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AFP)
지난 9월 28일(현지 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Autopilot)’을 둘러싼 사망 사고에 대해 회사에 배상 책임을 물은 민사 재판이 미국 현지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날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카운티 법원에서는 지난 2019년, 테슬라 모델3를 운전하다가 사망한 미카 리의 유족이 테슬라를 상대로 제기한 배심원 재판이 열렸는데요.
사고 당시 운전자 미카 리는 오토파일럿을 켜고 시속 105km로 주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차가 방향을 바꿔 고속도로를 벗어나면서 나무에 부딪혔고, 차량에 큰 화재가 발생한 겁니다. 이로 인해 미카 리는 숨졌고, 차에 타고 있던 8세 소년을 포함해 동승자 2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오토파일럿 결함에 결함 있었다 vs 술 마시고 운전한 고객 책임
소송을 낸 미카 리 측 유족은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에 결함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소비자에게 판매했다며 회사에 피해 배상을 요구했습니다. 재판이 시작된 당일, 원고 측 변호인은 테슬라가 2019년 당시에 베타 테스트 중이던 소프트웨어 오토파일럿을 ‘완전자율주행’ 패키지로 판매했다며 자동차 회사가 소비자에게 실험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테슬라는 즉각 항변했습니다. 사고 당시 오토파일럿이 작동 중이었는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으며, 미카 리가 운전하기 전에 술을 마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리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로 나타났어요. 물론 캘리포니아주의 운전자 혈중 알코올 기준치는 0.08%로, 리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이보다 낮았습니다. 그러나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이 켜져 있었다고 하더라도,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측이 여러 쟁점을 놓고 다투고 있어 해당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주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해당 재판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충돌 사고로 인한 사망 사건에 대한 첫 소송이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더욱 주목됐는데요. 게다가 최근 회사는 3분기 ‘어닝쇼크’를 겪었고, 사이버트럭과 관련된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가 10% 이상 폭락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재판 결과까지 좋지 않다면, 테슬라 입장에선 엄청난 고비일 수밖에 없어요.
‘차량 제조상 결함 있다 보기 어려워’…테슬라 손 들어준 미법원
그런데 지난달 31일, 로이터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당 재판에서 테슬라가 승소했다고 합니다. 이날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테슬라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어요.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의 의견은 9대 3의 비율로 테슬라가 과실이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고 해요. 테슬라 차량에 제조상 결함이 없다는 겁니다.
테슬라 측은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배심원 측의 결론이 옳았다”고 밝혔어요. 원고 측은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4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오토파일럿과 FSD 충돌로 인한 부상자와 관련된 소송에서도 기술에는 운전자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알려 재판에 승소한 바 있습니다. 당시 재판에서도 배심원들은 운전자의 부주의가 문제였다며 테슬라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이번 재판은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 사고로 인한 첫 번째 재판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 진행될 비슷한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요. 물론 다른 시각도 존재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소송이 오토파일럿, 즉 ‘소프트웨어 결함’이 아닌 ‘차량 제조 결함’을 다룬 것이기 때문에 다른 소송에서는 미칠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봤어요.
게다가 아직 테슬라가 답할 질문이 더 남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 2016년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을 홍보하는 광고 영상을 게재했는데, 영상 속 모델X는 마치 스스로 운전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이 영상은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을 마치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처럼 과대광고해 소비자를 시스템에 의존하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일으켰어요.
물론 테슬라는 분명히 소프트웨어 약관과 매뉴얼 등을 통해 오토파일럿을 사용할 때 운전자가 차량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힙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중에겐 한 번의 광고가 열마디 글보다 뇌리에 깊게 박히는 건 사실이죠. 그렇기에 추후 재판에서도 승소하려면 현재 남은 의문점들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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