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 로고
유니티 테크놀로지가 게임 개발 엔진 ‘유니티(Unity)’ 요금제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게임 개발사의 부담이 늘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일고 있다.
9월 12일(현지시간) 유니티 테크놀로지는 유니티 엔진 이용 요금제를 개편할 예정이라고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발표했다.
유니티 요금제는 개인 개발자용 ‘퍼스널’, 소규모 게임 개발사를 위한 ‘플러스’, 기업용 ‘프로’와 ‘엔터프라이즈’, 산업용 ‘인더스트리’로 나뉘었다. 기업체의 연간 매출에 따라 가입 가능한 요금제가 다르다. 퍼스널과 플러스 요금제는 연 매출 10만 달러(약 1억 3255만 원) 미만인 사업자만 가입할 수 있다.
유니티는 내년 1월부터 ‘런타임’ 요금제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출과 게임 다운로드 수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기존 요금에 추가 수수료를 부과한다.
■ 새로 생긴 ‘유니티 런타임’ 요금제는? 얼마나 부과되나
유니티 런타임 요금 부과 기준과 금액 (출처 : Unity)
퍼스널과 플러스 요금제 사용자가 개발한 게임이 최근 12개월 사이 20만 달러(약 2억 65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누적 다운로드 수가 20만 회를 초과하면 수수료가 발생한다. 초과분에 한해 다운로드 1회당 추가 요금이 0.2달러(265원)씩 부과된다.
프로와 엔터프라이즈 요금제는 최근 12개월 사이 100만 달러(약 13억 2550만 원) 이상 매출을 달성하고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만 회를 초과하면 초과분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내야 한다. 수수료는 초과 다운로드 수 1회당 0.15달러(프로) 또는 0.125달러(엔터프라이즈)로 퍼스널이나 플러스보다 저렴하다. 또한 초과 다운로드 수가 10만 회, 50만 회, 100만 회를 넘으면 수수료가 점점 낮아지는 구조를 적용했다.
유니티 테크놀로지는 북미와 유럽, 아시아 일부 국가에 이 요금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된다. 이외 국가에는 신흥 시장 요율을 적용해 추가 수수료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적용할 예정이다.
유니티 테크놀로지는 2024년 1월 1일 기준으로 시중에 판매 중인 유니티 기반 게임에 런타임 요금제를 일괄 적용하겠다고 알렸다. 이미 출시한 게임이라도 내년 1월 이후 누적 설치 수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수수료가 부과된다.
■ 기존 요금제 구조도 바뀐다…저렴하다는 장점 ‘퇴색’
한편 유니티 테크놀로지는 기존 요금제 구조도 조정하겠다고 알렸다. 먼저 개인 개발자용 퍼스널 요금제의 가입 조건이 삭제된다. 기존에는 연 매출 10만 달러 이하인 경우에만 가입 가능했다.
소규모 게임 개발사가 주로 이용하는 플러스 요금제는 9월 12일부로 폐지됐다. 오는 10월 16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기존 가입자가 프로 요금제로 업그레이드할 경우 처음 1년은 기존과 동일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2024년 3월 27일 안에 플러스 요금제를 갱신하면 1년 동안 플러스 요금제 이용이 가능하다. 3월 27일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이용 기간이 만료된 후 퍼스널 요금제로 자동 전환될 예정이다.
유니티 엔진의 장점은 이용 요금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경쟁 제품 ‘언리얼 엔진’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 개인 개발자나 소규모 게임 개발사는 유니티 엔진을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이번에 가격 정책 변경이 예고되면서 플러스 요금제를 이용하던 개발사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프로 요금제로 업그레이드하면 연 요금이 48만 원에서 255만 원으로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누적 다운로드 수가 늘어나면 추가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
■ 다운로드 수 산정 방식도 달라…법정 싸움 일어날까
유니티 테크놀로지는 자체 독점 데이터 모델을 활용해 다운로드 수를 추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니티 테크놀로지가 런타임 요금제를 발표하면서 개설한 FAQ 페이지에 따르면 소비자가 게임을 설치한 뒤 실행하면 설치 수가 1 늘어난다고 간주한다.
동일한 기기에 게임을 재설치하는 경우에는 설치 수가 늘지 않는다. 단, 한 소비자가 여러 기기에 게임을 설치하면 설치 수가 늘어난다. 데모 버전도 인앱 결제를 통해 정식 버전으로 전환하는 기능이 제공된다면 설치 수에 포함된다.
산정 기준이 공개되자 소비자가 악의를 갖고 게임 개발사에 손해를 끼치는 게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많은 기기에 게임을 설치해 수수료를 납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니티는 비정상적인 설치에 대한 수수료는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악의적으로 게임을 설치했는지 판단할 방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VR 콘텐츠 플랫폼 ‘사이드퀘스트’
한편 다운로드 수 산정 방식의 차이에 따른 마찰도 예상된다. VR 플랫폼 사이드퀘스트(SideQuest)는 유니티 테크놀로지가 요금제를 개편하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이드퀘스트는 사용자가 웹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버튼을 클릭한 횟수를 기반으로 누적 다운로드 수를 산정한다며, 유니티가 산정하는 방식과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만약 유니티가 수수료를 청구하기 위해 사이드퀘스트의 다운로드 정보를 입수한다면 즉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강경하게 주장했다.
9월 13일 VR 관련 소식을 전하는 매체 업로드브이알(UploadVR)은 적어도 하나 이상의 개발자 그룹이 유니티 테크놀로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 유니티 “대부분 추가 요금 없을 것” 해명에도 반응 싸늘
유니티 테크놀로지는 9월 13일 엑스(X)에 해명 글을 게재했다. 일부 게임 개발사의 부담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나 직접적으로 영향 받는 개발자는 적다는 내용이다. 유니티는 현재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발자 대부분이 런타임 요금제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 추가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런타임 요금제로 수수료를 납부하는 건 다운로드 수가 많아 매출이 높은 대작 게임 개발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게임 개발사들은 난처하다는 주장이다. 이미 개발한 게임의 엔진을 교체하기 어렵고 수수료를 더 내기도 부담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에게 자사 게임을 다운로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는 개발사까지 등장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