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크루즈)
최근 GM의 자회사 크루즈의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수난 시대를 겪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크루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로보택시 운행 허가권을 반납했는데요. 캘리포니아주 규제당국이 크루즈의 로보택시가 대중교통으로서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겁니다. 이는 크루즈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택시, 즉 로보택시를 주행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지 불과 3달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사실 캘리포니아에서는 야간에도 로보택시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해, 차량 운행이 적을 새벽 시간대에는 도로를 활보하는 로보택시의 모습이 진풍경으로 여겨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 이런 모습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크루즈는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방안을 찾겠다며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미국 텍사스와 애리조나, 휴스턴, 오스틴, 피닉스 등 다양한 국가에서 로보택시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크루즈 로보택시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요.
운행 시작과 동시에 충돌 사고 이어졌던 크루즈 오리진 로보택시
(출처: EPA연합뉴스)
크루즈는 미국에서 운행 허가를 받은 후 여러 건의 사고를 내면서 빈축을 샀습니다. 환자를 이송한 응급차를 가로막는가 하면, 긴급 출동하던 소방차와 충돌하기도 했어요. 논란의 불씨는 지난달 초, 일어난 사고 때문에 커졌습니다. 당시 한 여성이 다른 일반 차량에 치인 후, 반대 차선에서 다가오던 크루즈 아래에 깔린 건데요. 물론 차량의 브레이크가 뒤늦게 작동하긴 했지만, 차가 멈췄을 때는 이미 보행자가 차량 밑에 갇힌 후였습니다.
이 사고로 크루즈 오리진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고, 결국 캘리포니아에서 크루즈 로보택시가 완전히 퇴출당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어요. 이미 지난 8월에도 크루즈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어 경상을 입힌 사고가 있었기에, 도로 위 퇴출에 대한 목소리가 한차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크루즈가 사고로 퇴출된 건 비단 미국 시장뿐만이 아니였습니다. 앞서 지난 5월, 일본에서도 후쿠이현 한 마을에서 크루즈의 로보택시가 접촉 사고를 냈는데요. 이 사고로 최근 일본 교통 당국은 로보택시의 운행 중단을 결정했어요.
완전자율주행으로 ‘성큼’ 다가가나 했더니…허가권 반납으로 무너져
(출처: 크루즈)
사실 크루즈 로보택시의 상용화는 ‘완전 자율주행’의 시대를 꿈꾸는 이들에게 꽤 의미가 있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자율주행 레벨은 레벨 1부터 5까지로 나뉘는데요. 현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Autopilot) 시스템도 레벨2에 해당합니다. 아직은 자율주행을 ‘보조’하는 기술밖에 상용화하지 못한 거죠.
대신 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현실적 요건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완성차보다 레벨4를 적용한 로보택시가 완전 자율주행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돌파구로 봤는데요. 크루즈의 운행 허가권 반납으로 상황은 다시 어려워진 겁니다.
운행 중단으로 당연한 수순…GM 당분간 로보택시 생산 완전히 중단
(출처: AP연합뉴스)
결국 크루즈 로보택시가 현실적으로 운행이 불가능해지면서, GM도 결정을 내려야 했는데요. 지난 11월 7일(현지 시간), IT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GM은 크루즈 로보택시 차량인 ‘오리진(Origin)’의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Forbes)를 통해 크루즈 내부에서 전체 회의가 열린 사실이 전해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카일 보그트(Kyle Vogt) 크루즈 최고경영자(CEO)도 “GM과 함께 오리진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회사가 어떻게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계획인지 덧붙였죠. 여기에 왜 더 빨리 로보택시 운행을 중단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제공하면서 약간의 좌절감도 표시했다고 합니다.
(출처: 크루즈)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리진 생산 중단이 GM과 크루즈의 로보택시를 향한 계획 중단을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GM 측은 여전히 로보택시가 교통 편의성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로보택시를 향한 믿음을 공고히 했습니다.
한편, GM과 크루즈, 일본의 혼다는 최근 운전대와 페달이 없이 제작된 박스 형태의 로보택시를 두바이와 일본 전역에 서비스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GM이 당분간 로보택시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서 관련 사업도 불투명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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