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부터 사양까지, 종종 신제품 발표 전 상당한 정보가 사전에 공개되곤 한다. 보통 업계 전문가나 팁스터(정보유출가)를 통해 유출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경로를 통해 나온 정보도 많다. 예를 들면, 누군가 호텔 방에 두고 간 제품을 주워 인터넷에 올리는 바람에 제품 디자인이 통째로 공개된 적이 있다.
실제 메타(Meta)가 겪은 일이다. 가상현실(VR) 시장을 선점한 메타는 지난해 시장 내 입지를 넓히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 ‘퀘스트 프로’를 출시했다. 당시 ‘프로젝트 캄브리아’라고 불리던 제품이다. 메타는 퀘스트 프로를 연례 신제품 공개 행사 ‘커넥트’에서 공개하려 했다. 하지만 행사 개최 한 달 전, 위 설명처럼 제품 패키지가 전부 유출되고 말았다.
메타가 올해에도 같은 일을 겪고 있다. 9월 14일(현지시간) IT 매체 디지털트랜드(DigitalTrends)에 따르면 온라인 VR 기기 판매점 언바운드XR(UnboundXR)을 통해 ‘메타 퀘스트 3’ 전체 사양이 공개됐다. 앞서 이 업체는 퀘스트 3 액세서리인 헤드 스트랩을 유출한 바 있다. 고의는 아닌 듯하다. 사양이 적힌 곳이 구글에 의해 수집된 캐시 웹페이지다.
해당 웹페이지는 메타 퀘스트 3를 소개하고 있다. 퀘스트 3의 특징이 무엇인지, 이전 제품 대비 어떤 점이 개선됐는지 설명하고 있다. 전형적인 제품 홍보 콘텐츠라는 얘기다. 그중에 참고할만한 정보는 사양을 명시한 부분이다. 언바운드XR은 디스플레이, 프로세서, 메모리(RAM), 저장 용량, 무게, 무선 통신 기술 등 퀘스트 3 사양을 게시했다.
먼저 퀘스트 3는 한쪽 눈당 2064 x 2208 해상도, 최대 12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디스플레이 패널 종류는 불분명하다. 최대 주사율은 이전과 비슷하나, 해상도는 크게 늘었다. 퀘스트 2 해상도(1832 × 1920)에 비하면 약 30%가량 커진 셈이다. 해상도가 커지면 픽셀 수가 늘어나, 화면을 보다 선명하게 표시할 수 있다.
메모리 용량도 크게 상향됐다. 퀘스트 3 메모리 용량은 총 12GB로, 이전작(6GB) 대비 두 배 늘었다. 메모리가 크면 더 많은 프로그램을 동시에 구동할 수 있어, 멀티태스킹멀티테스킹 작업에 유리하다. 저장 용량은 128GB부터 시작하며, 최대 512GB다. 최소 저장 용량은 퀘스트 2와 같다. 당초 퀘스트 2는 64GB 모델도 있었으나 단종됐다. 지금은 128GB부터 시작한다.
다소 의아한 점이 있다. 128GB와 512GB 사이, 256GB 저장 용량이 표기돼 있지 않다. 이대로 출시된다면 제품 선택이 쉽지 않을 듯하다. 128GB가 부족하면 512GB 제품을 골라야 하는데, 보통 고용량 제품은 저렴하지 않다. 스마트폰의 경우 종종 의도적으로 용량 선택을 제한해서, 용량이 큰 모델을 비싸게 판매하기도 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VR헤드셋의 두뇌인 프로세서다. 사양표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XR 2세대라고 표기돼 있다. 명칭이 생소한데, 앞서 메타가 언급한 차세대 프로세서로 보인다. 메타는 지난 6월 퀘스트 3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퀘스트 3에 보다 높은 성능을 지닌 프로세서가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퀘스트 2의 경우 스냅드래곤 XR2를 탑재했다.
출시 가격은 499달러부터 시작한다고 적혀있다. 한화로 65만원 정도다. 이는 메타가 공식 발표한 정보와 일치한다. 현재 퀘스트 2가 399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니, 신제품이 25%가량 더 비싸다. 단, 출시 당시 출고가끼리 비교하면 격차가 커진다. 퀘스트 2 초기 출시 가격은 299달러에 불과했다.
이외 설명은 메타가 이전에 언급한 것과 같다. 퀘스트 3는 컬러 패스스루(VR헤드셋을 착용한 상태에서 주변 환경을 볼 수 있는 기능) 지원한다. 또 팬케이크 렌즈를 탑재해 디스플레이와 안면 사이 공간을 좁혔다. 이를 통해 전작 대비 두께가 40%가량 줄었다. 지난달 말 유출된 언박싱 영상을 보면 제품 구성은 조촐해졌다. 본체와 컨트롤러가 전부다.
메타는 오는 9월 27일 커넥트 행사를 열고 퀘스트 3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메타 제품 유출 전례를 보면, 아마 현재까지 공개된 것과 큰 차이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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