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게임 레지던트 이블 빌리지를 구동 중인 아이폰 15 프로 (출처:钟文泽=Vincent Zhong)
올해 애플은 아이폰 15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게임 성능’을 유독 강조했다. 애플에 따르면 아이폰 15 고급형(프로·프로 맥스)는 AAA급 비디오 게임을 구동할 수 있다. 고성능 PC나 콘솔로 실행 가능한 고사양 게임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애플은 향상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성능과 자체 업스케일링 기술 덕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이폰 15 고급형에는 ‘A17 프로’라는 새로운 고성능 AP가 탑재됐다. 이 AP는 3나노 미세 공정으로 만들어졌으며, 총 190억개 트랜지스터를 품었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은 각각 10%, 20%가량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2배 빨라진 뉴럴엔진을 탑재했고, 고해상도 업스케일링 기술 ‘메탈 FX 업스케일링’을 지원한다.
단 애플의 설명에도 스마트폰으로 AAA급 게임을 구동할 수 있다는 말을 믿긴 어려웠다. 애플이 밝힌 지원 예정 게임이 만만히 볼 타이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코지마 프로덕션 ‘데스 스트랜딩’, 캡콤 ‘레지던트 이블(바이오 하자드) 시리즈’, 유비소프트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등을 아이폰으로 구동할 수 있다고 했다.
콘솔 게임 레지던트 이블 빌리지를 구동 중인 아이폰 15 프로 (출처:钟文泽=Vincent Zhong)
아이폰 15 고급형으로 실제 AAA급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9월 20일(현지시간)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테크 유튜버 빈센트 종(Vincent Zhong) 테스트 결과를 인용하며, 아이폰 15 프로에서 고사양 게임이 잘 실행됐다고 밝혔다. 빈센트 종은 아이폰 15로 비디오 게임 ‘레지던트 이블 빌리지’을 직접 구동하는 영상을 본인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레지던트 이블 빌리지는 지난 2021년 출시된 호러 생존 게임이다. 시리즈 최신작은 아니지만, 출시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기에 요구 사양이 낮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폰은 게임을 원활하게 실행했다. 물론 콘솔 수준의 그래픽 수준은 아니었다. 그는 “콘솔과 동일한 품질은 아니지만 애플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생태계 통합의 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콘솔과 비교하면 그래픽이 뒤떨어진다는 것이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해당 게임을 최소 수차례 이상 클리어한 경험으로 보면, 게임의 분위기를 느끼는데 충분할 듯하다. 한 가지 아쉬운 건 그래픽 품질이 고정돼 있었다는 점이다. 설정이 불가능했다. 해상도는 720p(1560×720), 초당 프레임은 30fps에 불과했다. HDR은 활성화된 상태였다.
(출처:Apple)
초당 프레임이란 그래픽 연산 부품에서 디스플레이로 1초에 몇 번 화면을 보여주는지 나타내는 단위다.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는 화면 재생 빈도는 주사율이라고 하며, 단위로 헤르츠(Hz)를 쓴다. 초당 프레임이 30fps라는 건, 주사율이 높은 디스플레이를 쓰더라도 부드러운 화면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아이폰 디스플레이 성능을 100%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
대신 다른 폼팩터는 불가능한 큰 장점도 있다. 스마트폰이기에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고사양 PC나 콘솔 기기를 따로 마련할 필요도 없다. 빈센트 종은 USB C 유선 케이블로 아이폰 화면을 TV에 미러링했다. 게임 조작은 무선 연결한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로 했다. 밖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집에서는 대형 화면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하나둘 아이폰 15 프로를 지원하는 AAA급 타이틀 출시 일정도 잡히고 있다. 9월 23일 일본 비디오 게임 전문 매체 게마츠(Gematsu)에 따르면, 캡콤은 오는 10월 30일 레지던트 이블 빌리지를 출시할 예정이다. 본편은 4990엔(4만5000원), DLC는 2000엔(1만8000원)이다. 앱 다운로드는 무료다. 게임 시작 일정 부분을 무료로 하고, 이후 금액을 내야 하는 듯하다.
(출처:Gematsu)
최신작 ‘레지던트 이블 RE:4’도 올해 안에 출시된다. 본편과 DLC 가격은 각각 7990엔(7만1500원), 1000엔(8900원)으로 비싼 편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게임 모두 아이패드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후자는 맥으로도 구동 가능하다. 매체는 “레지던트 이블 빌리지는 아이폰 15 고급형과 M1 칩 이상 탑재한 아이패드 에어와 프로로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 애플이 언급한 AAA급 타이틀은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연달아 출시될 전망이다. 앞서 애플 경영진은 게임 전문 매체 IGN과 인터뷰에서 아이폰 15 고급형이 ‘최고의 게임 콘솔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 바 있다. 애플 말처럼 스마트폰이 콘솔 게임을 구동하기 시작하면, 큰 변화가 찾아올 듯하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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