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전 사양이나 가격만큼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사후 지원 기간이다. 제조사들은 정해둔 시점까지 운영체제(OS) 판올림과 보안 업데이트를 제공한다. 이후부터는 소프트웨어 지원을 끊는다. 즉 이 기간을 넘긴 기기는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신기능을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보안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다. 보통 판올림 4회, 보안 업데이트 5년을 받는다. 미리 입이라도 맞춘 듯,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후 지원 기간은 대부분 이렇다. 삼성전자, 구글을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 모두 5년이 마지노선이다. 기간이 짧진 않지만, 애플에 비하면 안드로이드 진영은 아직 모자란다. 기기 판매 이후 더 오랜 기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애플의 경우 제품 출시 이후 5~6회 운영체제 판올림을 보장한다. 아무리 오래된 기기라도 취약점이 발견되면 보안 업데이트를 제공한다. 한 예로, 애플은 올해 초 아이폰 5S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아이패드 제품군에 보안 업데이트를 배포했다. 규모가 큰 업데이트는 아니지만, 구형 기기도 나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구글이 선제적으로 사후 지원 기간 늘리기에 나섰다. 10월 6일(현지시간) IT 매체 안드로이드폴리스(AndroidPolice)는 구글이 픽셀 8 시리즈부터 사후 지원 기간을 7년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픽셀 8 시리즈는 구글이 이달 초 발표한 최신 스마트폰으로, 오는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보장받게 됐다.
구글은 이 기간 픽셀 8 시리즈용 교체 부품도 함께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구글 경영진은 외신 안드로이드어쏘리티(AndroidAuthority)를 통해 스마트폰 교체용 부품을 7년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구글은 수리전문 웹사이트 아이픽스잇(iFixit)을 통해 예비 부품을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픽셀 폴드, 픽셀 태블릿 제품군에 이같은 방법으로 부품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구글은 “주요 스마트폰 브랜드 중에서 이 정도 수준의 지원을 제공하는 곳을 없을 것”이라며 픽셀 8 시리즈를 ‘지속가능한 스마트폰’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구글의 새 사후 지원 정책은 거의 모든 안드로이드 제조사를 뛰어넘는다. 애플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구글과 비슷한 사후 지원 기간을 보장하는 제조사는 페어폰(FairPhone) 정도다. 네덜란드 사회적 기업인 페어폰은 회사 이름과 동일한 페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페어폰은 긴 사후 지원으로 ‘착한 스마트폰’이라고 불린다. 가장 최신 제품인 페어폰 5세대의 경우 제품 보증 기간이 5년, 소프트웨어 사후 지원 기간이 8년에 달한다. 최대 판올림 횟수는 5회 보장한다. 소프트웨어 지원 기간은 이보다 늘어날 수 있다. 페어폰은 서비스 도중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에 8년이라고 발표했을 뿐, 목표 지원 기간은 최대 10년까지다.
최근 유럽연합(EU),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자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사용자 수리권을 보장하거나, 부품을 통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에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지난해부터 사후 지원 기간을 늘리거나,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섰다. 구글의 이번 행보 역시 업계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는 의미다.

매체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전자제품 수리권 법안을 통과시킨 지 몇 주 만에 나온 것이라 우연이 아닌 듯하다”고 분석했다. 법안에 따르면 제조사는 100달러 이상 제품을 판매한 뒤 7년간 교체 부품과 수리 설명서, 소프트웨어 지원해야 한다. 이유야 어떻든 사용자에겐 좋은 일이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고,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다.
앞으로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도 구글의 뒤를 따를지 주목된다. IT 매체 샘모바일(Sammobile)은 삼성전자가 구글과 비슷한 수준으로 사후 지원 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 이를 위해선 상당한 노력이 동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브랜드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구글은 최근 자사 전자 제품 수명 주기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서 구글은 지난달 중순, 크롬북 사후 지원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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