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 측정 기능을 탑재한 에어팟 특허 (출처 : Patently Apple)
최근 이어폰으로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기술이 다방면으로 연구되고 있다. 올해 7월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서 공개한 애플 특허에서는 특수한 전극이 달린 에어팟으로 사용자의 뇌파와 근전도를 비롯한 생체 신호 측정 기술을 다뤘다. 하지만 지금까지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이어폰은 거의 출시되지 않았다. 애플 특허도 에어팟 몸체와 이어팁에 전극을 여러 개 탑재해야 하므로 실제 제품에 적용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 충분히 실용성 있는 생체 신호 측정 기술이 나타났다. 10월 27일(현지시간) 구글이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으로 심박수를 측정하는 기술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기술의 이름은 ‘오디오 혈량 측정법(APG)’이다.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를 통해 사용자의 심박수를 측정한다.
APG의 원리는? 소리 발생시켜 심박수 측정하는 기술
APG 기술의 원리 (출처 : Google)
평소 이어폰이 소리를 낼 때 사용하는 드라이버를 통해 강도가 낮은 초음파를 재생한다. 초음파가 귓속에서 반사돼 돌아오면 마이크를 통해 이를 수신하고 파장의 변화를 기록한다.
논문 내용에 따르면 외이도에는 작은 혈관이 광범위하게 퍼져 심박수를 감지하기 용이하다. 맥박이 뛸 때마다 혈관이 피부를 밀어 올리면서 외이도가 약간 좁아지는데, 초음파를 계속 쏘면 외이도가 좁아지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계속 기록하면서 외이도가 좁아지는 시간 간격을 파악하면 심박수를 계산할 수 있다.
이때 사용하는 초음파는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이어폰이 음악을 재생하거나 노이즈 캔슬링을 켠 상태에서도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다. 구글은 외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심박수 측정과 맥박으로 인한 파형 변화 포착에 최적화된 주파수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단, 주변 소음이 지나치게 시끄럽거나 사용자가 측정 도중에 움직일 경우 정확도는 떨어질 수 있다.
APG 정확도를 테스트하는 모습 (출처 : Google)
구글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무선 이어폰과 특수 제작한 시제품을 사용해 APG 기술의 정확도를 확인했다. 실험 참가자 153명을 대상으로 심박수와 심박수 변이도를 테스트한 결과 심박수 측정 정확도는 96.79%, 심박수 변이도 정확도는 97.30%로 높게 나왔다.
APG의 장점은? 기존 방식의 단점 해소하고 경제적
소리로 심박수를 재는 기술의 장점은 피부색의 영향을 안 받는다는 것이다. 기존 심박수 측정 기술은 피부에 비치는 핏줄 색과 진한 정도의 변화를 센서로 포착해 계산하는 방식을 채용했다. 하지만 피부색이 어둡거나 문신으로 가린 경우 센서가 핏줄을 인식하지 못해 제대로 된 측정이 불가능했다. 반면 APG 기술은 초음파로 외이도 내 공간 변화를 파악하므로 피부색과 관련 없이 심박수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구글은 기존에 출시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APG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은 대부분 유닛 안쪽에 ‘피드백 마이크’라는 부품이 들어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활성화하면 유닛 안팎에 배치된 마이크가 활성화되며, 바깥소리와 귀 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비교해 외부 소음을 줄인다. 이 구조 그대로 드라이버가 초음파를 재생하고 귀 안에서 반사돼 돌아온 초음파를 피드백 마이크가 인식한다면 부품을 추가로 탑재하지 않아도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설계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가능하다. 추가로 탑재할 부품이 없기 때문에 이어폰 무게나 부피가 늘어나지 않고 음향 설계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제품에 적용 여부는 불투명…대체 제품 구하기 어려워
APG 기술 소식을 보도한 구글 전문 매체 나인투파이브구글(9to5google)은 APG가 구글 내 여러 부서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기술이다 보니 픽셀 버즈 시리즈에 적용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APG 기술을 발명하는 데 구글 헬스, 제품 관련 부서, UX, 법무팀 등 여러 부서가 관여해 실제 제품에 적용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APG가 기존에 출시한 제품에도 업데이트로 제공될지, 향후 APG 적용 제품이 별도로 출시될지는 알 수 없다.
심박수 측정이 가능한 이어폰 ‘스포츠 펄스 와이어리스’ (출처 : Jabra)
코드리스 이어폰에 APG가 도입되기 전 사용해 볼 만한 대체품은 있을까? 놀랍게도 9년 전 음향기기 전문 제조사 ‘자브라(Jabra)’가 심박수 측정 기능이 내장된 블루투스 이어폰 ‘스포츠 펄스 와이어리스’를 출시한 적이 있었다. 이어폰 유닛에 별도 부품을 장착해 사용자의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으며, 전용 앱에 등록한 사용자의 신체 정보와 이어폰으로 포착한 활동 패턴을 토대로 현재 신체 상태를 파악하고 적합한 운동 강도를 제안하는 기능까지 탑재했다.
당시 스포츠 펄스 와이어리스의 심박수 정확도는 99.2%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심박수 모니터를 탑재하느라 유닛이 크고 출시한 지 오래돼 구하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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