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손에 들 수 있는 휴대용 게임기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비교적 잘 알려진 제품으로는 밸브 스팀 덱, 에이수스 로그 엘라이(Ally), 레노버 리전 고, 원 엑스 플레이어가 있다. 이 제품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AMD 라이젠 CPU를 탑재했다는 것이다.
라이젠 CPU는 소모 전력이 낮고 성능이 준수해 많은 휴대용 게임기 제조사가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AMD는 한술 더 떠 올해 4월 휴대용 게임기에 특화된 ‘라이젠 Z1’ 시리즈 CPU도 출시했다. 그래픽 성능과 소비 전력을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이 아닌 휴대용 게임기에 최적화한 프로세서다.
그에 비해 인텔 CPU를 탑재한 휴대용 게임기는 흔치 않다. 2021년에 출시한 GPD 윈 3(WIN 3)와 원넷북 원 엑스플레이어, 이듬해 출시한 원 엑스플레이어 1S 정도다. 이 제품에는 모두 인텔이 2021년 6월 출시한 i7-1195G7 CPU가 탑재됐다. 휴대용 게임기에 특화된 점이 없는 일반 노트북용 프로세서로, 출시 이후 전력 대비 성능이 나쁘다는 게 드러나 실패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 상황에서 과감하게 인텔 CPU를 탑재한 제품이 다시 등장했다. 중국의 컴퓨터 제조사 엠도어(Emdoor)는 최근 개최된 GSHK쇼 2023에서 휴대용 게임기 ‘EM-GP080MTL’을 공개했다. 현장을 취재한 유튜브 채널 ‘노트북 이탈리아’가 10월 19일(현지시간) 올린 영상에서 제품 디자인과 주요 사양, 구동 장면을 엿볼 수 있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디스플레이 양쪽에 컨트롤러가 부착된 형태로 타사 휴대용 게임기와 비슷하다. 조이스틱과 방향키, 숄더 버튼, 트리거 등 게임 콘솔에 사용되는 조작 부품을 모두 갖췄다.
영상에서 드러난 사양 표에 따르면 EM-GP080MTL에는 인텔이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인 14세대 ‘메테오 레이크’ 코어 울트라 시리즈 CPU가 탑재됐다. 메테오 레이크는 인텔 4 공정을 최초로 채택해 전력 대비 성능이 개선된 CPU다. 또한 성능 코어(P코어)와 전력 효율 코어(E코어)로 나뉜 기존 구조에 초저전력용 LP-E코어를 2개 추가해, 아무 작업도 안 하는 유휴 상태에서 대기 전력 소모량을 더욱 줄였다.
단, AMD 프로세서에 비하면 여전히 전력 소모량이 많다. 메테오 레이크 프로세서의 전력 소모량은 20~35W로, 로그 엘라이에 탑재한 라이젠 Z1 익스트림(10~25W)이나 스팀 덱에 탑재한 Zen2 프로세서(15W)보다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따라서 고사양 게임을 오래 플레이할 경우 배터리가 다른 제품보다 빨리 소모될 가능성이 있다.
EM-GP080MTL에는 인텔 알케미스트 아키텍처 기반 내장 그래픽 ‘아크 그래픽 5’이 탑재됐다. 상세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인텔 아이리스(Iris) 내장 그래픽보다 전력 대비 성능이 2배로 향상됐다고 알려졌다. 고급 외장 그래픽카드가 지원하는 그래픽 기술 ‘레이 트레이싱’도 지원한다.
시연 영상에서 EM-GP080MTL로 ‘갓 오브 워’ 게임을 실행했는데, 그래픽 품질이 양호하고 화면 끊김 현상도 보이지 않았다. 갓 오브 워를 풀 HD 해상도에서 원활하게 구동하려면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70 그래픽카드 이상의 성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해당 영상에서 시연한 장면은 단순히 캐릭터를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뿐이었다. 화면 전환이 빠르고 다양한 오브젝트가 움직이는 전투 장면에서도 높은 성능을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사양은 준수한 편이다. 디스플레이는 타사 휴대용 게임기와 비슷하게 8인치 풀 HD LCD를 탑재했으며, 램(RAM) 용량은 최대 32GB다. 저장 공간은 M.2 2280 규격 SSD를 사용하는데 옵션에 따라 최대 2TB 용량의 PCIe Gen 4×4 SSD를 탑재할 수 있다. 윈도우11 운영체제를 지원해 다양한 PC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영상 속 제품에는 스팀 앱이 설치된 것도 확인됐다.
EM-GP080MTL에 탑재한 코어 울트라 CPU는 썬더볼트 5와 디스플레이포트(DP) 2.1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상단에 USB-C 단자가 두 개 탑재됐는데, 이 단자가 썬더볼트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면 외부 모니터를 연결해 더 큰 화면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제품은 아직 시제품 단계로, 정식 출시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소식을 보도한 PC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인텔 메테오 레이크 프로세서가 오는 12월 14일 발표될 예정이며, 엠도어 EM-GP080MTL는 프로세서 발표 직후 출시해도 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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