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트럭 (출처: 테슬라)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법한 디자인을 가진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은 처음 공개된 이후로는 무려 150만 건의 사전 예약을 달성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출시가 지연되고 미국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는 사이버트럭의 실제 프로토타입 사진들이 등장하면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만들다가 만 것처럼 형편없다거나 실패한 트럭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이버트럭의 디자인을 선호하지 않았던 것은 테슬라 팀도 마찬가지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9월 1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전문지인 비지니스인사이더(BusinessInsider)에 따르면 일부 테슬라 엔지니어들도 사이버트럭의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아 비밀리에 다른 사이버 트럭 디자인을 작업했다고 한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전기를 출간한 작가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의 글에서 발견된 것.
블레이드 러너의 스피너 (출처: Transportup)
사이버트럭의 디자인은 여러 곳에서 영감을 얻었다. 글로벌 퍼포먼스 자동차 브랜드인 로터스(Lotus)가 1960년대 출시한 로터스 에스프리(Lotus Esprit)의 각진 디자인과 헤일로(Halo)나 사이버펑크(CyberPunk) 2077와 같은 비디오게임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SF 액션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에서 나온 플라잉카인 ‘스피너’에서도 영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속 ‘스피너’는 항공기와 자동차를 결합한 각진 디자인의 플라잉카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 처리된 날카롭고 각진 사이버트럭의 디자인은 새로우면서 혁신적인 느낌을 준다. 전통적인 트럭보다 미래 지향적인 트럭 디자인을 추구하는 일론머스크의 강한 디자인 철칙이 담긴 것. 일론머스크는 미래에 가까운 형태의 사이버트럭을 만들기 위해 혁신적인 디자인을 고수했다.
일론머스크와 사이버트럭 (출처: Skynews)
일론머스크의 이런 철칙은 2018년 10월 한 콘퍼런스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일론머스크는 주변을 놀라게 하려는 집념 하나로 테슬라의 독특한 사이버트럭 디자인에 집중했다. 그는 “전통적이면서 지루한 트럭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멋진 것”을 만들고 싶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월터 아이작슨과 직접 인터뷰한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Franz von Holzhausen) 테슬라 차량 디자이너에 따르면 테슬라 내부 엔지니어들은 사이버트럭의 디자인을 분노할 정도로 싫어했다. 대다수는 이 디자인 그대로 개발하면 안 된다거나 사이버트럭을 “작업하고 싶지 않다”는 부정적인 반응이었고, “너무 이상하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지니어들은 2019년 여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스페이스X 쇼룸에 전시된 미래형 트럭의 모형을 본 이후 더욱 충격에 휩싸여 은밀히 사이버트럭 다른 버전을 작업하기까지 이르렀다. 작업을 시작했던 다른 사이버트럭의 디자인이나 근황 등 구체적인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쉐보레 실버라도 (출처: TopGear)
사이버트럭의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논의하고 조율하기 위한 여러 번의 회의가 있었다. 전통적인 트럭 이미지에 가까운 쉐보레 실버라도(Chevrolet Silverado)를 포함한 다양한 사이버트럭 컨셉 이미지가 논의됐다. 하지만 일론머스크는 “아무도 사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언급하며 끝내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일론머스크의 결정대로 각지고 투박한 사이버트럭의 디자인이 결정됐다. 그는 2019년 11월 행사에서 처음 공개될 사이버트럭을 신속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일반적인 준비기간인 9개월보다 훨씬 단축된 3개월 만에 사이버트럭 설계 팀은 행사에서 선보일 사이버트럭을 제작해야 했다. 폰 홀츠하우젠에 따르면 기한에 맞춰 준비하기 위해 모두가 24시간 내내 일해야 했다.
테슬라 사이버트럭 (출처: 테슬라)
전기에 따르면 무뚝뚝한 일론머스크와 달리 배려심 넘치는 것으로 알려진 폰 홀츠하우젠은 엔지니어들의 고민을 경청해서 들어줬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일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 주변 사람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2019년 처음 공개 이후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의 출시는 2년간 미뤄지고 있다. 일반적인 픽업 트럭과 다른 차체 구조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이 원인으로 추측된다. 올해 말 사이버트럭은 본격적으로 사전 예약을 했던 고객들에게 전달될 예정이지만,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최현정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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