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oogle)
구글 크롬북은 오랜 기간 저렴하지만, 사양이 낮은 기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삼성전자, 델 등 일부 PC 제조사가 고사양 크롬북을 종종 출시하긴 했지만, 인식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구글이 이러한 고정 관념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구글이 정한 사양 기준을 넘어선 제품에 ‘크롬북 플러스’라는 인증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10월 3일(현지시간)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구글이 사용자들이 고사양 크롬북을 쉽게 고를 수 있도록 새로운 인증인 크롬북 플러스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크롬북 플러스는 인텔 이보(Evo) 프로그램처럼 최소 요구 사양을 충족해야 한다. 이보 인증의 경우 뛰어난 성능, 얇고 가벼운 디자인, 오래 가는 배터리를 갖춰야 한다.
크롬북 플러스는 인텔 코어 i3 혹은 AMD 라이젠 7000 이상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해야 한다. 디스플레이는 최소 FHD(1080p) IPS 패널을 사용해야 하며, 해상도에 맞는 웹캠을 지원해야 한다. 메모리(RAM) 용량은 최소 8GB 이상, 저장 용량은 적어도 128GB여야 크롬북 플러스 기준을 충족한다. 공식 자료에 명시하진 않았지만, 배터리 사용 시간도 10시간 이상이어야 한다.
(출처:Google)
크롬북 플러스 기준에 부합한 제품은 크롬북 치곤 나쁘지 않은 사양을 갖춘 셈이다. 최소 요구치에 턱걸이한 제품은 일반 사무용 노트북 수준이지만, 더 높은 사양을 탑재한 크롬북 플러스 제품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에이서가 준비한 크롬북 플러스 515 최고 라인업은 13세대 인텔 코어 i7 CPU, 16GB 램, 512GB 저장 용량을 갖췄다.
구글은 “크롬북 사용자 의견 청취하고 에이서, 에이수스, HP, 레노버 등 파트너사와 협력해 신뢰할 수 있는 성능 표준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 가장 많이 판매된 크롬북과 비교하면, 크롬북 플러스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 사양이 두 배 높다고 강조했다.
크롬북 플러스는 단순 하드웨어 사양 표준이 아니다. 구글은 크롬북 플러스에 부합한 기기에 소프트웨어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저사양 크롬북에선 사용할 수 없는 별도 기능을 제공한다는 얘기다. 크롬북 플러스만 사용 가능한 기능은 주로 인공지능(AI)과 연관돼 있다.
(출처:Google)
먼저 크롬북 플러스는 인공지능 덕에 화상 통화 품질이 더욱 좋아진다. 구글에 따르면 인공지능으로 영상 선명도를 높이고 주변 잡음을 제거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배경 흐리기 같은 기능은 덤이다. 이 기능은 크롬OS에서 지원하기에 구글 미트(Meet), 줌,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등 다양한 화상 통화 앱에 적용된다.
크롬북 플러스 기기는 인공지능으로 원활한 사진 편집이 가능하다. 구글은 크롬북 플러스 제품에 매직 이레이저(Magic Eraser)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매직 이레이저는 구글 포토 앱에서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반 편집 기능이다. 구글은 매직 이레이저가 이미지 내부에 불필요한 피사체를 삭제하는데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이외 크롬북 플러스 제품은 늘어난 저장 공간 덕에 구글 드라이브 파일을 자동으로 다운로드받는 동기화 기능도 원활히 활용할 수 있다. 어도비 포토샵과 파이어플라이(생성 인공지능 도구) 등 이미지 편집 툴이나 루마 퓨전 같은 영상 편집 툴도 사용 가능하다고 했다. 크롬북 플러스 기기 중에서도 고사양 제품을 염두한 설명으로 보인다.
(출처:Google)
구글은 앞으로 생성 인공지능처럼 보다 유용한 기능을 크롬북 플러스 제품에 지원할 계획이다.
예컨대 구글은 콘텐츠 초안을 작성하거나,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텍스트 명령어로 바탕화면 이미지를 변경하는 기능도 조만간 도입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OS)에 생성 인공지능 기능을 접목하는 것과 비슷한 행보로 보인다. 구글은 “강력한 인공지능 기능을 크롬OS에 직접 적용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주요 크롬북 제조사는 크롬북 플러스 제품군 출시를 앞두고 있다. 크롬북 플러스 제품은 오는 8일부터 북미 지역에 판매되며, 이어 유럽에 출시된다. 아쉽지만 국내 출시 여부는 아직 불명확하다. 가격대는 사양별로 다른데, 최소 400달러부터 시작한다. 가격대가 있는 제품의 경우 700달러 선이다. 사양이 좋아진 만큼 가격대도 높아진 것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