용량에 따라 83만 9000원(512GB)과 98만 9000원(1TB)으로 책정됐다. 용량뿐만 아니라 기본 사양도 다르다 보니 LCD와 OLED 모델 간 가격 차가 꽤 나는 편이다. 스팀 덱 OLED 버전은 오는 17일(한국 시간 기준)부터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밸브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반투명 하우징을 적용한 1TB 한정판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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