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레나 2 스마트폰 (출처 : Murena)
프랑스 비영리 단체 뮤레나(Murena)가 개인 정보 보호에 특화된 스마트폰 ‘뮤레나 2’를 출시했다.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외부 서비스를 최대한 제외하고 기기에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물리 스위치를 탑재한 게 특징이다.
■”개인정보 수집 못 하도록”…독자 운영체제까지 탑재
뮤레나는 오래전부터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구글 소프트웨어를 탑재하지 않았다. 구글이 운영체제와 각종 기본 앱, 서비스를 통해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뮤레나 2에는 구글 서비스가 없는 오픈소스 운영체제 ‘/e/OS’가 탑재됐다. 안드로이드와 달리 구글에 어떠한 사용자 데이터도 전송하지 않는다.
안드로이드 앱 설치가 가능한 ‘앱 라운지’ (출처 : Murena)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탑재한 기기는 대부분 앱 호환성이 떨어진다. 웬만한 모바일 앱은 안드로이드와 iOS 전용으로 개발하기 때문이다. /e/OS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게시된 앱을 대부분 설치할 수 있는 ‘앱 라운지’가 탑재됐다. 앱 라운지는 사용자가 다운로드하려는 앱의 코드를 분석하고 어떤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지, 어떤 권한을 요구하는지 미리 알려준다. 불필요한 권한을 요구하거나 개인 정보를 지나치게 많이 수집하는 앱을 미리 확인하고 피할 수 있다.
구글 검색 엔진 대신 자체 개발한 검색 엔진을 탑재했으며 네트워크와 시간 동기화, DNS 서버, 위치 서비스도 구글이 구축한 인프라 대신 다른 기업체가 제공하는 오픈소스 서비스를 이용한다. 웹 브라우저 앱에는 IP 주소나 위치 추적, 광고를 차단하는 기능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뮤레나 클라우드 (출처 : Murena)
뮤레나는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 ‘뮤레나 클라우드’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과 영상, 파일을 클라우드에 백업하고 일정을 공유하거나 문서 작업도 가능하다. 전반적으로 구글 드라이브와 비슷한 형태다. 뮤레나는 개인 정보를 수집하거나 제삼자에게 판매하지 않으며, 앱 사용 패턴을 기록하거나 광고에 활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기 양쪽 스위치 올리면 보호 기능 ‘ON’
뮤레나 2에 탑재된 개인 정보 보호 스위치 (출처 : Murena)
뮤레나 2 디자인을 살펴보면 개인 정보 보호 스위치가 탑재된 게 눈에 띈다. 아이폰 음소거 스위치와 비슷하게 생긴 스위치가 기기 좌우 측면에 하나씩 탑재됐다. 왼쪽 스위치를 켜면 카메라와 마이크 연결이 차단되며, 오른쪽 스위치를 켜면 네트워크 연결이 비활성화된다.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주요 경로를 모두 막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스마트폰을 해킹하거나 개인 정보를 몰래 빼내기 어려워진다.
하드웨어 사양은 보급형 스마트폰 수준이다. 2018년 말에 발표한 중급 프로세서 ‘미디어텍 헬리오 P70’을 탑재했다. 이 프로세서의 연산 성능은 갤럭시 A9 프로, 샤오미 미 9 라이트에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곤 710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램 용량은 8GB로 작년에 출시한 ‘뮤레나 1’보다 2배로 늘었다. 1080×2400 해상도 풀 HD OLED를 탑재했으며 후면 카메라는 메인·광각·망원 3가지 화각으로 구성됐다.
■뮤레나 개인 정보 보호 기능, 허점도 있다
뮤레나 2 스마트폰의 개인 정보 보호 기능에서는 아쉬운 점이 여럿 보인다.
앱 라운지로 안드로이드 앱을 설치하기 전에 요구 권한과 수집하는 데이터 종류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권한을 허용하지 않고 데이터 수집을 금지한 채 앱을 설치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따라서 서드파티 앱을 설치하면 일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처럼 개인 정보가 수집될 가능성이 있다.
iOS와 안드로이드의 권한 제어 설정 화면
개인 정보 보호 스위치도 뮤레나만 보유한 특별 기능이라고 보긴 어렵다. 왼쪽 스위치는 카메라와 마이크 연결을 차단하는데, 안드로이드와 iOS도 특정 앱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사용하지 못하게 설정할 수 있다. 오른쪽 스위치는 네트워크 연결을 차단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비행기 모드와 방해 금지 모드를 켤 뿐이다. 두 가지 모두 안드로이드와 iOS가 오래전부터 지원하던 기능이다.
/e/OS가 구글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는 사용자가 원하지 않아도 구글이 ‘필수 동의 약관’이라는 명목으로 일부 개인 정보와 사용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e/OS에는 그런 수집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단, 필요에 따라 안드로이드 앱을 설치할 경우 앱을 통해 개인 정보가 수집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테다.
정리해 보면 뮤레나 2는 기본 앱을 제외한 서비스를 일절 이용하지 않는 경우에 쓸 만한 스마트폰이라고 볼 수 있다. 메인 스마트폰으로 삼기보다는 전화와 메시지 사용 비중이 큰 업무용 스마트폰에 어울린다.
뮤레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통해 오는 11월 2일(현지시간)까지 뮤레나 2 펀딩을 진행하며, 목표 금액 달성 시 뮤레나 2를 12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출시 가격은 499유로(약 71만 원)로 책정됐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