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멜론 페이스북)
언제부터였을까. 멜론만 써왔던 게.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 시절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손에 꼽히는 케이팝 덕후였다. 특히 교복을 입고 ‘으르렁’ 대며 등장했던 그 시절 그 소년들을 매우 좋아했었다. 당시 음악방송에서 음원차트 점수를 반영할 때 멜론차트의 비중을 가장 높게 반영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때부터 그냥 멜론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쓰다 보니, ‘멜론 뮤직 어워드’ 부문별 사전 투표나, SBS 인기가요 사전투표 등 멜론에서만 참여할 수 있는 게 많았다. 그래서 케이팝 아이돌 팬으로서는 필수 앱이라고 느껴졌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으르렁대던 소년들을 가슴에 묻고 학생에서 사회인이 됐지만, 10년이 넘도록 써온 멜론에 익숙해진 탓에 다른 앱을 쓰는 것은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4월 말, 우연히 애플 뮤직 앱에 들어갔는데 6개월 무료 이용권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안 그래도 올해 들어 고물가로 인해 매월 나가는 구독료가 살짝 부담됐는데, 이 김에 한 번 사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어느덧 애플 뮤직 무료 이용권이 만료되는 시점이다. 지난 6개월간 써본 애플뮤직, 멜론만 10년 넘게 써온 사람으로서 어떤 것은 애플이 좋았고 어떤 것은 멜론이 좋았는지 비교하며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깔끔한 인터페이스, 개인화 맞춤형 기능은 애플뮤직 ‘승’
애플뮤직 지금듣기(왼쪽) 화면과 음악 재생 화면(오른쪽)을 캡쳐한 모습
먼저 음악 추천은 어떤 게 더 잘해주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애플뮤직 ‘지금 듣기’에서는 개인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하고, 선호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따로 모아서 제안한다. 처음 애플뮤직에 들어가서 지금 듣기를 탭하면 선호하는 장르와 아티스트를 고르게 한다. 이때 사용자가 선택한 선호 장르와 아티스트를 기반으로 애플뮤직 에디터가 직접 수작업으로 선별한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해 준다.
제안된 음악 중에서 마음에 드는 음악이 없다면, 재생화면 중앙에 있는 점 세개 아이콘을 눌러 ‘제안 줄이기’를 눌러 비슷한 항목에 대한 제안을 줄일 수도 있었다. 반대로 ‘좋아요’를 눌러 비슷한 항목을 더 많이 추천받을 수도 있다. 사용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기능은 ‘디스커버리 스테이션(Discovery Station)’이었다. 나는 국내 음악을 위주로 듣던 사람이었는데, 이 기능을 통해 해외 아티스트인 ‘찰리 푸스(Charlie Puth)’의 ‘Dangerously’라는 곡을 추천받아 현재 이 아티스트의 곡에 빠져 사는 중이다.
디스커버리 스테이션 기능이 유용하게 느껴졌던 건 그동안 내가 들어보지 않았던 음악을 중심으로 추천해 줬다는 것이다. 물론 ‘유어 네임 스테이션(Your Name Station)’과 같이 평소 선호도를 기반으로 유사한 음악을 추천해 주는 기능도 도움이 될 때가 있지만, 이 기능을 사용할 때는 종종 이미 보관함에 저장한 노래가 추천될 때가 있어 아쉬울 때가 많았다.
멜론은 홈 화면에 인기 차트와 개인 취향 기반 플레이리스트 추천 등을 한 번에 제공한다. 멜론은 사용자가 들은 음악의 특성을 고려해 이와 유사한 음악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개인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로 ‘유사곡 플레이리스트’를 제안해 준다.
이러한 방식의 추천 알고리즘은 애초에 사용자의 재생 이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신규 유저를 위한 추천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한곡을 기반으로 그와 유사한 곡의 플레이리스트를 제안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곡을 추천받기 보다는 한정된 종류의 음악을 추천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전반적으로 이용자에게 맞춤형 노래 추천에 특화된 기능을 갖춘 스트리밍 서비스는 애플 뮤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트렌드 확인은 멜론이 더 직관적…재생목록 보기도 편해
애플뮤직은 왼쪽 사진과 같이 한 번 더 대한민국 탑100 메뉴에 들어가야 한다. 반면, 멜론은 홈 화면에 탑100 차트가 바로 노출된다.
다만, 오랜 멜론 이용자로서 애플 뮤직을 이용하면서 가장 불편한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최신 발매 곡과 인기 차트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멜론은 앞서 언급했듯이 홈 화면에 실시간 인기 차트와 최신 발매 앨범 등을 제공한다. 접속하자마자,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음악이 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최신곡이나 인기 트렌드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애플뮤직은 국내 차트를 확인하려면 둘러보기 아래쪽으로 내려가 ‘오늘의 TOP 100’ 메뉴에서 ‘대한민국 TOP 100’에 따로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멜론을 쓸 때보다 최신 케이팝이나 인기 트렌드를 잘 못 따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애플뮤직의 ‘보관함’에 적응하는 데 조금 걸렸던 것 같다. 보관함에 들어가, ‘노래’ 버튼을 한 번 더 탭 해야만 재생 목록이 보이는 것도 조금 불편했다. 그러니까 재생목록을 보려면 두 번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또한 내가 만든 플레이리스트로 이동하려면 다시 뒤로 나가서 ‘플레이리스트’ 메뉴를 탭 해야 했다.
반면, 멜론의 경우 음악을 추가하면 노래가 플레이되고, 재생바 맨 오른쪽 아이콘을 누르면 곧바로 재생목록이 보여서 편했다. 게다가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하면 직접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볼 수 있어서 재생목록과 플레이리스트 간의 전환도 유연하게 이뤄졌다.
공간 음향, 무손실 음원 지원하는 애플뮤직…음질은 애플뮤직 ‘승’
(출처: 애플뮤직 캡쳐)
애플뮤직을 쓰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멜론을 쓸 때보다 상대적으로 고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애플뮤직은 공간 음향과 무손실 음원을 지원한다. 물론 공간 음향의 경우, 적용되는 일부 음원에서만 감상이 가능하다. 적용된 음원이 무엇인지 알기는 어렵지 않았다. 애플뮤직에는 공간 음향 플레이리스트가 별도로 있어, 지원되는 음원만 따로 모아서 들을 수도 있다. 또한 지원되는 음원에는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라고 배지가 표시된 걸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악뮤의 ‘낙하’는 멜론으로도 즐겨 듣던 음악이었는데, 공간 음향 음원으로 애플뮤직으로 들었을 때 배경음이라던가, 음악의 구성 요소들이 더 잘 들리는 느낌이었다. 예상하긴 했지만 K-POP의 경우 아직 지원되는 음악이 많지는 않았다는 점은 아쉬웠다. 10월 24일 기준으로 현재 116곡을 지원하는데, 1억 곡 이상의 음악을 보유한 애플뮤직으로선 현저히 적은 지원 곡 수이긴 하다.
그래도 무손실 음원은 애플뮤직 내 대부분 지원한다고 볼 수 있다. 무손실 음원은 애플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ALAC(Apple Lossless)’라는 자체 무손실 오디오 압축 기술로 가능하다. 실제로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음원의 원본 음질과 거의 구별하기 힘들 정도의 오디오 품질을 제공한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가격은 둘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내 경우엔 멜론을 사용할 때 홈페이지에서 모바일 스트리밍 클럽 정기 결제를 이용해 6900원을 매달 지불하고 이용했다. 이 요금제는 PC 스트리밍은 안 되고, 아이패드나 아이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만 스트리밍할 수 있어 노트북에서는 이용이 어려웠다. 그러나, 하지만, 애플뮤직은 매월 8900원에 PC를 포함한 다른 기기에서 스트리밍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가족이 함께 쓴다고 가정하면, 1만 3500원에 함께 쓰는 요금제도 있어 오히려 애플뮤직이 저렴한 편이다.
두 플랫폼 워낙 장단점이 뚜렷한지라, 무엇이 더 우수하다고 섣불리 단정하긴 어렵다. 결국 취향에 따라 선택하라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만약 본인이 국내 음악과 최신 트렌드에 예민하면서 재생목록 관리를 간편하게 하고자 한다면 멜론이 더 나은 옵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가족과 함께 쓸 의향이 있거나, 좀 더 풍부한 음향 기반으로 개인화된 음악 감상과 애플뮤직을 권하고 싶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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