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혼다)
도심 내 운전은 상당히 피곤하다. 도로가 꽉 막힌 날엔 차라리 내려서 뛰는 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복잡한 도로 상황에 영향을 덜 받는 대체 운송 수단은 없을까. 평소에 자동차에 싣고 다니다가 복잡한 도심에서만 꺼내 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이런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제품이 혼다 휴대용 바이크 ‘모토콤포(Motocompo)’다.
혼다는 지난 1981년 모토콤포를 처음 선보였다. 제품명이 생소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모토콤포를 알고 있을 듯하다. 애니메이션 ‘체포하겠어’에서 주인공이 타고 다니던 바이크가 모토콤포이기 때문이다. 당시 혼다는 모토콤포를 경차 ‘시티’ 트렁크에 싣고 다니는 휴대용 바이크로 홍보했다. 지금 생각하면 꽤 신박한 콘셉트다.
그러나 모토콤포는 성공하지 못했다. 출시 2년 만에 단종됐다. 무게가 한몫했다. 모토콤포는 차량 트렁크에 적재하는 휴대용 콘셉트였지만, 무게가 40kg이 넘었다. 모토콤포는 그저 아이디어만 좋은 탈 것으로 잊혀지는 듯했다. 시작과 달리 후대에 들어서 모토콤포는 실용성과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지금도 중고 모토콤포가 거래되는 이유다.
(출처:혼다)
그래서일까. 혼다가 모토콤포 계승 제품을 선보였다. 9월 15일(현지시간)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혼다가 모토콤팩토(Motocompacto)라는 휴대용 전기 바이크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모토콤팩토는 1980년대 출시된 모토콤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기 바이크다. 디자인과 구동계는 달라졌으나, 기존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왔다.
가장 큰 변화는 디자인이다. 기존 모토콤포는 특출난 디자인이었지만, 누가 봐도 바이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모토콤팩토는 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바퀴 달린 서류 가방이나, 납작한 여행용 캐리어를 닮았다. 현대적인 느낌을 살리려 했는지, 모토콤팩토는 무광 흰색으로 칠해져 있다. 운전대, 바퀴 등 구성 요소를 꺼내면 좀 낫다. 어색하긴 하나, 탈 것 느낌은 난다.
크기와 무게는 상당히 줄었다. 다 접었을 때 길이는 73cm, 높이는 54cm다. 무게는 18.7kg으로 모토콤포의 절반 수준이다. 모토콤포처럼 트렁크 적재에 애를 먹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작아도 있을 건 다 있다. 차량 앞과 뒤에 작은 전조등과 후미등이 달려있다. 핸들바 가운데는 시동 버튼과 배터리·속도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다.
(출처:혼다)
디자인은 변했지만 구성품 수납 방식은 모토콤포와 비슷하다. 핸들과 시트를 차체 상부에 집어넣는 구조다. 다 넣으면 모토콤포처럼 상부가 평평해진다. 모토콤팩토는 바퀴도 넣을 수 있다. 단 앞바퀴는 고정이고, 뒷바퀴만 가능한 듯하다. 발 받침대를 넣는 공간도 있다. 다만 시트를 따로 떼어내서 넣는 방식은 다소 아쉽다.
다음은 구동계 변화다. 모토콤포는 내연 기관을 사용했지만, 모토콤팩토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크기가 작다는 건,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기에 불리한 환경이란 걸 의미한다. 배터리 용량이 적으면 먼곳까지 주행하기 어렵다. 실제 모토콤팩토에는 6.8Ah 용량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최대 주행거리는 20km에 불과하다.
모토콤팩토의 콘셉트를 감안하면 수긍할만한 사양이다. 당초 모토콤팩토는 근거리 도심 주행용으로 만들어졌다. 출퇴근이나 장보기에 알맞은 이동 수단이라는 말이다. 도심 외곽에 거주하거나, 타 지역으로 이동하지만 않는다면 불편함은 없을 듯하다. 충전 시간은 빠른 편이다. 110V 기준 3시간 30분이면 배터리를 모두 채울 수 있다.
(출처:혼다)
최대 속도는 시속 25km에 그친다. 전기 자전거·킥보드 수준이다. 혼다 측은 “모토콤팩토는 도심과 대학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데 적합하다”며 “사용하기 쉽고 재미있게 탈 수 있으며 안전성과 내구성을 염두하고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최신 제품답게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다. 전용 앱을 실행하면 운행 모드, 전조등·후미등 조명을 설정할 수 있다. 혼다는 오는 11월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모토콤팩토 판매를 시작한다. 한 가지 우려되는 건 가격이다. 모토콤팩토 출시가는 995달러다. 한화로 약 132만원에 달한다. 이 정도 가격이면 차량에 탑재 가능한 전기 자전거나 킥보드를 구매하고도 남는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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