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화면을 켜면 어떤 게 먼저 보이시나요. 저는 닌텐도 캐릭터가 물 속에서 잠수를 하고 있는 바탕화면이 먼저 반기는데요. 그 위에 놓인 여러 파일이나 폴더들도 보입니다.
이렇듯 바탕화면은 컴퓨터를 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화면입니다. 바탕화면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곳은 마이크로소프트였어요. 1995년 출시한 운영체제(OS) 윈도우 95부터 도입된 바탕화면은 지금까지도 그 이름과 기능을 유지하고 있죠.
윈도우 95 초기 바탕화면 (출처: 디에디트)
이후부터 마이크로소프트는 버전마다 다른 기본 바탕화면들을 제공해왔어요.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의 바탕화면이 CG와 실제 사진이 섞여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당연히 CG라고 생각했던 바탕화면도 사실은 실제 사진이었을 수도 있고요. 반대로 당연히 실제 사진이라고 생각했던 바탕화면이 사실은 CG일지도 모릅니다. 과연 어떤 사진이 CG이고 실제였는지 함께 알아볼까요?
푸른 언덕과 파란 하늘, CG가 아니었다고?
매우 익숙한 윈도우 XP 바탕화면
윈도우 바탕화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진이 하나 있습니다. 푸른 언덕과 파란 하늘에 뜬 하얀 구름까지…모든 것이 완벽한 풍경을 그리고 있죠.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XP 버전에 채택한 기본 바탕화면인데요. 무려 10억 개 이상이 판매된 윈도우 XP는 호환성과 안정성 등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윈도우 버전입니다. 2001년 처음 등장한 이후 2014년 4월 지원이 종료됐죠.
그림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멋진 풍경 사진은 놀랍게도 CG가 아닌 실제 촬영된 사진이었다고 하는데요. 사진의 제목은 ‘완벽한 행복(Bliss)’이라고 합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 작가였던 찰스 오리어(Charles O’Rear)가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의 도로를 운전 중 우연히 마주친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죠.
찰스 오리어 사진작가와 포도밭(출처: 중앙일보)
이후 그는 촬영된 원본 사진을 인터넷 사진 판매사이트에 올렸습니다. 그 후로부터 4년 뒤인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 게이츠가 사진을 구매하겠다고 연락을 한 것이죠. 심지어 빌 게이츠는 찰스 오리어가 원하는 금액에 맞추겠다고 제안했는데요. 구체적인 금액은 알 수 없으나 해당 사진은 한화 가치로 약 1억 7000만원 정도라고 전해집니다. 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저작권료를 받았다고 전해질 정도로 큰 금액이었죠.
당시 찰스 오리어는 사진의 활용처는 알지 못하다가 이후 뉴스를 통해 윈도우 기본 배경화면으로 채택됐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10년 후 촬영된 동일한 장소 (출처: 중앙일보)
마이크로소프트의 배경화면 속 실제 풍경이 궁금하신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안타깝지만 윈도우 배경화면 속 풍경은 이제는 볼 수 없다고 해요. 찰스 오리어가 사진을 촬영한 당시 필록세라라는 해충으로 유럽 대부분의 포도밭이 황폐화됐는데요. 그 영향으로 휴농기를 가진 순간을 오리어가 포착해서 담은 것이었죠. 이제 들판은 다시 포도밭을 이루고 있어 당시와 같은 풍경을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 스웨덴 출신의 사진작가인 골딘과 센네비가 2006년 촬영한 마이크로소프트 바탕화면 속 풍경이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이 사진도 CG가 아닌 진짜였다고?
윈도우 10 바탕화면 영웅(Hero)
네 개의 창틀에서 파란빛이 흘러나오는 사진은 바로 2015년 발표된 윈도우 10 버전을 대표하는 바탕화면입니다. 윈도우 10은 실패로 돌아갔던 이전 윈도우 8의 여러 오류를 개선하고 새로운 현대식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적용한 버전이었습니다. 약 190여 개 국가에 배포된 후 많은 사용자가 이용했고요.
실제 윈도우 10 배경화면을 제작하는 모습 (출처: Gigazine)
윈도우 10의 바탕화면도 CG로 만들어진 것 같지만, 사실은 직접 촬영된 사진이라고 해요. 바탕화면의 이름은 영웅(Hero)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직접 공개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윈도우 로고가 박힌 큰 실제 유리창에 여러 불빛을 비춰가며 만들었죠. 촬영하는 직원들이 프로젝터 빛의 강도를 직접 조정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패턴을 시도했다고 해요. 창틀 사방을 더욱 화려하고 선명하게 만들기 위한 레이저와 주변을 신비롭게 만들어주는 연기도 추가했습니다.
이런 사진들은 CG였다고 해
윈도우 비스타의 바탕화면 오로라(Aurora)
반면 CG로 제작된 윈도우 바탕화면들도 있었습니다. 2007년 공개된 윈도우 비스타 버전의 기본 바탕화면이었던 오로라(Aurora)는 파랗고 노란 색감이 돋보이는데요. 이름처럼 오묘한 분위기를 주는 이 바탕화면은 블루⋅화이트⋅그린 3가지 색상으로 일반 사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해요.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면 CG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윈도우 7 바탕화면 (출처: WallpaperAccess)
이후 공개된 윈도우 7과 윈도우 8.1의 대표 바탕화면도 CG로 만들어졌는데요. 윈도우 7의 바탕화면은 나비와 풀을 윈도우 로고와 함께 사용해서 싱그러운 느낌을 강조했고요. 단조로운 색상에 도형 모서리가 특징인 윈도우 8.1의 바탕화면은 오렌지⋅블루⋅옐로우 3가지 색상으로 사용해볼 수 있었죠.
가장 최신 윈도우 11은 어떨까요. 2021년 10월 정식 출시된 윈도우 11은 향상된 시각적 디자인이나 관리⋅보완 등으로 많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버전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엣지를 기본 브라우저로 설정하고, 다양한 앱을 포함하는 등 사용자의 편의와 경험을 업그레이드시켰죠.
윈도우 11 바탕화면 블룸(Bloom) (출처: WallpaperCave)
윈도우 11 공식 바탕화면인 블룸(Bloom)도 사실은 CG로 만들어졌다고 하죠. 채도가 선명한 파란 꽃처럼 보이는 블룸은 꽃 중에서도 특히 장미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마이크로소프트는 디지털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의 중요성을 정적이기보단 생동감 있는 이미지로 풀어냈다고 직접 설명했어요. 바탕화면의 폴더나 파일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꽃 이미지는 중앙에만 배치했다고 해요.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윈도우 12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내년 중 공개될 것으로 보이는 윈도우 12는 어떤 바탕화면을 선보일지 궁금해지네요.
테크플러스 에디터 최현정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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