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12일(현지시간) 애플이 아이폰15 시리즈를 공개했다. 전체 모델은 화면 크기와 사양에 따라 △아이폰15 △아이폰15 플러스 △아이폰15 프로 △아이폰15 프로 맥스로 나뉜다.
테트라프리즘 구조를 적용한 아이폰15 프로 맥스 망원 카메라 (출처 : apple)
그중 아이폰15 프로 맥스는 5배 광학 줌을 지원하는 망원 카메라를 탑재해 더 멀리 있는 피사체도 가까이 당겨 찍을 수 있다. 게다가 최대 조리개 값이 F2.8로 수광률이 우수해, 촬영 환경이 어두워도 밝은 사진을 찍기 유리하다.
아이폰15 프로 맥스의 망원 카메라에 담긴 기술력은 시리즈 중 최상급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수준이 이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고 주장하는 기업이 나타났다. 미국 광학 기술 스타트업 ‘글래스 이미징(Glass Imaging)’은 아이폰15 프로 맥스의 이미지 처리 기술이 망원 카메라 성능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글을 10월 27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사진을 찍고 저장하는 과정 (출처 : Samsung)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①렌즈를 통해 빛을 센서에 받아들이고 ②센서의 픽셀마다 인식한 빛의 색 데이터를 취합한 다음 ③이미지 처리 장치(ISP)가 사진을 보정하고 ④기기에 저장하는 절차를 거친다. 글래스 이미징은 애플의 ISP가 사진을 제대로 보정하지 못해 우수한 하드웨어가 가진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글래스 이미징 기술, 애플과 어떤 차이 있길래
글래스 이미징은 해당 글을 통해 자체 개발한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 ‘글래스AI(GlassAI)’의 주요 특징을 설명했다.
아이폰 기본 사진(왼쪽)과 글래스AI가 보정한 사진(오른쪽) (출처 : Glass Imaging)
기존 이미지 처리 알고리즘은 사진 속 피사체의 특징이나 전체적인 균형을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존 알고리즘으로 사진 속 노이즈를 제거하면 머리카락이나 섬유 질감까지 밋밋해진다. 반면 글래스AI는 사진에서 노이즈와 노이즈가 아닌 것을 구분하므로 피사체의 질감을 유지하면서 노이즈를 제거할 수 있다. 또한 글래스AI는 저조도, 주광, 망원 환경에 특화된 알고리즘을 나누고 아이폰에 탑재된 여러 카메라에 각각 최적화했다.
이미지 처리 속도도 빠르다. 사진을 찍고 데이터를 처리한 다음 저장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0.5초 정도다. 게다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동안에도 다른 사진을 추가로 촬영할 수 있다.
글래스 이미징은 기존 스마트폰에 탑재된 칩셋의 성능이 부족해 사진을 세밀하게 보정할 수 없었다며, 지금까지는 사진 일부를 보정하기보다는 화이트 밸런스를 조정하거나 노출값을 바꾸는 것처럼 사진 전체에 적용되는 보정에만 AI를 활용했다고 전했다. 반면 아이폰15 프로 맥스는 연산 성능이 이전보다 향상돼 이미지를 세밀하게 보정하는 작업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래스AI 적용한 아이폰 카메라 화질 얼마나 개선될까
글래스 이미징은 아이폰15 프로 맥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두 가지 버전으로 나눠 비교했다. 하나는 애플 기본 카메라에 내장된 ISP가 보정한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사진의 원시 데이터(RAW)를 글래스AI로 보정한 사진이다.
아이폰 기본 사진(왼쪽)과 글래스AI가 보정한 사진(오른쪽) (출처 : Glass Imaging)
색상·해상도 차트를 찍은 사진을 보면 기본 버전은 전체적으로 노이즈가 발생해 색이 균일하지 않다. 반면 글래스AI가 보정한 사진은 노이즈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감소했으며 이미지가 한결 선명하다. 화이트 밸런스도 글래스AI가 보정한 사진이 좀 더 실제에 가깝다.
아이폰 기본 사진(왼쪽)과 글래스AI가 보정한 사진(오른쪽) (출처 : Glass Imaging)
스마트폰 망원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피사체 질감이나 글자가 뭉개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폰15 프로 맥스의 5배 망원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면 기본 버전은 바닥 질감이나 포장지에 쓴 글씨가 부분적으로 깨져 보인다. 사진 속 주요 피사체인 빵의 겉모습도 원형을 알아보기 어렵다. 반면 글래스AI가 보정한 사진은 바닥과 빵의 질감, 글씨까지 선명하게 표현했다.
아이폰 기본 사진(왼쪽)과 글래스AI가 보정한 사진(오른쪽) (출처 : Glass Imaging)
사진을 확대해 찍으면 기본 ISP는 화면 속 텍스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예시 사진에서 기본 버전은 다이얼 위아래에 적힌 글자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형했다. 텍스트를 인식하지 못해 잘못 보정한 결과물이다. 글래스AI는 글자 내용과 형태를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유지했다. 비슷한 폰트로 적어넣은 것도 아니다. 글래스 이미징은 보정 과정에서 다른 이미지를 합성하거나 가짜 데이터를 만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이폰 전용 앱 나올까…”일단은 기술 판매 우선”
글래스 이미징이 나열한 예시 사진을 보면 업체 주장처럼 아이폰15 프로 맥스의 카메라 성능을 충분히 활용했다는 느낌이 든다. 글래스AI가 적용된 카메라 앱이 출시된다면 기본 카메라 앱 대신 사용할 만하다. 하지만 글래스 이미징은 아이폰 전용 앱 출시를 고려하고 있지만 확정된 사안은 아니며, 출시하더라도 나중 일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업체는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 핵심 기술을 판매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