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디세이 네오 G9 57인치 (출처 : Samsung)
삼성전자는 지난달 57인치 32:9 비율 울트라와이드 모니터 ‘오디세이 네오 G9’을 출시했다. 4K 모니터를 나란히 두 대 붙인 것과 동일한 듀얼 UHD(7680×2160) 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주사율은 240Hz에 달해 최고의 게이밍 환경을 구축하고 싶은 소비자라면 누구나 탐낼 만하다.
이렇게 해상도와 주사율이 높은 모니터를 사용하려면 성능 좋은 그래픽카드는 필수다. 처리해야 할 그래픽 데이터가 일반 모니터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풀 HD(1920×1080) 해상도에 주사율이 60Hz인 모니터 화면을 출력하기 위해 그래픽카드가 처리하는 픽셀 데이터는 초당 약 1억 2442만 개다. 네오 G9 모니터를 사용하려면 그래픽카드가 1초에 약 39억 8000만 개의 픽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게다가 게임 그래픽 데이터까지 8K 해상도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
RTX 4090 (출처 : NVIDIA)
네오 G9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려면 최고 사양 그래픽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래픽카드 제조사 엔비디아(NVIDIA)가 출시한 최상위 게이밍 그래픽카드 ‘RTX 4090’조차 네오 G9으로 게임을 구동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나타났다.
컴퓨터 관련 소식을 전하는 해외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는 네오 G9 모니터를 RTX 4090 그래픽카드에 연결하면 어떤 방법으로도 최대 주사율을 활성화할 수 없다고 9월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용에 따르면 엔비디아 최상위 제품군 RTX 40 시리즈뿐만 아니라 인텔 아크 A70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사용해도 네오 G9의 240Hz 주사율 옵션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사용 가능한 주사율은 최대 120Hz로 절반 수준이다.
톰스하드웨어는 모니터 연결 인터페이스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네오 G9을 최고 사양으로 사용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네오 G9 디스플레이는 4K 240Hz 모니터 두 대를 가로로 붙인 것과 같다. 4K 240Hz 모니터에 10비트 색상 이미지를 표시하려면 연결 인터페이스가 최소 54.84Gbps 이상 대역폭을 지원해야 한다. 따라서 네오 G9 모니터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모니터와 그래픽카드를 연결한 케이블의 대역폭이 109.68Gbps 이상이어야 한다.
HDMI 2.1, DP 2.1 연결을 지원하지만 그래픽카드에 따라 주사율 제한이 있다 (출처 : Samsung)
하지만 현재 상용화된 모니터 연결 인터페이스 중에는 이만한 대역폭을 지원하는 규격이 없다. 최신 규격인 ‘디스플레이포트(DP) 2.1’ 인터페이스에 데이터 전송 속도를 향상시키는 ‘UHBR(Ultra-High Bit Rate) 20’ 기술을 적용하면 대역폭을 77.37Gbps까지 늘릴 수 있다. DP와 더불어 대중적인 모니터 연결 규격으로 알려진 HDMI는 최신 버전(2.1) 기준으로 대역폭이 48Gbps에 불과하다. 두 규격 모두 네오 G9이 요구하는 대역폭을 만족하지 못하므로 성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AMD 라데온 RX 7000 시리즈 그래픽카드에 네오 G9 모니터를 연결하면 7680×2160 해상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주사율을 240Hz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게 알려졌다. 엔비디아 최고 사양 그래픽카드도 불가능한 걸 RX 7000 시리즈가 해낸 셈이다. 원리는 무엇일까. 톰스하드웨어는 그래픽 데이터를 압축 전송하는 기술이 일부 그래픽카드와 호환되지 않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매체는 네오 G9이 ‘디스플레이 스트림 압축(DSC)’ 기술을 지원한다는 데 주목했다. 이는 이미지가 가진 색 정보를 압축하는 기술이다. 압축 비율은 원본 이미지에 따라 다르며, 일반적으로 압축 후 용량이 원본의 3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고 알려졌다. 네오 G9에 DSC 기능을 적용하면 대역폭이 36.56Gbps 정도로 줄어든다. 따라서 DP 2.1은 물론, 대역폭이 더 낮은 HDMI 2.1 단자에 연결해도 사용 가능하다.
DSC는 AMD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도 지원하는 기술이다. 단, 그래픽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이 복잡하다 보니 1080p·1440p·4K처럼 대중적인 모니터 해상도만 사용 가능케 최적화하기도 한다. 이 경우 네오 G9처럼 해상도가 특이한 모니터는 DSC 사용이 불가능하다.
라데온 RX 7000 시리즈 (출처 : AMD)
톰스하드웨어 주장에 따르면 AMD RX 7000 시리즈는 네오 G9의 DSC 기술을 지원해 해상도와 주사율 저하 없이 온전히 사용할 수 있지만, RTX 4090을 비롯한 엔비디아 그래픽카드와 인텔 아크 시리즈는 듀얼 UHD 해상도 모니터에 최적화되지 않아 제 성능을 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도 해당 현상이 보고된 바 있다. 제품 출시 전인 8월 23일 IT 커뮤니티 ‘퀘이사존’의 공식 리뷰를 통해 이 내용이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가 처음 제기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네오 G9 모니터를 사용할 생각이라면 현재로서는 엔비디아 최상위 그래픽카드 대신 AMD 라데온 RX 7000 시리즈에 연결하는 것이 모니터 성능을 제대로 끌어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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