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액세서리, 유니버설 업 키트
(출처: LG전자)
LG전자가 지난 9월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에서 ‘유니버설 업 키트(Universal UP Kit)’를 선보였다.
유니버설 업 키트는 LG 가전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 액세서리다. 세탁기용 유니버설 업 키트인 ‘이지 핸들’은 근력이 부족하거나 손 움직임이 섬세하지 못한 사용자도 세탁기 도어를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핸들에 팔뚝을 올려놓은 채 밀거나 당기면 세탁기 도어가 움직이는 원리다. 손가락이 아닌 팔뚝 전체를 사용하다 보니 적은 힘으로 세탁기 도어를 열 수 있다. 여기에 약시인 사용자들이 핸들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채도 높은 색상을 적용하기도 했다.
이지 핸들 (출처: LG전자)
이외에도 적은 힘으로도 무선 청소기를 손쉽게 컨트롤할 수 있게 해주는 ‘보조 받침대’,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도 스타일러 무빙 행어에 옷을 걸 수 있는 ‘이지 행어’, 냉장고 안쪽 선반을 쉽게 사용하는 ‘회전 선반’ 등이 키트로 구성됐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출처: 어도비)
LG전자가 선보인 유니버설 업 키트는 단순히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성별이나 나이, 국적, 장애 유무와 상관 없이 모두의 손쉬운 사용을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런 디자인을 ‘유니버설 디자인’ 또 다른 말로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또는 ‘보편적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정해진 기준이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주창자 로널드 메이스(Ronald Mace)는 △공평한 사용 △사용상의 융통성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 △인지하기 쉬운 정보 전달 △실수에 대한 방지 △적은 신체적 노력 △접근과 사용이 쉬운 크기와 공간이라는 7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려면 이 기준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
유사 개념으로 배리어 프리 디자인(Barrier free design)이 종종 언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두 개념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배리어 프리 디자인은 일상생활에서 장애인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데,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을 포함해 모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디자인을 제시하는 개념이다.
LG전자의 유니버설 업 키트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이나 아동까지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액세서리이므로 유니버설 디자인 사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소외되고 있는 ’가전’ 유니버설 디자인
스쿨존 옐로카펫 (출처: 파이낸셜뉴스)
아직까진 가전 제품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주로 가구나 소품, 건축물, 모바일 분야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몇몇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을 살펴보면, 길을 걷다 쉽게 볼 수 있는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가 유니버설 디자인에 해당하는 사례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곳을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지켜준다. 아이폰의 손쉬운 사용 역시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유니버설 디자인이며, 갤럭시 시리즈에도 유사한 기능들이 제공된다. 손의 힘이 약하거나 불편한 사람들도 쉽게 쥐고 자를 수 있도록 만든 캐스터네츠 가위도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아쉽게도 국내 가전 업계는 아직까지 유니버설 디자인을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있지 않다.
유니버설 가전, 또 다른 사례는?
공용 점자 스티커 (출처: LG전자)
LG전자는 이전부터 가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작년 11월, LG전자는 가전에 붙여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점자 스티커’를 고객들에게 무상 배포한 바 있다. 공용이기 때문에 스티커 1종으로 대부분 가전제품에 붙여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스티커는 전원, 동작 및 정지, 와이파이, 위/아래 화살표 등 보편적인 아이콘과 점자로 구성돼 있다.
이 외에도 냉장고 밑에 발만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오토 스마트 도어’나 TV에 있는 ‘수어 확대 기능’도 유니버설 디자인에 해당하는 사례다.
(출처: LG전자)
가전제품에 직접 적용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다. 여러 기업에서 가전제품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일도 중요하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가전제품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러한 접근성 보장을 위해 가전제품의 설계 요건을 법령이나 표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유니버설 디자인을 직접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법안은 없지만, 더 나은 제품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출처: 좌 – 파나소닉 / 우 – VLND)
해외 기업에서 적용한 사례는 없을까? 일본의 유명 가전 기업 파나소닉(Panasonic)에서는 경사형 드럼세탁기와 건조기를 선보인 적 있다. 제품 앞면에 경사를 주어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세탁물을 편하게 넣고 뺄 수 있는 디자인이었다. 이외에도 키가 작거나 움직임이 어려운 사용자들을 위해 자동 필터 세척이 되는 에어컨을 출시하거나, 유니버설 폰트를 TV 모니터와 리모컨에 적용해 글자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다.
가전제품은 아니지만 플러그에도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사례가 있다. 플러그 가운데에 동그란 구멍 디자인을 적용해 손가락을 걸어 쉽게 플러그를 뽑을 수 있도록 했다. 단단히 박힌 플러그는 힘을 상당히 주어도 쉽게 뽑히지 않는다. 간단한 디자인 하나로 해결한 셈이다. 사소하지만 가전제품의 플러그까지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하영
tech-plus@naver.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