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oogle)
웹을 이용하다 보면, 쿠키라는 작은 데이터가 남는다. 쿠키란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 서버에 전송한 데이터 일부를 저장해둔 조각을 뜻한다. 로그인 상태, 검색·접속 기록, 개인 설정, 장바구니 내역 등 다양한 정보가 쿠키 안에 저장된다. 원래 쿠키는 웹 사용자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다. 쿠키 덕에 로그인을 유지하고, 전에 방문한 웹사이트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해지면서, 쿠키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커졌다. 정확하게는 ‘서드파티 쿠키’가 문제다. 서드파티 쿠키란 방문한 웹사이트가 아닌 제3자가 발행한 쿠키를 뜻한다. 서드파티 쿠키는 주로 광고에 쓰인다. 제3자는 사용자가 흘린 데이터 조각을 맞춤형 광고에 사용하게 된다.
서드파티 쿠키의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커지자, 빅테크 업체들은 각자 대안을 마련했다.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를 개발한 모질라(Mozilla)는 지난 2020년 서드파티 쿠키를 차단했다. 애플도 사파리에서 서드파티 쿠키 수집을 금지했다. 구글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쿠키 수집을 막되, 사용자 취향을 알 수 있는 새 기술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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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탄생한 게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다. 구글은 2019년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처음 공개하고, 이듬해 서드파티 쿠키를 제거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의 목적은 명확하다. 쿠키 논란을 종식하고 광고 매출도 챙기겠다는 것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전체 매출 중 약 80%는 광고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구글은 빠르게 서드파티 쿠키를 배제하지 못했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기술 테스트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두 차례 목표 기한을 연장했다. 현재 구글의 목표는 2024년까지 서드파티 쿠키를 퇴출하는 것이다. 내년이 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서드파티 쿠키 수집을 막으려면, 그 전에 기술 개발을 마쳐야 한다. 구글은 어디까지 준비했을까.
9월 7일(현지시간) 앤서니 차베스(Anthony Chavez)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담당 부사장은 웹용 프라이버시 샌드박스가 웹브라우저 크롬에서 ‘일반 안정화 버전(GA)’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구글 소프트웨어 배포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알파-베타-GA’다. GA는 모든 사용자에게 배포 가능한 최종 단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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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지난 7월 크롬 115 버전에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처음 적용하고, 추후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차베스 부사장에 따르면 현재는 크롬 사용자의 97%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사용할 수 있다. 그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모든 크롬 사용자들에게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구글이 3% 사용자를 남겨둔 건, A/B 테스트를 위해서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가 얼마나 잘 작동 중인지, 그에 따른 여파를 짐작하기 위해서 이같은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A/B 테스트란, 사용자에게 복수의 안을 제공한 다음, 어떤 게 더 좋은지 가려내는 기법이다. 구글은 평소에도 신기능 출시 전에 A/B 테스트를 진행한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토픽 API’라는 기술을 지원한다. 토픽 API는 서드파티 쿠키를 대신해, 사용자 취향과 관심사를 파악한다. 예컨대 사용자가 IT 관련 웹사이트에 자주 접속하면, IT 기술에 관심이 많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토픽 API는 사용자 취향을 350개 주제로 분류한다. 데이터는 한 달간 저장되며, 민감한 개인정보는 수집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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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은 다르지만, 토픽 API 역시 사용자 활동을 기반으로 관심사를 추적하는 기술이다. 만약 토픽 API도 꺼림칙하다면 비활성화할 수 있다. 크롬에서크롬 ‘설정 > 설정-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 광고 주제’ 순으로 접속해, 비활성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곳에서는 관심 없는 주제만 골라서 차단할 수도 있다.
앞서 구글은 올해 3분기에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정식 출시하고, 내년 3분기에 서드파티 쿠키 수집을 금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드파티 쿠키 대안 기술을 일찍이 완성한 다음, 안전하게 쿠키 수집을 막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서드파티 쿠키를 금지하기 전, A/B 테스트를 한 차례 더 진행할 계획이다. 대상은 1% 크롬 사용자며, 시기는 2024년 1분기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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