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Neuralink)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독특한 사업에 관심이 많다. 뇌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도 그중 하나다. 지난 2016년 만들어진 뉴럴링크는 사람의 뇌와 컴퓨터와 연결하는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개발하는 업체다. 뉴럴링크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동물 머리에 BCI 칩을 넣는 기술을 테스트해왔다.
그간 뉴럴링크는 원숭이, 돼지 등 동물 임상을 진행했는데, 나름 눈에 띄는 성과를 공유했다. 생각만으로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한 원숭이가 대표적이다. 머리에 칩을 이식한 돼지가 냄새를 맡자, 컴퓨터가 뇌파 변화를 포착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뉴럴링크는 인체 임상이라는 큰 장벽에 부딪혔다. 규제 기관은 좀처럼 사람 대상 임상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뉴럴링크에 인체 임상 허가를 내준 건 올해 5월이다. 이는 원래 머스크 약속보다 3년 늦어진 것이다. 지난 2019년, 머스크는 이듬해까지 사람 대상 임상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마지막 관문을 넘은 뉴럴링크가 진짜 인체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임상 참여자 모집에 나섰다.
N1 임플란트 (출처:Neuralink)
9월 20일(현지시간)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은 뉴럴링크가 인체 임상 연구 ‘PRIME’ 참여자 모집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PRIME은 ‘Precise Robotically Implanted Brain-Computer Interface’ 약자로, ‘정밀 로봇 이식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정도로 해석된다. 로봇으로 사람 뇌에 칩을 이식한 다음 BCI 기술을 테스트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임상의 핵심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N1 임플란트’, 두 번째는 수술용 R1 로봇이다. 마지막은 칩과 연동된 N1 소프트웨어(앱)다. N1 임플란트는 쉽게 말해 머리에 이식하는 칩이다.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얇은 64개의 실 모양 부품에 1024개의 전극이 달려 있다. N1 임플란트는 전극을 통해 뇌 신호를 읽는다.
R1 로봇은 N1 임플란트의 전극을 뇌의 적절한 부위에 이식한다. 뉴럴링크에 따르면 R1 로봇은 15분만에 N1 임플란트를 이식할 수 있다. N1 소프트웨어는 임플란트가 보낸 뇌파를 분석한다. 뉴럴링크는 “로봇은 임플란트를 뇌에 이식하는 데 쓰인다”며 “임플란트는 뇌 신호를 기록해 의도를 해석하는 앱에 무선으로 전송한다”고 설명했다.
R1 수술용 로봇 (출처:Neuralink)
뉴럴링크의 첫 목표는 사람들이 생각만으로 컴퓨터 마우스 커서나, 키보드를 조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임상 과정에서 N1 임플란트 안전성도 함께 확인할 방침이다.
모든 사람들이 임상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척수 손상이나 근위축성측상경화증(ALS·루게릭병)으로 움직임이 불편한 22세 이상 성인이어야 하며, 반드시 간병인을 동반해야 한다. 뇌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DBS 같은 장치를 몸에 달고 있으면 임상 참여가 제한된다. 발작 경험이 있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도 임상에 지원할 수 없다.
총 임상 인원은 불분명하다. 외신 로이터(Reuters)에 의하면 당초 뉴럴링크는 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FDA가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FDA가 뉴럴링크 임상 참여 인원을 몇 명으로 제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N1 소프트웨어 앱 (출처:Neuralink)
인체 임상은 6년간 진행된다. 참여자는 임상 초기 18개월간 연구소를 9번 방문해야 한다. 이후 일주일에 최소 2시간씩 뉴럴링크 BCI 연구 세션에 참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5년간 총 20회 추가 방문해야 한다. 뉴럴링크 측은 연구 장소를 오가는데 들어간 교통비 같은 관련 비용을 보상할 계획이다.
뉴럴링크가 인체 임상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앞으로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참여자 모집에만 최소 반년 이상 걸릴 것이며, 기술 상용화까지 10년은 더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동물 윤리도 걸림돌이다. 양, 돼지, 원숭이 등 지난 2018년 이래 뉴럴링크 임상에서 죽은 동물 수만 1500마리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경쟁사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뉴럴링크와 비슷한 기술을 개발 중인 싱크론(Synchron)은 한 달 전 미국 내 인체 임상을 위한 환자 등록을 마쳤다. 이보다 앞서 호주에서 임상 시험을 실시한 경험도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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