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퀄컴)
퀄컴은 그간 ARM 설계를 기반으로 한 프로세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물이 스냅드래곤8cx 시리즈다. 퀄컴의 기대와 달리 스냅드래곤8cx 시리즈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성능이 특출난 것도 아니었고, 인텔 프로세서 대비 윈도우 호환성이 뒤떨어졌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애플 M 시리즈와 비교해도 특별히 내세울 점이 없다.
애플 M 시리즈는 같은 ARM 설계를 바탕으로 하면서 높은 성능을 구현했다. 이전까지는 인텔 X86은 성능이 좋지만 전력을 많이 잡아먹고, ARM은 성능은 비교적 낮지만 전력 효율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플 M 시리즈는 ARM 설계로도 고성능 프로세서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후 퀄컴은 애플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로 차세대 프로세서 개발에 매진했다.
스냅드래곤X 엘리트 공개한 퀄컴
(출처:퀄컴)
최근 퀄컴은 연례 행사 ‘스냅드래곤 서밋’을 열고 스냅드래곤X 엘리트를 공개했다. 스냅드래곤X 엘리트는 스냅드래곤8cx 시리즈를 잇는 퀄컴의 차세대 프로세서다. 퀄컴에 따르면 스냅드래곤X 엘리트는 ARM 설계를 커스텀한 오라이온(Oryon)이라는 중앙처리장치(CPU) 아키텍처가 사용됐다. 이는 퀄컴이 인수한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누비아(Nuvia) 작품이다.
발표 당시 퀄컴은 오라이온 CPU를 품은 스냅드래곤X 엘리트가 경쟁사 동급 제품 대비 최대 두 배 빠르며, 전력 소모는 3분의 1로 줄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체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오라이온 CPU가 인텔 X86 PC용 프로세서, 애플 M 시리즈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보다 적은 전력으로 더 높은 성능을 구현했다는 의미다.
벤치마크 점수 보니…빠르긴 하네
(출처:퀄컴)
퀄컴이 스냅드래곤X 엘리트 벤치마크 점수를 공개했다. 10월 31일(현지시간) IT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에 따르면 퀄컴은 언론인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연 비공개 이벤트에서 스냅드래곤X 엘리트 벤치마크 점수를 공유했다.
퀄컴은 총 두 가지 레퍼런스 모델을 준비했다. 첫 번째는 CPU 열설계전력(TDP) 80W, 최대 4.3GHz 클럭 코어를 가동하는 기기다. 두 번째는 TDP 28W, 최대 4GHz 코어로 작동하는 레퍼런스 제품이다. 전자는 고성능, 후자는 비교적 저사양이다. 스냅드래곤X 엘리트라는 하나의 플랫폼을 다양한 기기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처럼 구성한 듯하다.
비교군은 인텔 13세대 코어 i7-13800H(115W)를 탑재한 레이저 블레이드 15, AMD 라이젠 9 7940HS(80W)를 사용하는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 G14, M2 맥북 프로 13인치였다. 제조사는 다르지만 모두 최신 고성능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현역 모델이다.
긱벤치 6 싱글코어 점수(출처:퀄컴)
긱벤치 6 멀티코어 점수(출처:퀄컴)
먼저 긱벤치 6 테스트에서 스냅드래곤X 80W 레퍼런스 기기는 싱글코어 2940점, 멀티코어 1만5130점을 기록했다. 28W 모델은 싱글코어와 멀티코어 각각 2780점, 1만4000점을 나타냈다. 80W 모델은 싱글·멀티 코어 모두 경쟁 제품을 앞질렀다. 28W 모델 싱글 코어 점수는 2위, 멀티코어 점수는 3위였다. 전력 효율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경쟁 제품은 스냅드래곤X 엘리트에 미치지 못했다. 인텔 코어 i7-13800H는 싱글코어 2755점, 멀티코어 1만4342점이었다. AMD 라이젠9 7940HS는 싱글코어 2695점, 멀티코어 1만2181점으로 인텔에 뒤졌다. 애플 M2는 싱글코어 2658점, 멀티코어 1만88점으로 가장 저조한 점수를 나타냈다. 멀티코어 기준 스냅드래곤X 엘리트 점수가 최대 50%가량 높다.
GPU 성능은 어느 정도?
퀄컴은 내장 GPU 성능 벤치마크 점수도 공개했다. 테스트에 사용된 프로그램은 GFX벤치(아즈텍루인스), 3D마크(와일드파이어 익스트림)다. 결론부터 보면 GPU 점수도 스냅드래곤X 엘리트가 경쟁 제품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TDP가 낮은 스냅드래곤X 엘리트는 일부 테스트에서 M2보다 소폭 낮은 초당 프레임 수를 나타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GFX벤치(아즈텍루인스) 측정 점수(출처:퀄컴)
3D마크(와일드파이어 익스트림) 측정 점수(출처:퀄컴)
GPU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는 아래와 같다.
-스냅드래곤X 엘리트(80W) : 아즈텍루인스(350fps), 와일드파이어 익스트림(44.5fps)
-스냅드래곤X 엘리트(28W) : 아즈텍루인스(295fps), 와일드파이어 익스트림(38.5fps)
-애플 M2 : 아즈텍루인스(295fps), 와일드파이어 익스트림(40.8fps)
-인텔 코어 i7-13800H : 아즈텍루인스(177fps), 와일드파이어 익스트림(26.6fps)
-AMD 라이젠 9 7940HS : 아즈텍루인스(139fps), 와일드파이어 익스트림(28.9fps)
퀄컴이 보여준 벤치마크 점수만 보면 스냅드래곤X 엘리트는 성능 면에서 큰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이를 탑재한 PC의 실제 성능이 얼마나 나올지 기대된다. 스냅드래곤X 엘리트를 품은 제품은 오는 2024년 중반에 출시될 예정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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