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인공지능 스타트업 휴메인(Humane)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된 2023 테드(TED)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였습니다. 전 애플 디자이너 출신인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임란 초드리(Imran Chaudhri)는 무대에 등장해 기기를 시연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물론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죠. 다만, 그의 왼쪽 가슴에 스마트폰보다 훨씬 작은 사각형의 웨어러블 기기가 부착된 모습이 발견됐습니다.
웬만한 스마트폰보다 훨씬 작고, 작은 비스킷 크기의 기기가 대체 무엇일까 많은 청중의 관심을 끌던 그 순간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벨소리의 출처는 초드리였죠. 그는 청중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자리에서 전화를 받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스마트폰이 아닌 손바닥이었습니다. 그는 손바닥에 나타난 발신자 정보를 청중에게 보여주더니, 자신의 아내이자 공동 창업자 배서니 본지오르노(Bethany Bongiorno)라며 통화를 시작하죠. 가상 화면을 손바닥에 띄우고, 태연하게 전화를 이어가는 초드리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죠.
이게 어떻게 가능해? 초드리 가슴에 부착된 기기의 비밀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의 가슴에 부착된 기기에 가상 디스플레이를 생성하는 레이저 프로젝터가 탑재됐기 때문입니다. 레이저 색은 녹색으로, 손바닥이라는 평평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꽤 선명하게 출력된 화면을 보여줬죠.
그뿐만 아니라, AI 기술 기반 웨어러블 기기답게 이와 관련된 몇 가지 기능도 선보였습니다. 초드리는 해당 기기에 여행지에서 살 아내 선물을 추천해달라고 말했는데, 기기는 곧바로 밴쿠버 현지의 인기 쇼핑지를 추천해 줬어요. 게다가 해당 기기에 탑재된 세 개의 카메라 덕분에 기기는 초드리의 말을 프랑스어로 실시간 번역해 그의 목소리와 유사한 AI 음성으로 변환해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회사는 해당 기기를 올해 안에 출시할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구체적인 정보는 추후에 더 공개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어요. 그런데, 어느덧 10월 말이고 올해도 60일이 채 남지 않았죠. 그런 만큼 이 제품이 출시 임박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면서, 관련 정보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가격은 무려 1000달러…오는 11월 9일 출시 예정인 ‘AI 핀’
지난 10월 27일(현지 시간),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휴메인이 지난 5월 공개했던 장치가 ‘AI 핀(AI Pin)’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11월 9일 출시된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가격은 저렴하지 않을 것으로 파악돼요. AI 핀의 가격은 최대 1000달러(약 135만원)가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AI 핀은 화면이 없고,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다양한 센서, 레이저 프로젝터를 갖추고 있다고 해요. 또한 자석으로 옷에 다양한 부분에 부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휴메인은 AI 핀이 기존 스마트폰 수준의 속도와 연결성, 카메라 기능과 보안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이를 위해 퀄컴(Qualcomm)의 스냅드래곤 칩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회사는 이 장치를 스마트폰이자 상황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설명했어요. 휴메인의 대주주가 오픈AI의 CEO 샘 알트먼(Sam Altman)인 만큼 AI 기능 면에서는 일부 도움을 받을 예정이에요. 앞서 지난 24일, 회사는 AI 핀이 회사의 자체 소프트웨어와 오픈AI의 GPT를 혼합한 AI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휴메인의 AI 핀, 스마트폰을 넘어…새로운 시대 열 수 있을까?
휴메인은 소비자 컴퓨팅의 패러다임을 바꾸길 희망하고 있어요. 물론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하긴 합니다. 가슴에 대고 음성으로 말하는 게 스마트폰처럼 조용히 화면을 터치하고, 타이핑을 치는 것보다 덜 실용적이라는 거죠. 음성으로 말하면 개인적인 이야기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니까요.
하지만 실용성 여부와 상관없이, 휴메인은 우리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될 미래를 제시했어요. 제시된 미래가 현실에 자리 잡는 건, 그 다음 얘기입니다. 과연, 휴메인의 장치는 대중들의 환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오는 11월 9일 공개된 제품에 대한 반응을 지켜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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