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모양새다. 지난해 애플 아이폰 14 시리즈는 미국, 중국 이외 지역에서 환율을 이유로 인상됐다. 올해 출시할 아이폰 15 시리즈는 달러 가격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S23 시리즈는 해외 동결, 국내 가격은 15~21만원가량 올랐다. 폴드 시리즈는 국내만 인상, 플립 시리즈는 국내·해외 가격 모두 소폭 비싸졌다.
구글도 스마트폰 출고가 인상 대열에 합류할지도 모르겠다. 9월 1일(현지시간) IT 매체 테크아웃룩(Techoutlook)은 픽셀 8 시리즈 유럽 지역 가격표를 공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픽셀 8 시리즈 가격표는 팁스터(정보유출가) 파라스 구글라니(Paras Guglani)를 통해 확보했다. 가격표는 인터넷 쇼핑몰 옵션 선택창으로 보이는데, 정체는 불분명하다.
자료에 기재된 가격은 부가가치세(VAT)를 제외한 현지 가격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소수점 자리가 난잡하다. 우선 픽셀 8 기본 128GB 모델은 710.77유로부터 시작한다. 256GB 모델은 771.79달러다. 각각 한화로 101만6000원, 110만3000원이다. 픽셀 8 프로는 용량에 따라 최소 1004.65유로(143만6000원)부터 최대 1188유로(169만원)다.

가격표가 사실이라면, 픽셀 8 시리즈는 큰폭의 가격 인상을 겪을 전망이다. 이전 세대인 픽셀 7 시리즈의 경우 유로화 기준 기본 모델이 710유로부터 시작했다. 프로 모델은 849유로에 출시됐다. 기본 모델은 26~35%, 프로 모델은 31~37%가량 가격이 오르는 셈이다. 이는 지난달 팁스터 요게시 브라(Yogesh Brar) 주장(50달러 인상)을 크게 상회한다.
픽셀 8 시리즈 가격은 정말 크게 인상될까. 쉽게 받아들이긴 어렵다. 가격표의 출처가 불명확하고, 상식 밖의 인상폭이어서다. 공개된 가격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것이다. 실제 판매가는 이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인상폭이 더 커진다. IT 매체 안드로이드어쏘리티(AndroidAuthority)는 “유출된 가격표가 100% 정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단 픽셀 8 시리즈 출시 시기를 고려하면, 가격표가 거짓이라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보통 신제품 출시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정확도 높은 정보가 유출된다. 판단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신 안드로이드폴리스(AndroidPolice)는 “픽셀 8 시리즈 가격이 더 비쌀 수도 있다”며 “유출된 가격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기에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권했다.

만약 구글이 픽셀 8 시리즈 가격을 올린다면 현명한 선택은 아닐 듯하다. 픽셀 시리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레퍼런스 스마트폰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이외 뚜렷한 장점이 부족하다. 같은 안드로이드 진영 삼성전자 갤럭시 S 시리즈와 비교해도 크게 우위를 점하는 지점이 없다. 픽셀 시리즈는 사양도 소폭 부족한 편이고, 출시 지역도 제한된다.
픽셀 시리즈가 갤럭시, 아이폰보다 뛰어난 점은 가격대다. 플래그십 사양에 보다 저렴하다는 말이다. 달러 기준 픽셀 7 기본 모델은 599달러, 프로 모델은 899달러다. 같은 해 출시된 갤럭시 S22 기본 모델은 799달러, 플러스 모델은 999달러 울트라 모델은 1199달러였다. 최고 라인업끼리 비교하면 픽셀 7 프로가 300달러 더 싸다. 구글이 픽셀 스마트폰 가격을 30%가량 인상하면, 앞서 비교한 두 제품 출고가는 비슷해진다. 기존 이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스마트폰 성능의 핵심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픽셀 시리즈는 텐서(Tensor)라는 독자 AP를 사용한다. 텐서 칩은 매번 플래그십 AP 퀄컴 스냅드래곤 8 시리즈에 미치지 못했다. 픽셀 8 시리즈에 탑재될 텐서 3세대 성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전과 비슷한 격차를 유지한다면 굳이 픽셀 8 시리즈를 선택할 이유가 없을 듯하다.
픽셀 8 시리즈 가격은 조만간 밝혀진다. 구글은 오는 10월 4일 신제품 공개 행사 메이드바이구글(MadebyGoogle)을 개최한다. 회사는 행사에서 픽셀 8 시리즈와 픽셀워치 2세대, 다음 운영체제 등 다양한 신제품과 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다. 구글이 스마트폰 가격을 터무니없이 인상하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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